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감독 say]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 의상과 매너로 완성된 ‘맥아더’
- 입력 2016. 07.27. 15:56:34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와 동의어로 인식될 만큼 맥아더 장군은 한국에서 높은 인지도와 신임도를 갖고 있다. 그만큼 인천상륙작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누가 맥아더가 될 것인가가 첨예한 관심사였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리암 니슨
영화 홍보를 위해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기분 좋은 미소와 꾸미지 않은 편안한 모습으로 호감도를 높인 리암 니슨이 미 해군 맥아더 장군 역할을 수락하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기대와 실망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존재지만, 영화 속에서 리암 니슨은 사전 일주일 준비 기간과 일주일 촬영, 30여 분의 등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오상진 실장은 그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자신에게 남긴 말 한마디가 힘들었던 과정의 보상이자 영화에 참여했던 이유의 전부가 됐다고 말했다. 오 실장에게 리암 니슨은 “고생한 거, 너와 나 밖에 몰라. 다른 사람은 그걸 모를 거야”라며 함께 작업한 2주일 여 간의 숨 가쁜 여정에 짧지만 강렬한 인사를 전했다.
이 말 한마디가 리암 니슨이 맥아더 역할을 맡으면서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 설명해준다.
오 실장은 그와 작업을 하는 내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리암 니슨의 제안에 의해 이뤄진 이 과정에서 리암 니슨은 오 실장에게 “다음 신에는 무엇을 입어야 하나”라며 묻고 본인의 의견을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대화를 끌고 가 한국으로 오기 전 맥아더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연구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 리암 니슨=맥아더를 완성한 모자+항공점퍼
맥아더를 떠올리면 묵직한 가죽점퍼, 모자, 파이프 담배, 세 가지를 떠올린다. 오 실장은 리암 니슨이 영화 촬영이 끝난 후 이 세 가지 아이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전해 울컥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모자는 해군을 상징하는 모로수를 놓는 수 전문가가 현재 국내에 없어 애를 먹었다는 것. 오 실장은 “자수 명인들을 알아보던 중 모로수 기법을 아는 분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분도 알기만 할 뿐 실제 해 본 적은 처음이라 결과가 어떨지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죠”라며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진행 상황 중 모자가 가장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모로수 장인을 찾아내고 테스트 단계를 거쳐 자수를 완성하는 데만 3주라는 기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미 해군이 입는 항공점퍼는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져 투박하고 묵직하다. 그런데 여기도 군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오 실장은 “장교들이 사제품을 입었는데 항공점퍼 역시 염소 가죽이 정석이지만 부드러운 소가죽으로 질 좋게 제작해 입었다”라며 “그래서 적벽돌색 소가죽 원단으로, 원래 해군 항공점퍼 느낌을 살린 하드한 디자인과 입기 편하게 변형한 소프트한 디자인 두 개를 준비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리암 니슨은 입기 편한 것보다는 맥아더의 성향을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하드한 디자인을 선택해 리얼리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 리암 니슨이 고집한 설정 : 낡은 군복+잠옷
이뿐 아니라 군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군복에서도 리암 니슨은 맥아더 역할을 맡은 배우로서 신념을 드러냈다.
오 실장은 미국 해군 장교로서 맥아더라는 인물에 대해 연구하면서 ‘낡은 모자와 말끔한 군복’으로 의상을 콘셉트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리암 니슨의 견해는 전혀 달랐다는 것.
그녀는 “모자는 필리핀에서부터 썼던 것으로 사진에서도 모자가 낡았죠. 그러나 장교라는 지위를 고려할 때 군복은 항상 말끔했을 것으로 생각해 그렇게 의상을 준비했습니다”면서 “그런데 리암 니슨이 낡은 느낌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오래 입은 듯한 낡은 옷을 원했죠.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실내에서 잠옷을 입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잠옷도 같은 느낌으로 같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에 맞춰 제작하기도 했습니다”라며 맥아더 이미지를 각인하는데 보이지 않는 설정들이 치밀하게 작용했음을 밝혔다.
리암니슨은 111분 상영 시간 중 30여 분 등장하지만, 분량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삐딱하게 모자를 쓰고 옥수수 파이프 담배를 문 외적인 모습으로만 판별한다면 리암 니슨이 기울인 공의 채 30%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그가 미국 할리우드 스타라서가 아니라 외국 배우가 한국 영화 출연을 결정한 후 자신의 나라 군인 역할을 어떤 자세로 임했는지를 표정과 대사, 의상에서 읽어내는 노력을 기울여보는 시도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