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감독 say] 품행제로 vs 써니 vs 쎄시봉 ‘복고 풀이법’, 세 가지 ‘향수’
- 입력 2016. 07.13. 13:05:02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2011년 7월 개봉한 영화 ‘써니’는 복고 파란을 일으켰다. 1년 후인 7월 첫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97’을 필두로 8, 90년대를 향수를 자극한 ‘응답’ 시리즈 쏟아내게 한 시발점이기도 했다.
영화 '품행제로' '써니' '쎄시봉'
‘써니’는 독재정치와 학생운동 등 암울한 시대로 기억돼온 80년대를 ‘찬란했던 시절’로 뒤바꿈으로써 우리가 잊었던 빠른 경제 성장기 속에서 10대를 보낸 이들의 향수를 끌어냈다. 이 보다 앞선 시대를 그린 영화 ‘쎄시봉’은 7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이들에게 보물 같은 추억인 음악다방을 배경으로 노래가 전부였던 젊은이들의 순수와 갈등을 다뤄 ‘써니’와는 또 다른 시점에서 복고를 조망했다.
한국 영화에서 복고를 소재로 한 영화 중 흥행은 물론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 ‘품행제로’(2002년), ‘써니’(2011년), ‘쎄시봉’(2015년) 세 편의 영화의상을 담당한 채경화 의상감독는 영화 속 복고에 담긴 각기 다른 함의에 대해 설명했다.
‘품행제로’ ‘써니’는 80년대 교복자율화 시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쎄시봉’은 70년대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던 음악다방 쎄시봉과 그 곳을 무대로 활동한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채경화 감독은 비슷비슷한 시대지만 “우리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 ‘품행제로’, 서툴지만 화끈했던 열정세대
‘풍행제로’는 불량영웅의 다사다난한 일상을 다룬 영화로, 지금의 일진쯤 되는 고등학생 넘버1 중필(류승범)과 그가 사랑한 모범생 퀸카 민희(임은경)과 그를 사랑한 오공주파 나영(공효진)의 삼각관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린다.영화 '품행제로'
영화 속 세 명의 주인공은 교복자율화의 해방감을 맛본 첫 세대에 걸맞게 패션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그럼에도 패션을 통해 억눌린 감성을 분출한 당시 고등학생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채 감독은 “‘품행제로’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 속에 등장한 실내복, 옅은 핑크 보라 티셔츠 같은 아이템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 온 후 대신 새 옷을 사줬다”며 고충인 듯 그러나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 ‘써니’, 흑백 기억 속 찬란했던 컬러세대
‘써니’는 리얼리티로 충만한 영화다. 당시 기성세대들의 우려를 샀던 10대들의 서클 문화에서 피어난 우정의 끈질긴 인연을 다룬 이 영화는 음악은 물론 날라리들의 상징이었던 옷차림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복고를 완벽하게 재현했다.영화 '써니'
채 감독은 “‘써니’는 알록달록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라며 “흑백으로 남아있지만, 우리의 기억은 알록달록한 컬러 감성이었다”라며 의상 콘셉트를 설명했다.
‘써니’는 7명의 친구들이 이야기로 성인역과 아역을 합체 14명에, 대립각을 세우는 3명의 친구들까지 총 17명의 주조연급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채 감독은 “배우마다 콘셉트를 달리했다.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흥미롭기도 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 ‘쎄시봉’, 컬러 화면에 담긴 흑백 감성세대
‘쎄시봉’은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만나 그룹을 결성한 세 명의 남자와 그들이 사랑했던 여자의 얽히고설킨 치열했지만 아름다웠던 70년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았다.영화 '쎄시봉'
이 영화 역시 ‘써니’와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대를 오가지만 ‘써니’가 성인이 된 나미(유호정)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중년이 된 남자 오근태(김윤석)의 기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드러난다.
채 감독은 “‘쎄시봉’은 남자들 기억 속에 70년대 시대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컬러지만 흑백 느낌에 충실했다”라며 “최대한 튀지 않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라고 의상 콘셉트를 밝혔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모든 젊은이들의 뮤즈였던 한효주만은 예외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가 현재라고 살고 있는 지금도 어느 순간에는 과거로 기억되고 추억된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우리의 현재가 어떤 과거로 남을지 궁금증을 키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영화 ‘품행제로’ ‘써니’ ‘쎄시봉’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