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2’ 빙판위의 오합지졸, 뜨겁지 아니한가 [씨네리뷰]
입력 2016. 07.30. 21:21:44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미소 띤 얼굴로 ‘얼음 위에선 언니도 동생도 없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건네는 지원(수애)의 모습은 영화에 포함된 많은 것을 함축한다. 스포츠 영화를 표방하며 그 속에 가족, 동료애 등을 담은 이 영화는 차가운 빙판에서 흘리는 뜨거운 땀방울로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흔한 감동코드로 여겨질 수 있는 선수들의 노력과 끈끈한 우정에 남북코드가 더해져 변주를 했다. 또 다른 감동 포인트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선수들이 똘똘 뭉쳐 우정과 희생으로 감동을 자아낸다는 주제만으론 평범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 약해질 수 있는 영화에 남북코드를 더하면서 가족이라는 감동 포인트를 추가했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을 통해 야구 선수 이야기를 다룬 김종현 감독이 아이스하키 선수의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2’(제작 KM컬쳐)로 돌아왔다. ‘국가대표2’는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 ‘국가대표’(2009)가 800만 관객을 기록하는 성공적인 성적을 거두면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다룬 ‘국가대표2’ 역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가대표2’는 탈북 아이스하키 선수 리지원(수애), 강제퇴출 된 쇼트트랙 선수 채경(오연서), 사는 게 심심한 아줌마이자 빙판에선 열정적인 고영자(하재숙),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 출신 고미란(김슬기), ‘취집’으로 인생 반전을 꿈꾸는 전직 피겨요정 김가연(김예원),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신소현(진지희)이 말만 번지르르한 주니어 아이스하키 우정상에 빛나는 국대 출신 감독 강대웅(오달수)을 중심으로 뭉쳐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승리하고자 하는 과정을 다룬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오합지졸의 도전, 그 안에 담긴 우정 열정 가족애, 스포츠 정신 등을 통해 감동과 울림을 전하려 한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이 차가운 빙판위에 흘리는 열정적인 땀방울은 그들이 뛰어나지 않기에 더 빛나 보인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간절한 그들의 몸짓과 동료들을 지켜보는 주인공의 복잡한 감정이 뒤섞이며 시작점을 알 수 없게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영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다르다. 전반부는 감정의 높낮이나 카메라 워크, 음악 등이 전반적으로 잔잔하다. 단순히 전작인 ‘국가대표’의 여성 버전 같은 느낌이 들 만큼 겹쳐지는 부분도 많다. 두 주요 인물인 지원과 채경, 이들 사이의 갈등이 전작과 겹치면서 전작의 스키 점프가 아이스하키로 경기 종목이 바뀌고 남자 선수에서 여자 선수로 성별에 변화만 준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남북 이슈가 등장하면서 남북 선수들 간의 갈등과 화합, 우정을 다룬 ‘코리아’(2012)의 남한 탁구선수를 연기한 하지원, 북한 선수 역을 맡은 배두나가 겹쳐 보인다.

곳곳에 유머를 심어놨지만 이 역시 아주 트렌디한 느낌은 아니다. 지루함에 지쳐갈 때 쯤 중반부에 다다르고 이때 경기장면을 기점으로 영화는 급반등하기 시작한다. 후반부에 폭발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자 전반부를 지나치게 잔잔하게 설정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터 본격적인 빙판 경기 신이 시작된다. 우선 차가운 빙판 위를 질주하며 날리는 얼음조각이 여름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시각적 만족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영화에서 기대하는 시원스런 장면이 처음 등장하고 전반부의 잔잔하기만 하던 흐름이 변화를 맞으면서 다시 영화에 집중하게 한다. 속도감 있게 빙판을 가르며 과격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오락적 쾌감을 자극하고 빙상장 밖에서 평범하고 지루하던 캐릭터들이 특별해보이기 시작한다. 배성재 아나운서의 해설은 경기에 박진감을 더하고 전작에 이어 해설가로 등장한 반가운 얼굴, 조진웅은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다소 지루한 전반부가 지나가고 영화가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잔잔하던 전반부의 드라마적 흐름은 경기가 진행돼가는 흐름을 타고 함께 고조된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강한 의지로 최선을 다하며 흘리는 땀방울은 이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안타까움과 감동이 동시에 밀려오는 지점이다. 이는 남북의 경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특히 탈북선수 지원의 가족사가 집중 조명되면서 남북 이슈가 등장하고 자신의 잘못을 탓하며 지금껏 노력해온 것을 뒤로하고 위기를 맞는 그녀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최고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북에 두고 온 수애의 동생 리지혜로 등장하는 박소담의 모습도 눈을 사로잡는다. 헬멧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매서운 눈빛과 빙판 위를 달리는 모습이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원에게 큰 죄책감인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냉랭함은 오히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원망 보다 더 서늘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등장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남북의 경기는 화려한 카메라 워크로 보는 재미를 준다. 과격한 경기와 함께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격화되고,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모든 갈등과 감정이 폭발한다. 결국 이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로 통한다.

