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상감독 say] ‘덕혜옹주’ 장한 박해일, 절제된 의상의 숨은 뜻
- 입력 2016. 08.09. 15:16:12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덕혜옹주’는 덕혜를 찾는 김장한의 여정과 시간 흐름을 같이한다. 해방 후 기자가 된 장한은 영친왕 소식을 전해 듣고 일본으로 날아가 영친왕의 비 이방자 여사에게 덕혜의 소식을 묻지만 그녀를 쉽게 찾지는 못한다.
영화 '덕혜옹주'
1919년 서거하기 전 고종이 6살 어린 덕혜(손예진)의 정혼자로 장한(박해일)을 점찍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돼 볼모로 끌려간 일본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조국의 독립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면서 남녀의 애정보다 더 깊은 동료애로 서로를 감싸 안는다.
영화 속에서 박해일은 행동 뿐 아니라 모습까지 마치 덕혜 그림자처럼 그려진다.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듯 가냘픈 덕혜 옆에서 그녀의 친구이자 아버지처럼 위로가 돼준 장한 역할을 위해 박해일은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클래식 코드의 쓰리피스 슈트 차림을 하고 일상에서도 항상 베스트를 갖춰 입는 김황진 역의 안내상, 이우 역의 고수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결한 옷차림으로 일관한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권유진 감독은 “손예진이 돋보여야 된다는 것이 김장한 역할 맡은 박해일의 생각이었습니다”라며 다른 남자배우들과 비교해서도 유독 간결했던 의상에 대해 배우 박해일이 가졌던 생각을 전했다.
박해일은 젊은 시절부터 중년을 넘긴 나이까지 폭넓은 세월을 소화해낸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많이 등장했을까 싶을 정도로 전체 스토리에 내에서 도드라지지 않지만 무게감 있게 사건이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 박해일은 중년으로 시작해 청소년에서 젊은 시절로 10대에서 중년까지 40여년의 시간을 오간다.
권 감독은 “중년의 박해일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에 맞게 너무 후줄근하지 않은 정도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양복을 입는 설정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권 감독은 “박해일이 쓴 안경은 진짜 돋보기입니다. 카메라가 옆모습을 잡을 때 렌즈 모양으로 돋보기가 진짜인지 아닌지 금세 판별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돋보기를 고집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육사를 졸업하고 덕혜와 다시 재회하는 20대에는 군복 혹은 하프코트와 슬랙스의 심플한 슈트로 기대고 싶은 믿음직한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권 감독은 “젊은 장한은 활동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덕혜의 보호자로서 남자 장한을 그리고자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장한은 결국 덕혜를 찾아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선 땅을 밟을 수 있게 해준다. 해안가에서 헤어진 후 수 십년의 세월 동안 장한은 왼쪽 다리를, 덕혜는 마음을 잃었다. 마음을 잃은 덕혜를 끝까지 지켜낸 장한을 담담하게 표현해낸 박해일의 시선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 선 ‘덕혜옹주’가 관객에게 설득력을 부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덕혜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