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이정진 “괴물 PD, 나쁜놈으로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
입력 2016. 07.13. 13:09:07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트릭’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줄기는 우리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정말 다 진실이냐하는 것이었어요.”

영화 ‘트릭’은 카메라 뒤에 숨겨진 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욕심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며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정진은 ‘트릭’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도준(김태훈)과 그의 아내 영애(강예원)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을 연기한 진실을 조작하는 다큐맨터리 PD 석진을 연기했다.

“요즘 워낙 방송만이 아닌 많은 분야에서 조작이나 음모 등이 수면 위로 올라와 공론화되고 있잖아요. 또 시청률 등 경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성공하고 싶고, 돈 벌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다르게 표현했지만 결국은 하나라고 생각해요. 바르게 가는 길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쉽게 가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성과에 의해 움직인 거죠. 방송국에서 확대해 보면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그런 유혹은 없었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배우 생활을 오래 하면서 자신에게 그런 유혹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정진은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그런 유혹의 순간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도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못됐다면 지금 다른 그림이 되지 않았을까 할 때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석진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악마의 편집은 물론 폭행 사주, 불법 도청, 무단 촬영 등도 서슴지 않고 진실을 조작한다. 이정진은 언론시사회 당시 그런 석진에 대해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요즘 세대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남이 좋아하는 걸 하려는 것 같아요. SNS도 남들 보기 좋으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괴물이라는 단어도 나오게 됐어요. 또 석진을 보면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뒤에서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런 사람이 승진도 하고 잘되잖아요. 인정받으려면 저렇게 해야하는 건가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석진은 도준과 영애에게 대본까지 주면서 마치 그들에게 마치 배우처럼 연기를 하도록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은 갈등하고 보는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석진은 나쁜 사람이었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났을 때 관객들에게서 ‘나쁘다’는 표현말고 다른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 고민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도준과 영애한테 얘기할 때 말투도 일부러 ‘이렇게 해주시면 안 되나? 해봐’라면서 반말했다가 존댓말했다가 욕도 섞고 툭툭던지는 식으로 말했는데 관객들이 그런 부분에서 기분이 나빠지도록 의도하기도 했어요.”

이정진은 석진이라는 인물을 인정하고 이정진이 개입되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석진을 나쁜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자신이 개입되면 석진이 나쁜 인물로만 보이게 될 것 같았다는 것.

“석진을 보면서 얘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내가 석진이라는 인물에 개입돼서 ‘맞다, 틀리다’라고 판단하게 되면 단편적으로 나쁜 인물로만 보여질 것 같았거든요. 관객들 입에서 다른 수식어가 나오도록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석진은 어떤 문제에 대해 이게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른 관점으로 다가가야했죠.”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를 연기한 강예원은 이번 작품을 촬영한 후 우울해졌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정진은 “그건 배우의 성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원 씨는 환자 역할을 하면 자기도 아픈 것처럼 디테일하게 빠져들었어요. 배우는 크게 감성이 지배하느냐, 이성이 지배하느냐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생각을 다르게 해요.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이론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죠.”

주연배우로서 그만큼 작품에 몰두한 이정진은 관객수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저 혼자 만든 건 아니지만 시청률이든 관객수든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당연히 있어요. '천만관객이 들어야해, 30%가 돼야해'가 아니라 미니멈 목표치가 있어요. 그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을 때는 감사드리고,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좋겠고, 드라마도 그걸 넘기려 노력해요. 그 이상 넘어가면 신이 나죠.”

이정진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준비하고 몰입하게 된다며 그렇게 해서 자신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을 막는다고 했다.

“저는 다양하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주변 사람들과 애기를 나눠요. 사람에 따라 나쁜 사람에 대한 기준이 다르잖아요. 내 대본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정진의 주관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어떻게 보여질지를 항상 생각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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