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덕혜옹주’ 손예진 품은 라미란, ‘트래디셔널 코드’ 읽기
입력 2016. 08.08. 10:04:23

영화 '덕혜옹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덕혜옹주’는 일제 강점기 시작과 끝 36년보다 더 길고 잔혹한 삶을 살았던 조선시대 마지막 황녀 덕혜의 가슴 시리도록 아픈 삶을 그리고 있다.

옹주였음에도 고종의 사랑을 듬뿍 받아 공주의 지위를 누렸던 덕혜는 1919년 6살, 아버지 고종을 잃고 13살이었던 25년 일본에 볼모로 끌려가 친구이자 가족, 때로는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준 시녀 복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순간 역시 복순(라미란)이 덕혜(손예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으로, 예고 없이 순간 갑자기 툭 튀어나와 관객을 소스라지게 놀라게 한다. 이 장면은 픽션 혹은 논픽션 논란을 떠나 복순과 덕혜의 자아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가 됐음을 설명하는 장치로 더없이 완벽하게 작용한다.

분리될 수 없는 샴쌍둥이를 보듯 합치된 감성적 교감은 브리티시 클래식인 트래디셔널 코드로 의상을 맞춤으로써 관객에게 더 명확하게 전달된다. 체크패턴과 넓은 칼라, 하프 혹은 롱의 길이가 길고 보디라인을 살린 실루엣의 코트 등 보수적 코드의 트래디셔널로 당시 시대상을 드러낸다.



그러나 덕혜와 복순의 신분 차이와 극 중 캐릭터를 또렷하게 부각하기 위해 트래디셔널 코드의 해석을 달리했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권유진 감독은 “복순을 맡은 라미란은 젊게 보이게 하는데 힘을 싣고, 손예진은 소녀 같은 약한 느낌을 표현하는 초점을 맞췄습니다”라며 두 캐릭터의 의상 설정 방향을 설명했다.

특히 타이틀 롤을 맡은 손예진의 의상에 대해서는 “라미란과 손예진 모두 트래디셔널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손예진은 프렌치 스타일의 귀족이면서도 여성적인 선이 살아있는 느낌으로 풀어갔습니다”라며 야리야리하지만 한편으로 강단 있는 이미지까지 살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대해 밝혔다.

코트에서 둘의 신분과 캐릭터의 차이를 드러내는 확실하게 갈리는 지점이 드러난다. 라미란과 손예진 모두 넉넉한 실루엣을 입지는 않지만, 라미란은 허리나 어깨가 살짝 커 보이는 반면, 손예진은 각진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선으로 보디라인이 강조된다.

권 감독은 “손예진은 일부러 허리선을 살리기 위해 코트의 허리벨트를 뒤로 묶는 방식으로 옷 자체뿐 아니라 착장할 때도 각별히 신경썼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치밀하게 설정된 손예진과 라미란의 각기 다른 스타일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일본이 항복했다는 뉴스를 라디오를 통해 들은 덕혜가 딸 정혜와 함께 한국으로 가려는 시도를 하는 장면에서 손예진이 과거 복순이 입었던 코트와 유사한 패턴과 디자인의 버건디 색 코트를 입어 오랜 일본 생활 동안 그녀의 정신적 신체적으로 달라진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손예진과 라미란은 실제 덕혜와 복순인 듯 완벽하게 교감을 이루며 혈연관계 그 이상의 진한 애정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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