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널’ 웃음으로 포장한 날선 사회비판, 신선한 블랙코미디의 출격 [종합]
- 입력 2016. 07.07. 13:33:5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제작 어나더썬데이·하이스토리·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터널’의 제작보고회가 김성훈 감독, 배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7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터널’은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한 남자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드라마다. ‘끝까지간다’(2013)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가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터널 속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터널 밖 사람들과 사회, 세상을 꼬집는다. 터널 안에 갇힌 남자 이정수(하정우)의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코미디라면, 이를 초조하게 지켜보는 터널 밖 세상은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터널 안 하정우의 연기는 웃음과 ‘짠함’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무너진 터널 안에서 나름대로 적응해 가는 모습,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적응해 나가는 모습은 터널 밖 심각한 상황과 대조를 이루며 씁쓸한 웃음을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세일즈맨이자 한 가정의 가장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는 “(시나리오 상에서의)아이러니함이 재미있었다”며 “밖에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구조작업에 나서 온 나라가 열심히 뛰어다니는데 (정수는) 그 안에서 갇힌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흥미롭고 놀라웠다. 구조대원들은 심각하게 바라보는데 그 안에서 정수는 작은 것에 기뻐하고 적응해 나가는 블랙코미디”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홀로 고군분투 하는 모습에서 하정우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를 생각나게 한다. 하정우의 열연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의 도움은 받았다”며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김상훈 감독이 친분이 있어 기술적 부분,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 준비하고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수(하정우)의 아내 세현 역을 맡은 배두나는 “나도 터널을 지나칠 때 공포 같은 게 있다”며 “우리도 겪을 수 있는 일인데 이야기를 크게 무겁지 않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색달랐다“고 말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나가는 독특함을 갖춘 영화란 점을 강조했다.
두 배우의 이야기를 들은 김 감독은 “내가 이렇게 썼나 싶을 정도로 해석을 잘 해줘 감사하다”며 “느닷없는 재난에 빠진 남자의 생존기와 그를 기다리는 아내, 그를 구하려는 사람, 세 사람이 서있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에 대해 “항상 촬영장에 갈 때 모든 감독들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도 된다”며 “이신바예바라는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수십 번 기록을 갱신하는데, 정우 씨와의 촬영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고 극찬했다.
배두나에 대해선 “낮춰도 낮춰도 항상 밑으로 지나가는 배우”라고 칭찬하는가 하면 오달수에 대해서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요정”이라며 “천상계, 우주에 있는 배우”라고 말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정우는 “제작진이 정말 많이 배려하고 준비해줘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감독님이 컷을 많이 바꾸기 보단 한 번에 카메라를 3~5개 설치하고 롱테이크 촬영을 했다. 호흡이 길어 체력적으로나 집중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것 또한 적응이 되더라”며 촬영기법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공기가 너무 안 좋아 큰일 났다 싶었다”며 “두 달 동안 세트 안에서 촬영했는데 분진, 먼지, 흙과의 싸움이었다. 그래도 제작진이 배려해 콩가루 숯가루로 바꿔줬다. 먼지와 공기와의 싸움이 아니었나 싶다”고 촬영 현장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또 “제작진과 스태프는 이중 삼중으로 분진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나 혼자 먼지를 흡입하며 연기했다”며 “그게 너무 얄미워 감정조절을 하기가 힘들었다”고 재치 있는 발언을 하기도 있다.
김 감독은 “영화가 잘 되길 기원하는 고사가 있던 날, 촬영하기로 결정된 터널의 장소 섭외가 취소됐단 보고를 받았다”며 “지나쳤던 폐터널에 급하게 아스팔트 얇게 깔고 촬영을 진행했다. 터널이 무너지는 과정 등은 가짜처럼 보이면 진지함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 CG(컴퓨터그래픽)를 사용하지 않았다. CG만으론 완벽하지 않기에 실제 무너지는 걸 촬영한 뒤에 CG작업을 더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오달수는 “재난 상황에 빠진 인물을 구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분들이 울분을 가지게 될 것”라며 “거기에 대한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들, 단지 화젯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다른 어딘가에 일침을 가하는 걸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터널 안과 밖의 대비를 통해 두 가지 상황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정수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은 웃음의 옷을 입고 과감하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일침을 가한다. 진척 없는 구조 상황,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현대사회와 닮아있어 울분과 분노를 자아낸다. 재난영화 특유의 심각함을 벗어나 웃음으로 포장한 날선 비판적 시각이 신선하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