특히 북과의 경기에선 탈북선수로서의 지원의 아픔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 전까지 묵묵히 속에 담아두며 표현하지 않던 그녀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폭발한다. 북에 두고 온 자신의 삶, 동료와 동생 그리고 이것이 큰 이유가 되기도 하는 남한에서의 행복하지 못한 삶이 모두 소용돌이치면서 그녀의 아픔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북한 선수들이 지원을 거칠게 대하는 이 장면은 실화를 거의 그대로 반영했고 영화보다 영화 같은 실화가 갈등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며 큰 힘을 보태 영화를 받쳐준다.

경기를 통해 보여주는 그녀에 대한 동료와 동생의 원망, 그리고 현재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그에 저항할 수 없는 현실과 그로인해 무너지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또 한 번 놀랍다. 실제 과거 탈북해 남한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한 선수가 경기에서 겪은, 과거의 동료들로부터의 싸늘한 시선과 날선 말들은 살벌하다. 과거의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란 말을 듣고 강한 원망의 시선을 받는 상황을 관객은 영화를 통해 지원의 시선으로 겪게 되고 그래서 생생하게 공감하게 된다. 실은 북한 선수의 시선으로 본다면 지원은 그저 변절자이고 동생을 버리고 간 매정한 언니일 뿐이다.

오합지졸 멤버들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단지 많은 이들이 사회적 지위나 체면 등을 생각해 무모한 도전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지 않거나, 실패의 두려움으로 승산 없는 목표에 대한 도전을 피할 뿐, 솔직하고 과감하게 정면승부 하는 영화 속 선수들의 모습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하지만 보다 용감한 캐릭터들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족한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한 이들은 누군가의 눈엔 한심하게 비춰지지만 그럼에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눈앞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 위해 죽을힘을 다한다. 이들은 대체 뭘 위해 그토록 최선을 다하는 걸까. 뭔가를 이뤄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개인의 만족이 시작점이라면 함께 꿈을 위해 달리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피어난 끈끈한 동료애는 선수 모두에게 그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된다. ‘남’이었던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쌓은 공동체 의식이, 더 이상 자신만의 승리가 아닌 공동의 승리를 생각하며 의지와 끈기를 갖고 달리게 하고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드러낸다.

이 영화는 스포츠의 박진감, 그 속에 녹인 가족애와 우정·용서 등을 통해 오락성과 감동을 모두 잡으려는 연출 의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런 이 영화 속에서 우리는 너무 주위를 의식하는 것 보단 자신의 꿈에 확신과 용기를 갖고 전진하라는 조용한 메시지를 받아들 수 있다. 오합지졸 선수들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 위기를 맞고 갈등 끝에 눈물을 흘리다 웃게 되기도 하는 그런 모습이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낯설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그들이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한다면 함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조금 부족할지언정, 불가능해 보이는 일 앞에서도 우습게 비춰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몸을 던져 앞을 보며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낸다. 또한 이것이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용기를 준다.

다음 달 10일 개봉. 러닝타임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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