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덕혜옹주’ 손예진+김소현, ‘색감’으로 전달된 처연함
입력 2016. 08.05. 17:02:57

영화 '덕혜옹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덕혜옹주’는 36년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아픔 한가운데 조선 시대 마지막 황녀이자 비운의 황녀로 역사에 기록된 덕혜옹주의 삶을 논픽션보다 더한 리얼리티로 재해석했다.

‘덕혜옹주’는 1919년 고종이 서거한 6살부터 창경궁 낙선재에서 숨을 거둔 1989년까지 70여 년의 파란만장한 덕혜의 삶을 그린다. 13살이던 25년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 62년 한국 땅을 다시 밟기까지 38년의 굴곡진 삶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국사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인물을 그린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은 손예진은 실제 덕혜인 듯 관객들을 그녀 삶 속으로 끌어들인다. 관객마저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듯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 실린 표정은 황녀의 품위를 지킨 드레스코드 속에 숨겨진 세세한 설정들로 생동감 있게 관객에게 전달된다.

‘덕혜옹주’ 영화의상을 담당한 권유진 감독은 “덕혜는 힘없는 왕족으로 볼모로 일본으로 끌려가고, 독살 위험 때문에 보온병을 늘 가지고 다닌 인물입니다. 얼마나 어린아이가 마음을 졸이면서 살았겠어요. 정신병원을 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라며 “그 나라 해, 그 나라 공기도 접하고 싶지 않았겠죠. ‘그 나라 해를 바라보고 싶었겠으며, 즐겁게 웃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라며 의상 작업에서 중심으로 잡은 이미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의상 콘셉트에 따라 장치된 설정 중 가장 명확하게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이 색감이다.

◆ 덕혜 김소현 기모노 : 골드 옐로+벚꽃 핑크

13살 조선 황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한태수의 협박으로 결국 일본행을 택한 덕혜(김소현)는 끝까지 거부했던 기모노를 입고 궁을 나선다. 이때 벚꽃이 흩뿌려진 듯 은은한 벚꽃 핑크가 배색 된 기모노를 입은 덕혜의 아름다움과 고고함이 관객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이는 앞선 장면에서 내선일체를 위해 공식행사에 기모노를 입고 나올 것을 강요받았음에도 결국 보란 듯 복순에게 기모노를 입힌 당당함으로 인해 더욱 더 ‘한’의 감정을 자극한다. 이때 기모노는 은은한 골드 빛 옐로로 역시나 비슷한 화이트 톤에 뿌리듯 얹혀진 색감이 덕혜와 기모노 사이의 수용과 대립의 미묘한 감정 대립을 끌어낸다.

권 감독은 “기모노 하면 연상되는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면 덕혜의 감정을 잡아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옅은 옐로와 핑크를 선택했습니다. 원래는 흰색을 생각했는데 그건 과도한 설정 같았고 그래서 합의점을 찾은 거죠”라며 최대한 색을 빼되 덕혜의 캐릭터를 또렷하게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옐로 핑크를 은은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 덕혜 손예진 클래식 : 퍼플, 옐로, 파스텔 핑크

일본 동경 학습원을 마친 덕혜(손예진)는 오빠 영친왕과 함께 동경에 기거하며 숨 막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보온병을 들고 다닐 정도로 독살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했고 원치 않은 행사에 끌려다녀야 했던 덕혜의 침울한 내면은 화이트 베이지의 무채색 계열 의상으로 녹여냈다.

권 감독은 “고독하고, 혼자 있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덕혜의 쓸쓸함을 무채색으로 표현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러나 무채색으로만 가면 배우에 실리는 힘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쓸쓸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컬러를 가미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장한(박해일)이 육사를 졸업하고 소위가 돼 그녀 앞에 나타면서 희망이 없던 그녀의 내면이 동요하기 시작하고 이때 권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덕혜의 이미지가 생명을 얻는다.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김장한과 함께 찾아갈 때 입었던 옐로 코트, 김장한과 마주한 순간만큼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덕혜의 마음을 담은 파스텔 톤의 핑크는 짧아서 더 서글프도록 그리웠던 순간을 관객이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특히 스틸컷과 티저를 통해 가장 많이 공개된 해안가 장면에서 보라색 롱스커트는 컬러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권 감독은 “해안가가 무채색이어서 옷도 무채색이면 안 되니까 컬러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굳이 보라색을 사용한 것은 ‘혼자다. 그래도 혼자다. 혼자 버텨야 한다’ 이런 덕혜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덕혜옹주’는 거창한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잊혀가고 있는 한 많은 여자의 삶이 결국 우리 삶의 한 단편과 연결돼있음을 깨닫는 순간 127분의 상영시간이 종료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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