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덕혜옹주’ 남달리 애정 간 작품, 찍으면서도 울컥” [인터뷰①]
입력 2016. 07.29. 15:39:2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아직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에요. 영화를 다시 봐야 디테일하게 볼 것 같아요. 영활 보며 정말 많이 울었는데 가장 많이 울었던 건 공항 장면이에요. 실제 덕혜옹주가 밟고 싶었던 고국 땅을 나이가 많이 들어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온 거잖아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손예진을 만나 영화 ‘덕혜옹주’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열일’ 손예진, ‘덕혜옹주’에 빠지다

올해 초 ‘나쁜놈은 죽는다’가 개봉하고 지난 달 ‘비밀은 없다’에 이어 다음 달 개봉예정인 ‘덕혜옹주’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출연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다양한 영화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는 건 관객에겐 기쁨이다.

“‘비밀은 없다’는 찍은 지 꽤 됐고 지난해 개봉했어야 했는데 일 년 가까이 늦어지면서 올해 나왔다. ‘덕혜옹주’는 올해 초 촬영이 끝났다. 개봉시기가 비슷해져 갑자기 다른 영화로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보여주게 됐는데 그게 좋을 수도 있고 관객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비밀은 없다’ 자체가 여러 지점에서 내가 해보지 않은 강렬한 캐릭터다. 그래서 (관객이 기존과) 다른 모습을 봐준 것 같다. 한 달 사이로 ‘덕혜옹주’란 묵직한 영화를 통해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게 됐는데 좋게 평해주는 것 같아 행복하다. 언론시사회를 할 때 기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많았다. 언론시사회에서 나도 처음 보는 거다 보니 걱정이 정말 많다. 그런데 느낌상 좋아해 주는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덕혜옹주’는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진 않았다.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각색해 영화화했다. 실존인물을 다뤘지만 실화와 허구의 조화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렇게 탄생한 시나리오조차도 촬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거치고 다듬어져 영화로 탄생했다.

“처음의 시나리오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많이 달라져서 상황에 따른 대사를 (박)해일 오빠와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계속 상의했다. (영친왕) 망명 작전 같은 경우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시행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망명 작전을 잘 표현하면 스케일이 커지고 볼거리와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덕혜공주의 삶에 대해선 거짓이 있으면 안 되기에 잘 조절하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대사와 상황 바꿔가며 찍었고 각색을 정말 많이 하게 됐다. 상황들은 바뀐 게 정말 많았다. 소설에서는 많은 분들이 덕혜옹주와 딸 마사에와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을 슬퍼하셨는데 많이 빠졌고 다케유키와의 결혼생활이나 덕혜가 보온병을 가지고 처음 일본에 유학을 가는 부분에 대한 일화도 빠졌다.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 빠지는 게 많았고 망명 작전이 오히려 커졌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가 조금 더 스펙터클 해진 지점이 있다.”

원작 소설의 팬이었다고 밝힌 그녀는 실은 소설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소설보단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적인 부분에 치중하고 그것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나라의 비극과 닮은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란 한 여인의 인물을 한 번쯤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너무 예전에 읽었고 이후 다시 못 읽었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 많이 다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나 일화에서 나오는 것들로부터 덕혜란 인물의 디테일한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보온병에 얽힌 일, 일본으로 가서 느낀 외로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일본에서 상복을 입지 못하게 했던 일 등 그런 여러 상황도 있었고 결혼한 뒤 딸인 마사에가 엄마를 거부하고 자살한 그런 부분을 보여주는 비극이 많았는데 자칫 영화가 너무 무겁고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덕혜옹주’란 영화를 많은 분들이 느끼며 같이 다시 자료 찾을 수 있고 알게 되고 그런 게 중요했기에 재미와 비극적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참 힘들었다.”

