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재 “불안했던 시기 지나 이제는 편안한 상태, ‘열일’하고 싶다” [인터뷰]
- 입력 2016. 07.29. 10:07:29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암살’을 통해 변절자 염석진을 연기한 후 욕을 많이 먹어 좋은 역할을 찾았다고 너스레를 떤 바 있는 이정재가 이번에는 바람대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염석진과 대비되는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장학수는 임병래 중위를 모델로 한 인물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감수했던 숨겨진 영웅. 제목만 보고 전쟁영화로 생각했다던 이정재는 의외의 첩보장르와 실화에 끌렸다며 진짜 출연 계기를 밝혔다.
“전쟁영화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첩보영화의 틀을 끝까지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그건 두 번째고 실화와 실존인물을 다뤘다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제작진 측에서는 실존인물을 다루는 게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영화적 재미를 많이 가미하다보면 나중에 역효과가 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이건 거의 실화로 보면 된다고 했는데 1950년에 첩보 작전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고 의문도 있었어요. 그러다 제작진이 조사해온 자료들을 보고나서 사실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고 그렇다면 의미 있는 영화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몰랐었던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첩보영화라는 틀을 유지하는 게 영화적으로도 좋았죠”
‘암살’에 이어 또 한 번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이정재는 그쪽에 크게 관심이 있어 선택한 건 아니라면서도 모르고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근현대사에 아픈 사건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건들이 관객들에게 먹힐 것 같으니 그걸 이용해 영화를 만들자보자 했던 건 아니고 몰랐던 사건을 이제라도 좀 알려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붐은 예전부터 있었고요. 저도 집에 있으면 다큐도 보고 하는데 ‘5~60년이 지났는데 내가 모르고 살았구나’를 느꼈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알리려는 마음에 출연하게 된 거죠. 이 시나리오가 그런 걸 얘기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자칫 잘못하면 애국심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이정재 역시 그런 점들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애국도 사실은 사랑이라는 감정인데 그런 점들을 강요한다든가 어떤 요소로 사용한다든가 하는 거에 있어서는 저 역시도 거부감이 있어요. 감동을 주려한 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사실을 사실대로 썼는데도 애국애족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인천상륙작전’은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맥아더 장군으로 출연해 이정재와 한 장면에서 마주친다. 이정재는 리암 니슨과 한 영화에 출한 소감과 함께 그의 연기 열정에 대해 털어놨다.
“그분의 영화는 ‘미션’부터 ‘쉰들러리스트’ 등 많이 봤어요. 할리우드 배우로서 또 선배로서 궁금했지만 그도 연기자일 뿐이지 한국배우와의 차이점은 크게 못 느꼈어요. 짧은 한 장면을 촬영했기 때문에 그거가지고 다 간파할 수는 없겠지만 촬영 때 본 바로는 세밀한 부분까지 본인이 챙기려 하고 또 본인이 시나리오도 써오고 대사도 만들어서 이재한 감독님한테 보내는 등 대단한 열정을 보이더라고요. 두 분이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서로 두 달 넘게 수도 없이 했어요”
리암 니슨과 이정재가 만나는 장면은 영화에서 딱 한 장면 등장한다. 맥아더(리암 니슨)의 회상으로 등장하는 이 장면은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이조차도 원래는 없었던 장면이었다고. 장학수와 맥아더의 만남은 이정재의 아이디어로 탄생하게 됐다.
“초고에는 둘이 만나는 장면이 없었어요. 장학수도 맥아더도 중요한 인물이지만 계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나니까 만날 수 있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영화니까 그걸 이용해서 만날 수 있을법한 상황을 한 장면 정도는 넣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제가 제안했죠. 자료를 보니 6.25가 일어나고 며칠 안에 맥아더가 왔었다라는 것과 엑스레이 부대를 만들어서 첩보활동을 해달라고 해군에 의뢰했던 사실이 있어서 두 개를 이용해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한국에 왔을 때 훈련받고 있는 부대원들을 볼 수도 있지 않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죠”
최근 소위 ‘열일’을 하며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정재는 데뷔 10년 동안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며 당시 배우로서 가졌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연기자들은 항상 그런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제 은퇴를 결정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안 나왔으면 좋겠어’라는 대중들의 분위기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이 작품 끝나면 다음 작품은 뭘 해야 하나’ 등 그 당시에는 그런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편안한 상태라며 연기 자체가 재밌어 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열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 어떻게 보면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관계없이 연기 자체가 재밌는 거 아닌가, 스태프와 일하는 자체가 재밌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일하는 거에 대한 재미를 못 느끼다 보니까 연기를 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보면 연기를 안 하고 딴 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사실 영화 출연 편수를 늘린 게 이제 한 7~8년 됐어요. 기회만 된다면 2년에 3편은 꼭 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촬영 중에 바로 다음 작품을 결정해야하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일은 많이 하고 싶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