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2’ 오연서 “채경 역, 욕할 기회 얻어 재미있었죠” [인터뷰①]
- 입력 2016. 08.02. 15:08:0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여름에 개봉 하기에 시원한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올 여름) 개봉할 영화들이 다 평이 좋고 기대작이 많아 관객들이 즐거울 것 같아요. 여러 색의 영화가 많이 개봉해 나도 역시 배우로서 즐겁고 다 잘 됐으면 해요. 아무래도 색이 다르니 다 봐주셨으면 해요. 한국 영화가 다 잘되면 좋으니까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오연서를 만나 영화 ‘국가대표2’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영화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아이스하키선수 채경 역을 맡은 그녀는 과감히 숏컷으로 변신, 청순가련한 외모와는 달리 터프하고 보이시한 모습을 보여준다.
빙판 위를 달리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한 이번 영화는 오연서의 말대로 여름에 시원하게 보기 적격인 영화다. 그녀는 동료 배우들과 서로 도와가며 촬영하는 과정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았고 영화를 보며 그것들을 떠올렸다. 아울러 그녀는 기대하던 경기 장면 역시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평했다.
“영화를 보며 촬영했을 때 힘들었던 점, 재밌었던 점들이 새록새록 기억나더라. 경기장면이 스펙터클하고 멋있게 나와서 감탄했다. 촬영하며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는데 잘 나왔다.”
오연서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로 세계랭킹 5위의 실력파 선수인 채경을 연기했지만 실제 스케이트는 처음 접했다. 근육통에 시달리면서도 3개월에 걸친 훈련에 꾸준히 참여한 끝에 영화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오합지졸 멤버들 가운데 지원(수애)과 함께 빛나는 실력자를 연기한 그녀는 실제로도 채경 처럼 운동과 친한 사람일까.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좋아하진 않는다. (운동신경이) 나쁘진 않은데 얼음판에서 하는 건 땅에서 하는 것과 다른 것 같다. 얼음이란 게 있어 좀 많이 힘들었다. 보호 장비가 있어 안도감에 빨리 늘긴 했다. 부상이야 다들 당했다. 김예원은 어깨 탈골이 있었고, 하재숙은 중간에 무릎 수술도 했다. 작은 멍이나 근육통을 거의 매일 달고 살았기에 근육통 약은 매일 먹었다.”
첫 촬영은 갯벌장면 이었다. 배우들은 마치 운동선수가 되어 고된 훈련을 받는 듯한 촬영을 하면서 돈독해졌고 이후 촬영에도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힘들었다. 첫 촬영 장면이었는데 배우들이 고생하고 서로 얼굴을 닦아주고 하면서 정말 많이 친해졌다. 갯벌 신을 다 찍고 나서 끝났다고 생각하고 샤워를 하고난 뒤 분장을 다 다시해서 논두렁 달리는 신을 재촬영했다. 그런데 통편집이 돼 마음이 아팠다. 속으로 많이 욕을 했다.(웃음)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왜 다시 찍었나’ 생각했다. 다음날 (배우들이) 다 침을 맞았다더라. 우리끼린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 게 견디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릴 왜 이렇게 힘들게 할까’ ‘훈련 받으러 온 것 같다’라며 넋두리를 했다. 우리끼리 ‘공공의 적’을 만들어 똘똘 뭉쳤다.(웃음)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영화를 통해 본 자신의 연기를 보며 그녀는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녀에게 채경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들었다.
“사실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워낙 캐릭터가 각자 뚜렷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나왔다. 멋있어서 좋았고 찍으면서 재미있었다. 찍어놓은 분량이 많다보니 편집된 장면도 많긴 하다. (채경을 연기하며 기본적으로 생각한건) ‘무시’였다. 채경이 원래 쇼트트랙 국가대표에 세계 랭킹 5위의 선수다 보니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게 불쾌하고 짜증이 나고 무시하고 싶고 그런 게 초반에 많이 있다. 나중에 (동료들과) 하나 되는 과정이 전지훈련에서 경기로 이어지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온다.”