그녀는 여유 있게 웃으며 이야길 나누다가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그랬지만 이번 영화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관심이 남다름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인물을 연기했단 것, (영화가) 덕혜옹주란 인물의 일대기란 것이 내겐 정말 큰 의미인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며 애정이 많이 간 게 사실이다. 실제 있었던 인물이다 보니 내 상상으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 연기해 전달해야하는 중간자적 입장이었단 게 (다른 영화에서와) 많이 달랐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며 울 수 있었던 건 ‘내 영화가 정말 좋아서’라는 그런 것과 다른 지점이다. 찍으면서도 울컥하는 게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른 영화들과 이번 영화의 차이가 뭔지 물었다.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자신의 생각 보다는 덕혜옹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던 게 가장 큰 과제였다.

“어려웠다. 어떤 인물을 연기해도 단순화 하고 싶지 않아 하는 편이다. 어떤 역할을 하면 (인물이) 풍성했으면 좋겠단 마음이 있다. 연기적으로 하나의 선만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이번 역할은 시대가 정확하고 인물의 사진이 남아있고 어떻게 접근할지 너무 어렵더라. ‘나라면 이랬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덕혜옹주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야 했다. 감정이 폭발할 때도 너무 절제하면 지루 할 수 있단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중간지점을 찾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허진호 감독이나 박해일도 그랬지만 손예진 역시 공항 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서도 의상에 특별히 신경을 썼지만 특히 공항 신에 있어선 각별히 고증에 더 중점을 뒀다.

“마지막 공항 신에선 거의 (실제 덕혜옹주가 입었던 의상과) 똑같이 갔다. 초반에 우리가 덕혜옹주의 의상을 어떻게 갈지 의논을 했다. 시대물이고 당시의 옷이 예뻤다. 요즘 복고가 유행하는데 요즘 입는 블라우스가 그 시대에 입었던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덕혜옹주가 너무 화려하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상의를 많이 했다. 마지막에 (공항 신의) 의상만큼은 정말 (실제와 똑같이) 맞추고 싶었다. 중요한 장면은 고증하려 많이 노력했다

‘덕혜옹주’를 통해 그녀는 처음 역사적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그녀에게 역사적 사실을 다룬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다른 작품을 촬영 할 때와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물었다.

“모든 작품을 대하는 자세는 똑같다. 코미디라 해서, 다른 장르라고 해서 더 쉬워지진 않는 것 같다. 웃으며 촬영할 수 있고 웃음의 코드를 고민하며 찍는 것도 분명 어렵다. ‘작업의 정석’(2005) 같은 경우 두 세 테이크 만에 찍기도 했는데 그런 것의 재미도 있지만 응축해 토해내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할 때의 마음가짐은 좀 다르긴 하다. 오롯이 표현해내 관객에게 이입시키고 공감하게 하기 위해선 여러 감정과 접점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하면서 더 깊어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을 보면 흉내 낼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도 계속 깊어져가고 있다.”

현장, 감독과 배우들

진중한 영화 분위기완 달리 현장은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손예진은 타이틀 롤로서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현장의 사람들이었다. 허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과 밝은 분위기 속에서 호흡을 맞추며 무거운 감정을 잊고 연기에 열중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대본이 나와 있긴 했지만 상황 리허설을 정말 많이 했다. 대사도 중간 중간 바뀌거나 동작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감자를 씻는 신에선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란 대사가 있는데 우리끼리 패러디하기도 했다.(웃음) 얘기를 많이 하면서 하다 보니 심각한 신에선 물론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고 유연한 사람이다 보니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기본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유연했다. 정말 심각한 장면을 찍는 상황에서 웃기기도 하고 서로 잘 맞는 게 있었다. 긍정에너지가 있는 사람들이라 행복했다. 혼자 있을 때 느꼈던 책임감 부담감이 현장에 가면 사라졌다.”

