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봉이 김선달’, 치밀한 사기로 완성된 화려함
입력 2016. 07.06. 17:47:37

영화 '봉이 김선달'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조선 17대왕 효종을 시대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 ‘봉이 김선달’은 현대 정치사회 판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 설정 탓인지 사극을 거부하는 이들까지 금세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마력을 발산한다.

‘봉이 김선달’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이 새롭지 않음 안에 감춰진 세심한 설정들이 여름 극장가를 겨냥해 의례 나오는 코미디물로 그칠 수 있었던 영화를 꽤 그럴듯한 오락영화로 뒤바꿔놓았다.

박대민 감독은 “사기꾼들이 주인공인 만큼 화려함을 보여줄 수 있는 의상들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대민 감독이 의도한 ‘화려함’의 포인트를 제대로 알아야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윤미라 실장은 “‘봉이 김선달’은 의상 하나하나의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어우러짐을 고려했다”라면서 “이 영화는 사기꾼 김선달이 주인공으로, 사기꾼패들의 변장신과 등장인물이 많다. 그래서 옷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다양하게 변장하는 장면 장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처럼 ‘봉이 김선달’은 여느 사극과 달리 절제된 컬러와 디테일, 기본에 충실한 전개로 다 다른 장면 장면이 산만해보이지 않게 수위를 조절했다.

단 유승호의 경우 절제된 가운데 화려함을 살리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유승호가 유독 많이 입고 등장하는 도포 역시 디테일은 최소화했지만, 넓은 깃과 동정, 풍성한 실루엣으로 유승호의 동작 하나하나를 리드미컬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효과를 냈다.

윤 실장은 “고증에 충실한 설정이었다. 유승호가 맡은 김선달 캐릭터에 맞춰 재해석한 것이 아닌 고증을 있는 그대로 적용했다”면서 “사극은 의외로 재해석보다는 고증에 충실했을 때 매력이 더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극에서 기대되는 틀에 박힌 화려함만을 생각한다면 박대민 감독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철저하게 주인공인 배우와 스토리에 집중함으로써 화려함의 개념을 뒤바꿨다.

사극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원색적인 화려함과 디테일에 집착했다면 보이지 않았을 법한 국민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있는 유승호의 남자다움을 살리고, 신스틸러라는 의례적인 수식어에 그쳤을 고창석과 라미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서예지의 감춰진 매력을 끌어냈다.

‘봉이 김선달’은 킬링타임용 영화지만 그저 그런 시간 때우기 용으로 치부하기에는 곳곳에 자리 잡은 치밀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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