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상 감독 채경화, 배우 관객 그 사이에 선 제3의 인물 ‘의상’ [인터뷰]
- 입력 2016. 07.04. 18:49:48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의상은 패션보다는 스토리라는 영역 안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유행’이라는 코드를 비껴가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스토리의 리얼리티도 영화적 판타지도 결여된다.
채경화
영화는 활자로 존재하는 시나리오에서 시작돼 감독의 손을 거치면서 현실로 고개를 내밀고 배우를 통해 마치 내 이웃, 내 가족의 현실인 듯 관객과 맞닥뜨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 의상이라는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리얼리티든 판타지든 스토리를 이루지 못한 채 영화감독과 배우의 머릿속에만 갇혀있게 된다.
나홍진 감독의 문제작 시리즈 ‘추격자’ ‘황해’ ‘곡성’ 등 잔혹한 인간의 내면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영화에서 ‘써니’ ‘수상한 그녀’ ‘쎄시봉’ 같은 정겨운 향수를 끌어내는 가슴 따뜻한 영화까지 전혀 다른 극단의 작품이 채경화 의상감독을 거쳤다.
◆ 채경화의 시선 1st, 관객 시점
채경화 감독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한다”면서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본 완성도에 중점을 둔다는 점을 강조했다.영화 '곡성' '사냥' '굿바이 싱글'
지난 29일 같은 날 개봉해 박스오피스에서 치열한 1위 쟁탈전을 벌인 영화 ‘사냥’ ‘굿바이 싱글’이 모두 채경화 감독 작품이라는 점만 봐도 그녀의 평범한 접근법이 비범한 아우라로 완성되는 힘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 화제작으로 기록된 ‘곡성’은 ‘굿바이 싱글’과 작업시기가 겹쳤음에도 다름을 완벽하게 충족했다.
채 감독은 “큰 그림도 중요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지 못하면 영화적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의상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는 말이죠”라며 “그래서 저는 부조화가 필요할 때는 부조화를 선택합니다”라며 관객이 공감할 만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곡성’은 배우가 입은 옷의 패턴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신경 쓰는 나홍진 감독의 작업방식이 더해져 배우마다 몇 벌 안 되는 옷을 입고 나오지만 다른 어떤 영화보다 함의가 크다.
채 감독은 나 감독이 열린 결말로 생각을 마무리할 때까지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한 옷을 준비하고 있었을 정도로 치밀했다. 마지막 황정민의 옷 역시 관객에게 결말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굿바이 싱글’은 캐릭터의 매력도가 중요한 영화로 관객의 시각적인 흥미를 끄는 요소가 절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마동석은 스타일리스트이자 마블리로 완벽 변신할 수 있었다.
◆ 채경화의 시선 2nd, 캐릭터 시점
그러나 이런 관객 시점의 접근법이 전부가 아니다.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관객 시점에서 보일 캐릭터의 성격과 매력 등을 파악해 콘셉트를 정하고 나면 스토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2차 관찰자 시점이 필요하게 된다.영화 '써니' '쎄시봉'
관객 시점의 1차 접근법으로 캐릭터에 심장을 넣었다면 심장이 박동하게 하는 것은 영화 속 중심 캐릭터 시점에서 바라본 캐릭터 각각의 모습이다.
채 감독은 “‘누구의 기억인가’ ‘누가 포인트인가’를 생각한다”면서 2차 관찰자 시점을 정하는 기준에 대해 말했다. 이러한 주인공 시점의 2차 접근법은 ‘향수’라는 동일한 코드지만 전혀 다른 색채로 완성된 ‘써니’와 ‘쎄시봉’을 통해 또렷이 드러난다.
채 감독은 “‘써니’는 어른이 된 주인공 나미 역을 맡은 유호정의 시선을, ‘쎄시봉’은 중년이 된 오근태 역의 김유석 시선을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써니’는 80년대식 컬러풀한 색감을 사용해 혼란스러웠지만 찬란했던 주인공들의 10대 시절로 향수를 자극했다면, 음악과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을 간직한 중년이 된 오근태의 시점에서 바라본 ‘쎄시봉’은 컬러를 담았지만 70년대 흑백 영상의 서정성을 담은 색채가 주를 이뤘다.
◆ 영화의 시작과 끝, 사람 그리고 애정 혹은 열정
채 감독은 아무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도 어우러짐이 없으면 결과와 상관없이 아쉬움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나홍진 감독과의 함께하는 작업이 흥미롭고, 여배우 김혜수가 여배우로 등장하는 ‘굿바이 싱글’은 대중과 가장 근거리를 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강한 자극제가 됐다는 것.
이뿐 아니라 최민식 심은경 주인공 이름만으로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특별시민’, 패셔니스타로 정평이 난 공효진과 글로벌 스타 이병헌이 주인공을 맡은 '싱글라이더'의 작업은 매 순간 영화의상감독이라는 직업에 강한 책임감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채 감독은 “공효진은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의상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갖고 있고, 이병헌은 뒷모습까지 생각할 정도로 프로패셔널하다. 최민식은 대배우임에도 매 순간 상대를 배려하고, 아역으로 시작해 자신을 규정짓는 이미지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심은경의 풋풋함이 아름답다”라며 영화의상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만큼의 사람을 통해 얻는 희열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작업 철학은 영화란 결국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된 어울림의 장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영화 '써니' '쎄시봉' '곡성' '사냥' '굿바이 싱글'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