다소 터프한 성격의 채경을 연기한 그녀는 영화에서 가장 거친 말투를 가진 인물이다. 수위는 낮지만 거침없이 욕설을 하는 모습이 때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여서 나래를 많이 못 펼쳤다.(웃음) 채경 같은 경우 더한 욕이 나와야하는데 귀여운 욕으로 대체했다. 욕은 평소 할 일이 거의 없어서 찍으면서 (욕을 할 기회가 생겨) 좀 재밌긴 했다. 다음엔 본격적으로 ‘차진’ 욕을 할 수 있는 역을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러 온 사촌동생이 ‘언니 욕하는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었다’며 내가 한 욕에 대해 ‘무슨 뜻이냐’고 묻더라. 욕설은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웠다. 감독님이 제안한 단어에 대해 (수위가 낮아) ‘욕이 맞나’ 하긴 했다.”
그녀는 선배인 수애와 함께 메인 캐릭터로 호흡을 맞추며 그녀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막내인 진지희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애언니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이기에 무섭기도 했고 나이차도 나기에 처음 인사하는 날 긴장해서 발을 삐끗했다. 언니도 날 까칠하고 몸을 사릴 것 같은 사람으로 봤는데 내가 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온 날 ‘아깝지 않았냐’고 물어봤을 때 ‘괜찮아요’하고 털털하게 답했더니 그때부터 다르게 본 것 같다. 훈련을 하면서 친해졌다. 먼저 다가가려 노력했는데 그건 당연한 것 같다. 친해지니까 정말 밝고 귀여우시더라. 이번에 인터뷰 등 행사를 하고 다니면서 언니가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가(배우들이) 해 달라고 시키니까 춤도 추고 그랬다. 정말 좋았다. 연기하면서 교감도 좋았다. 지희는 똑똑하고 잘 한다.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너무 어른스러워서 좀 더 애기 같았으면 한다. 그 나이가 더 어른스러울 때인 것 같다. 막상 스무 살이 되니 그렇게 어른스럽지 않더라.”
10여년의 무명생활을 견딘 그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꿈을 위해 달려왔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관객 역시 자신처럼 이번 영화를 통해 스스로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채경은 고시원에 산다. 부모님도 없다. 쇼트트랙을 하고 싶고 금메달을 따고 싶어 하는데 불같은 성격과 (1등인) 이보미(하니)란 친구 때문에 빛을 못 발한다. 잘 하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않아 좌절하는 등 뒷이야기가 많은데 편집된 장면도 많이 있다. 내 신 뿐 아니라 다들 조금씩 들어낸 부분이 있는데 영화가 잘되면 감독판으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청춘들은 다 힘들구나’ 했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도 그런 부분에 마음이 갔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생각했다. 지금은 욕심이 없는 편인데 어릴 땐 욕심이 많았다. 좀 짠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채경은 경기 때 응원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영자(하재숙)는 남편이 응원해주는 설정이고 다른 선수들은 가족도 있는데 그녀만 없다.”
긴 무명시절을 지나 현재 많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스타로, 배우로 우뚝 선 대신 과거 소소한 삶을 즐기던 그녀의 삶이 이제는 조금 조심스러워 지고 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했던 소중한 경험이 현재를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에 이젠 그 시간도 값진 시간으로 남아 있다.
“다행이었던 건, 학교를 굉장히 재미있게 잘 다녔다. 고등학교·대학교를 (배우)활동을 하며 다녀 중간 중간 미팅도 있고 촬영도 있었기에 완벽히 참여는 못했지만 수업이나 엠티 등 학교 생활에 많이 참석했다. 그런 시간이 내겐 값진 시간이다. 물론 잘 된 친구들, 동료들이 있으면 사람이니 질투가 나긴 했다. 당시 욕심도 많았고. 다스리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뭐가 부족한지 생각을 많이 했다. 외모적으로도 살을 뺀다든가 연기적으로도 그랬다. 많이 기다리다보니 기회가 왔고 잘 잡은 것 같다.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값진 시간이라 생각한다. 많은 걸 경험했고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됐다.”
그녀는 무명시절의 일화를 들려주며 마무리로 힘든 이들에게 ‘용기를 냈으면 한다’는 씩씩한 메시지를 던졌다.
“어려서부터 유명했던 분들이 자유롭지 않아 소소하고 사소한 경험을 많이 못 하는데 (나의 경우)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연극 연습이 끝나고 나면 새벽 두세 시였어요. (첫)차가 올 때 까지 학교 앞 슈퍼에서 번데기 탕과 구운 햄 안주에 소주를 마시고 그랬던 기억이 재미있어요. 성격이 많이 바뀌어 (유명세에 대해) 딱히 불편한 건 못 느껴요. 당시 외향적이었다면 지금은 집에 있는 걸 좋아해요. 아무도 못 알아봤으면 할 때도 있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분들이 다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나도 하는데!”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