덕혜옹주와 어린 시절 부터 알고 지낸, 그녀를 평생 지켜주는 김장한은 박해일이 연기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각각 인터뷰를 통해 서로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장한 역을 박해일이란 배우가 해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예전부터 정말 (함께) 하고 싶었는데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도 못 만났다. 아마 (박해일에게) 작품이 많이 갔을 텐데 서로 엇갈려 못 만났을 거다.(웃음) 심지어 (장한 역에)잘 어울린다. 그 시대와 (잘 어울리는) 그런 느낌이 있다. 박해일이란 배우가 가진 다양성, 그 속에 순수한 진정성(이 있고) 사람 자체도 연기적 믿음도 장한이란 인물이 덕혜옹주를 끝까지 지켜주는 인물이라 거기서 오는 보호 받고 있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고 고마움이 가장 컸다. 나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신도 많았고 나중에 부상도 당했다. 총격전이 정말 셌다. 서로 촬영할 때 상대배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카메라가 다가올 때 시선이 저 너머를 보고 연기할 때가 있다. 해변 신에서 박해일 오빠에게 부탁해 앞에 있어달라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연기를) 해 보며 감정을 잡는 게 많았다. 해변에서 끌려갈 때 가슴이 정말 아팠다. 박해일이란 배우가 그 마음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좋았다.”

영화에서 박해일과 남녀로 호흡을 맞췄다면 라미란과는 여자들의 끈끈한 정을 보여준다. 덕혜옹주의 곁을 지키며 궁녀이자 동무로서의 역할을 하는 복순을 연기한 라미란은 손예진을 감탄하게 하고 감정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준 존재다.

“엄마 같고, 친구 같고, 언니 같고 복순이란 역할이 그런 역할이었다. 처음 대본을 보자마자 ‘라미란 언니다’라고 생각했다. (라미란이)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하기 전이었다. ‘소원’(2013)이란 작품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작은 신에서 조차도 웃음과 페이소스가 정말 잘 와 닿았다. 다행히 정말 바쁘진 않은 상황이었다. 드라마를 하기로 했다고 했었다. 고사를 지내고 우리 영화를 찍고 시작한 거다. 바쁜 와중에 드라마 촬영으로 밤을 새고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밤샘을 하고 오면 티가 나게 마련인데 전혀 티를 안냈다. 복순이 (덕혜옹주와) 헤어지는 장면은 육체적 감정적으로 힘든 신이었는데 쉬는 시간에도 끝까지 앉아있더라. 정신력이 대단했다. 헤어지는 신에서의 절절함이 느껴져 감정신을 찍을 때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라미란의) 비명소리를 키워 달라고 했다.”

덕혜옹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소현은 실제 손예진의 닮은꼴로도 유명하다. 외모도 닮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만큼은 덕혜옹주라는 한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외모를 넘어 연기까지 닮은 모습을 갖춰야 했다. 자신과 닮은 아역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그녀는 어떤 것을 느꼈을까.

“현장에서 만나 얘기할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김)소현이가 아기 때부터 쌓아온 감정이 자연스럽게 감정이 증폭돼야 했고 그걸 받아서 해야 하기에 싱크로율이 안 맞으면 생뚱맞을 수 있었는데 잘해줘서 좋았다.”

손예진은 관객들이 덕혜옹주를 어떻게 봐줬으면 할까. 그녀는 덕혜옹주가 생전에 가졌던 생각과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연기에 임했다. 실존 인물의 생각을 그 상황을 통해 유추해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객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덕혜옹주는 독립투사도 아니고 엄청난 업적을 남긴 분도 아니었어요. 일본에 끌려갔지만 교육을 받고 지원을 받고 살았더라면, 그냥 자신만 생각했다면 편히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부분에서 더 마음이 그래요.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편지, 거기서 오는 게 원동력인 것 같아요. 한 여인의 삶이 역사처럼 비극적이었단 걸 생각하고 덕혜옹주가 망명 작전에 실제 포함됐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 했어요. 우리가 하는 고민과 관객들이 보고 싶은 모습이 분명하게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옹주란 인물은 공주가 아니에요. 덕혜가 가진 마지막 비극성이란 것들이 엄청난 교훈이 있는 건 아니지만 관객들이 한번쯤 보고 기억했으면 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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