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혜옹주’ 박해일 탐구생활, 행복-관객-김장한 그리고 허진호 감독 [인터뷰②]
- 입력 2016. 07.29. 00:36:02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최근 가장 행복했을 때가 허진호 감독과 막걸리를 마실 때였다. 촬영을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고 지금까지 자주 (술자리를) 가졌다. 허 감독님이 어떤 분이고 어떻게 그런 작품이 나왔는지 알게 됐다. 한 창작자를 알게 된 게 내겐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의 가장 소소한 행복을 ‘허진호 감독’이라 말하고 싶다.”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일을 만나 영화 ‘덕혜옹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내내 박해일은 허진호 감독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였다. 그에겐 허 감독을 알게 된 게 기쁨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허 감독만의 ‘미묘한’ 연출이 있다. 그런 창작자를 만난 게 배우 박해일로선 최근들어 가장 행복한 일이다.
◆ 현장, 그리고 허진호 감독
박해일은 허진호 감독에 대해 애착이 깊은 듯 보였다. 연신 허 감독 이야기를 하며 흥미로운 듯 그의 연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허 감독을 향한 애정과 신뢰가 드러났다.
“감정은 배우에게서 나온다. 배우는 감정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주는 거고 연출은 감독의 방식인건데 감독님들 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허 감독님만의 방식을 한 가지 얘기하자면 충분히 준비해오고 (배우가)하고 싶어 하는 걸 해보게 한다. 최소한의 터치로 배우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가게 만들어주는 분이다. 배우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난 크게 무리와 부담은 적었다. 많이 믿어주시기도 했고.”
“허진호 감독님이 (영화를) 다루는 방식이 직접적으로 다루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감독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 철학이 쉽게 변하진 않는 것 같다. 물론 그와의 첫 작품이지만 덕혜옹주와 김장한의 관계도 감독님의 방식으로 만들었기에 미묘한 매력이 있다. 아쉬움이 있다 해도 그럴 수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 평생을 덕혜옹주를 지키는 헌신적인 인물이다. 젠틀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총을 쏘는, 군인으로 위장한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은 박해일이란 배우와도 닮아있는 듯하다. 박해일은 그런 김정한이 허 감독의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라 설명했다.
“캐릭터들은 보통 감독이란 사람에게서 알을 까고 나온단 생각이 든다. 덕혜옹주도 그렇고 각 캐릭터들에 감독님의 일부분이 조금씩 묻어 있다. 감독님이 신사적이고 매너가 있다. 철학과를 나오셔서 섬세함도 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지만 남자 배우를 다루는 방식에서 알 수 있을 거다. 감독님의 영화에선 남자 캐릭터가 한 여자만 쫓지 않는다. ‘덕혜옹주’에서도 정한이 덕혜옹주에게 가되, 거리는 좁혀지지 않더라. 이 영화에서 또 다른 캐릭터가 있다면 ‘시대’라 본다. 그 부분도 난 계속 염두에 두게 됐다. 그 시대가 갖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더라.”
◆ 배우 박해일. 걸어온 길, 걸어갈 길
‘은교’(2012)를 통해 노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에도 노역을 맡아 ‘노역전문배우’란 수식어가 붙을 것 같은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걱정은 없느냐’고 물었다.
“1차적으로 힘든 건 분장인데 (‘은교’ 때) 노인 분장을 한 내 모습을 한 번 봐서 예민함이 덜했다. 20대엔 ‘섬 전문 배우’였다. ‘인어 공주’(2004) ‘극락도 살인사건’(2007) 등 섬에서 찍은 것들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역할을 맡으며 새로운 걸 만들어하지 않겠나.”
‘괴물’(2006)에서 총을 쏘는 시늉만 했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직접 총을 쏘며 연기를 하는 경험을 한 데 대한 흥미로움을 드러냈다. 액션 신에서 부상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국내나 해외에서 요즘은 워낙 많이들 (총을) 쏘지 않나. 좋은 시기에 좋은 작품에서 쏴 보니 희열이 있었다.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굉장한 긴장감을 갖고 촬영했다. 다시 촬영을 하려면시간도 오래 걸려 정말 집중했다. 장롱을 들다가 허리에 담이 걸렸다. 총을 맞고 넘어지는 장면은 여러 번 찍었다. 촬영이 끝나고 열심히 잘 풀었다.”
데뷔 16년차인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고 앞으로도 쉬지 않고 달릴 생각이다.
“더 바쁘게 사는 분도 계세요. 제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녜요.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1년에 한 작품이라도 규모나 러닝타임 등을 따지지 않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염두에 두진 않아요. 주어지는 시나리오 안에서 봐야하는 거니까요. 작품에 대한 부담은 매번 똑같아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고 그게 잘 전달됐으면 해요. 이번 영화가 나오고 긴장도 되지만 한편으론 마음을 비워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