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릭’ 김태훈 “남을 속이는 연기에도 진심 느껴져야” [인터뷰]
- 입력 2016. 07.15. 10:23:00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연기를 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속이는 일인데 저는 진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배우면서 그동안 내가 가면을 쓰고 보이기 싫은 건 감추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짜를 보이는게 창피하고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모습같고 그러다보니 조심스러워진 거죠. 하지만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진심이 느껴지는 분한테 호감이 가잖아요. 그만큼 진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함에 있어 진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태훈은 영화 ‘트릭’을 통해 진실에 대해 관객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릭’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도준을 연기했다. 도준은 입원비, 치료비 등으로 힘들어할 아내 영애(강예원)를 위해 자신과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지만 24시간 내내 따라다니는 카메라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과 달리 점점 익숙해하는 아내를 보며 실망하게 된다.
도준의 병상일기를 다큐멘터리로 연출한 석진(이정진)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조작을 서슴지 않는 악인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는 선과 악, 승자와 패자에 대해 그리지 않았다. 따라서 반전을 통해 통쾌함을 주기보다 오히려 찝찝함을 남긴다.
“‘보는 것이 다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내가 속인 게 아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같이 생각해보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전으로 통쾌함을 주는 영화라기보다 ‘이게 뭐지?’하면서 생뚱맞은 느낌도 들 수 있는데 반전을 위한 영화였으면 다른 방식으로 풀었을 거예요. 그런 지점의 영화와는 다른 색깔의 영화고 이걸 좋아해주시느냐 아니냐는 관객의 몫이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그것들을 담담하게 고민도 해보고 싶었어요.”
김태훈은 폐암 말기 환자를 연기하면서 아프다는 설정보다 도준이라는 인물 자체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에 의해 조작방송의 희생양이 되는 인물로 아픈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석진, 영애와의 갈등과 심리 등도 함께 연기해야했다.
“시나리오상에 습관성 틱장애라고 돼있었어요. 도준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라 몇 가지 설정을 통해 아픈 모습을 보여주려 한 거였어요. ‘설행’이란 영화에서 알콜중독자일 때 손을 떠는 건 손의 떨림이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알콜중독자의 상태를 보여주려한 거였죠. 도준은 그걸 어떻게 의도해서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트릭’은 도준의 병상일기를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도준의 아픔에 대해 다룬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김태훈은 관객들이 도준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가져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실 그렇게 전달되길 바랐어요. 애매한 게 아픈 사람의 얘기를 다루려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아픈 것에 감정이입이 되게끔 쓰여지지는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마치 진짜 다큐를 보듯이 감정이입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잖아요. ‘트릭’ 안에서 아픈 얘기는 한축일 뿐 더 큰 건 세 사람 간의 관계와 갈등, 인간 내면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도준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마음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인물을 연기한 김태훈에게 평소 다큐를 즐겨보느냐고 묻자 오히려 예능을 더 좋아한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다큐보다 예능을 좋아해요. 다큐도 좋아하는데 그건 진짜 얘기다보니 보기 힘들 때가 있어요. 특히 아픈 사람들의 얘기는 마음이 아파서 잘 못 봐요. 예능은 즐거워서 자주 봐요.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제 모습을 여러 역할로 다양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 뒤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다루고 있는 ‘트릭’은 석진, 영애, 도준 세 사람의 갈등과 변화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생각지 못한 마지막 반전이 흥미를 더한다. 이에 대해 김태훈은 “반전은 하나의 보너스”라고 표현했다.
“반전을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라는 생각보다 반전을 뗀 앞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영화이길 바랐어요. 다큐를 찍는 사람과 다큐 안의 가족의 얘기인데 누구나 석진, 영애, 도준같은 세 사람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악역도 있고, 마음이 달라진 아내, 흔들리는 환자도 있는데 세 사람의 관계나 마음이 다큐보듯이 공감해서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반전이 하나의 보너스처럼 뒤에 있는 영화라고 읽었고 반전을 향해 치밀하게 달려간다고는 처음부터 생각을 안 해서 독특하고 새로운 시점의 영화라고 느꼈죠.”
작품을 볼 때 시나리오 속 역할이 상상하게끔 만드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김태훈은 ‘트릭’을 선택한 이유로 다른 색깔의 영화라는 점이 좋았다고 밝혔다.
“표현들이 확 바뀌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잘 표현되어지면 신선하고 재밌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영화 ‘아저씨’로 터닝포인트를 만난 김태훈은 “하나 더 있어야할 시점인 것 같다”며 배우로서 다짐을 전했다.
“배우로서 큰 열망은 없지만 끊임없이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제 스스로 좋은 배우라고 인정할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싶은 갈망은 있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