[★패션철학] ‘스타 메이커’ 하용수, “패셔니스타는 곧 캐릭터”
입력 2016. 07.04. 09:41:13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하용수(66)는 국내 패션계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0년대 초에 남대문 상가의 혁명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하용수가 만들어낸 ‘페인트 타운’이라는 네이밍은 당시 파격 그 차제였다. 19~23살의 모델들만 30명,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앞서가는 센세이셔널한 작업을 만들어냈다. 브로셔 작업을 해서 사진집을 만들어서 대학가에 세팅했다. 오뜨꾸뛰르를 지향하던 당시 패션계 세컨브랜드 개념을 도입한 것도 그다. 그래서 하용수는 대한민국에 ‘무심한듯 시크한’ 트렌드를 이끈 주인공으로 기억된다.

◆ “콘셉트-이미지-음악, 총괄 디렉터 개념”

그는 패션 디렉터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뚜렷한 디자이너다. 당시 패션쇼에 음악과 영상을 넣는 것까지 지금의 디렉팅 개념을 도입한 선두주자였다. 모든 패션쇼가 일렬횡대로 진행됐던 관행을 거부하고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듯한 런웨이를 연출했고 그의 발칙한 상상력에 깜짝 놀랐다.

“패션쇼 연출을 했던 게 디자이너에 입문하게 된 계기다. 밴드에 모델 6-7명이 일렬횡대로 지나가던 시절, 당시 동물 사진을 전문으로 찍던 사진작가 김중만에게 패션 사진을 찍게 했다. 그에게 인물 사진을 찍으라고 한 게 바로 나다. 입생로랑쇼를 보고 코끼리가 등장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진태옥 선생님을 만났다. 1974년 조선호텔 진태옥 패션쇼를 맡아 대한민국의 모든 디자이너를 흥분시켰다. 그야말로 일당백이었다. 콘셉트부터 이미지, 음악, 디렉터 등 지금의 프로듀서 개념이다. 80년대 말까지 탑 디자이너의 99%가 나에게 부탁했다. 당시엔 그런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 “국내 컨템포러리 스타일 최초 도입”

1969년도에 그는 남대문 시장을 방황하는 청춘이었다. 옷이 없던 시절 구제품 박스에서 백을 쟁취하는 사람이 남들과 다른 옷을 입었다. 시장 골목 바닥에 50-60명 미싱사들이 리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는 그다. 세탁소에서 구제품 니트를 스팀으로 늘려 입는 등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캐주얼 패션의 새 역사를 쓰게 됐다.

“패션쇼 연출을 직접 해보니까 1%만 마음에 들고 나머지는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디자이너를 하게 됐다. 당시 유행하던 공주풍의 의상이 아니라 컨템포러리한 스타일을 최초로 했다. 멀쩡한 옷에 워싱과 트위스트를 하는가 하면 오븐에 굽기도 해서 빈티지룩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양복부터 캐주얼까지 원하면 입는다. 작년 초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깔을 다 입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짓을 다하고 선글라스 끼자고 다짐했다. 콘셉트를 만든 거다. 모두 어느 하나를 이야기할 때 ‘난 달라져있자. 철저한 카멜레온이 되자’고 생각했다”

◆ “김혜수의 폭탄머리 ‘팜므파탈’ 이미지 창조”

하용수는 패셔니스타 이정재를 비롯해 주진모, 최민수, 이미숙, 예지원, 이은미, 배수빈을 키워냈다. 당시 매니지먼트에 이미지 컨설팅을 도입해 그들을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단순히 ‘예쁜’ 여배우는 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 여배우에 적격인 이미지와 신비로움을 창조해내며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콘셉트를 만들어서 화보를 촬영한 주인공이다. 잡지의 10~15페이지. 당시 95% 여배우의 옷을 다했다. 황신혜 이미숙 등이 대표적인데 내 옷을 안 입은 여배우가 없었을 정도였으니까. 이슈가 될만한 스타 화보를 진행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내가 해왔던 것 중에 정말 최초는 국내에 ‘팜므파탈’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김혜수 레드카펫 드레스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건강한 이미지의 김혜수에게 섹시를 입혔고 소위 대박이 났다. 이혜영 역시 집시 같은 팜므파탈의 분위기를 가져서 내가 정말 사랑했던 모델이다”

◆ “패셔니스타는 곧 캐릭터”

하용수는 디자이너이자 또 국내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을 만들어낸 스타 메이커로 대중문화예술계의 한 획을 그었다. 남다른 ‘촉’을 지닌 그는 이미지 이상의 어떤 것을 발견해내는 심미안과 그 것을 대중문화에 녹여내는 기획력을 동시에 지녔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하용수를 찾아가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요즘 애들보면 삐에로 같다. 메이크업도 전문화되고 세부화 되었지만 캐릭터가 혼돈스럽다. 예전의 배우나 모델은 자신만의 어떤 것이 확실했다. 이영애나 이미숙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게 있지 않나. 그런데 지금은 그 애가 그 애같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걸 찾는 게 아니라 스타일리스트가 만들어내는 것이라 어딘가가 어색하다. 예능에서 보여지는 대답조차도 교육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진정한 의미의 패셔니스타는 없다. 요즘 그나마 눈애 보이는 아이가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전지현다운 느낌이고 타인과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어서 청순과 섹시를 넘나드는 매력이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스러움은 곧 세련되고 멋있는 거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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