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그녀에게 ‘위키드’-‘글린다’가 가지는 의미 [인터뷰①]
입력 2016. 08.09. 15:56:19

정선아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위키드’는 저의 뮤지컬 인생 자체인 것 같아요. 철이 없었던 시절 ‘위키드’를 시작해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됐고, 주변 동료들을 돌볼 수 있는 힘과 눈이 생겼어요. ‘글린다’가 앞에서는 천방지축에 허영심 많은 캐릭터지만, 뒤로 갈수록 빛을 발하면서 모두를 아우르는 힘이 있어요. 조금씩 생각을 더 크게 하게 됐고, 나부터 보기보단 주위, 내 동료들을 다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위키드’ 하면서 철이 들었어요”

뮤지컬 ‘위키드’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글린다’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선아를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위키드’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뮤지컬 배우로서의 신념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정선아는 서른 중반이 된 지금 ‘뮤지컬계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무대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크다는 정선아는 유독 ‘위키드’에 대해 뜨거운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뮤지컬 ‘위키드’에 통산 173회 출연하며 ‘글린다’로서 국내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운 정선아는 “제가 공연에서 100회 이상, 150회 이상 같은 역을 할 수 있을 줄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관객 분들이 많이 보러와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계속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3연 때도 또 불러주시면 좋겠다. ‘글린다’라는 역할을 제가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그 애정도가 관객 분들에게도 잘 보여서 ‘정선아가 글린다에 딱이다’ 이런 평가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정말로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행복하지 않은 작품이 없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고, 재연을 하면서 조금 더 감정도 깊어졌고. 인간 정선아, 배우 정선아로서 감사함 투성이인 작품이다”



2004년 초연 이후 2016년 재연을 통해 다시 한 번 ‘글린다’와 만나게 된 정선아는 초연과 재연에서 가장 달라진 점으로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꼽았다. 전에는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따라가기 급급했다면, 지금은 관객 분들이 이해하실 수 있게 조절하고, 극을 완성하는 법을 조금은 안 것 같다고.

“초연 때는 그냥 따라가기 급급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했던 것 같다. 두성을 쓰는 발성법이나 귀여움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 센 느낌의 배우가 왜 알파바를 선택하지 않고, 글린다를 선택했냐는 얘기도 들었었다. 그런 분들의 생각을 뒤집어 놓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즐겁고 예쁜 역할도 할 수 있다, 보여드려야겠다, 생각을 해서 그 부분에만 집중을 했던 것 같다. 글린다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인 ‘Popular’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초연 때는 그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다. 하지만 지금은 글린다가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과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슬픔을 느끼는 글린다를 보여드리고 싶다. 그녀의 심정 변화를 좀 더 관객 분들께 이해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 그 이전의 과거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위키드’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볍게 뮤지컬을 보러 왔다가 ‘가족과 우정’에 대한 깊은 메시지와 울림을 얻고 돌아가기도 한다. 정선아는 ‘위키드’를 가족 힐링극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스로에게도 이 작품은 힐링이 되는 것 같다. 무대도 너무 아름답고, 동심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작품이다. 남녀노소 나이에 상관없이 누가 봐도 아는 것만큼 무대가 보인다. 어렵고, 유치한 느낌보단 그 안에서 여러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내용도 있고, 피부색이 다르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도 있고. 우정이라는 메시지도 크게 작용한다. 그 안에서 여러 감동과 메시지를 관객 분들이 가지고 가시는 것 같다. 노래가 막 특이하고, 특별하고 이런 것보단 메시지들이 주는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다”

정선아가 연기하는 ‘위키드’의 글린다는 자칫 과할 수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표정과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선아는 전혀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밸런스를 잘 맞춰 소화한다. 그 모습의 정점을 찍는 것이 바로 노래 ‘Popular’다. 알파바와 친구가 된 후 그를 변신시키고, 희망을 주는 글린다의 모습은 ‘위키드’ 속 글린다의 역할과 심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극과 사람이 잘 맞는다, 안 맞는다는 정말 얇은 종이 한 장 차이와 같다. 호흡이 안 맞네, 존재감이 없네, 이런 것들이 역할 사이의 밸런스로 이뤄지는 느낌이다. 이 작품은 알파바와 글린다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여러 앙상블과 함께하는 밸런스도 생각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굳이 뭔가를 끄집어내야지,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대본이 잘 짜여져 있다. 자동적으로 그 대본, 가사, 음악에 다 담겨 있다. ‘Popular’라는 곡은 대본만으로도 이 캐릭터의 성향, 성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뭔가를 담아서 하려고 하지 않았다. 필요 없는 걸 더 하거나, 말을 더 하거나 하지 않고 텍스트 그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위키드’가 정선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이냐 물으니 단번에 ‘보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한 그녀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위키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을 표현했다.

“보물이라고 말하면 물질적인 느낌이 조금 들 수도 있다. 근데 그게 아니라, 내 인생에서 또 이런 보물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에게는 축복이다. 그런 축복의 마음이 너무 크다. 전에는 내가 잘하면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위키드’를 통해 글린다를 만나면서 조금 철이 들고, 그런 생각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주변 동료들을 돌아보고, 돌볼 수 있는 힘도 생겼고. 글린다가 극 중에서 천방지축에 허영심 많은 캐릭터지만 오즈민들에게 내가 슬퍼도 티 낼 수 없고, 내 위치에서 저들에게 위안을 주고, 사랑을 준다. 그런 것처럼 내 위치에서 관객 분들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이 뭔지, 진정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

과거 ‘박수 칠 때 떠나겠다’라는 말을 했다는 정선아는 “옛날에 새치 혀로 제가 감히 그런 말을 했습니다”라며 한바탕 웃음을 지어보였다. 지금은 역할의 비중,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이 매 순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고 있다. 이런 능력, 재능이 있고, 이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 앞으로 역할, 상황, 작품에 국한되지 않고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 ‘정선아가 이걸 해도 재밌게 잘 풀어내내’ ‘저렇게 잠깐 나오는데도 괜찮네, 잘한다’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앞으로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서 계속 도전하고, 시도하고 싶다.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랑의 눈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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