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덕혜옹주’, 재현과 재해석의 완벽한 ‘합’
입력 2016. 08.10. 09:10:24

영화 '덕혜옹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덕혜옹주는 비운의 마지막 황녀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있다. 역사에는 덕혜옹주가 조현병을 앓았다고 기록돼있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가정과 추측으로 채워졌다.

영화 ‘덕혜옹주’는 역사 왜곡이 연관 검색어에 올랐을 정도로 픽션과 논픽션이 뒤섞인데 따른 이견이 교차되고 있다. 시각에 따라 실제보다 더한 허구로도 혹은 허구보다 더한 실제로도 해석될 수 있다.

‘덕혜옹주’는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할 정도로 결말이 명확하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결말을 향해가면서도 상영시간 127분이 조금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럴 수밖에’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허진호 감독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때문이다.

‘덕혜옹주’는 재현과 재해석이 복잡하게 그러나 개연성 있게 얽히면서 소설보다 더 극적인 갈등과 다큐멘터리보다 더 가슴을 쥐어짜는 생생한 아픔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배우 개개인을 해체해서 극 중 캐릭터로 조합하는 과정에서 의상 역시 스토리와 동일한 재현과 재해석을 거쳐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영화감독 허진호와 의상감독 권유진의 합으로 짜 맞춰진 ‘덕혜옹주’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와 한시도 눈을 땔 수 없게 하는 장면 장면을 만들어냈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허진호 감독은 직접 화두를 던지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듭니다”라며 ‘덕혜옹주’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도 혼선을 빚지 않고 스토리를 끌고 나갈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언급했다.

재현을 기본 축으로 재해석을 덧붙인 영화의상은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6살 덕혜가 고종 영친왕 등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장면은 100% 재현으로 옹주지만 고종의 사랑을 받아 공주의 전유물인 용보의 흉배를 착용한 것을 세세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10대 덕혜의 연한 하늘색 저고리와 일본으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입은 벚꽃 핑크가 배색된 기모노와 같은 색 머리끈은 덕혜의 감정선을 따라 설정한 장치들로 관객에게 처연하지만 도도함을 잃지 않는 덕혜옹주의 감정을 전달한다.

볼모로 끌려간 일본에서 덕혜는 한층 가냘프고 섬세하게, 그러나 조선 황녀로서 자신 지위를 지키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육군 소위이자 독립투사 김장한과 시녀 복순은 실제와 가공의 설정을 넘나들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장한은 실제 덕혜와 부부의 연을 맺을 뻔했던 인물로 덕혜의 귀국을 주도한 서울신문 기자 김을한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처럼 극 중 인물은 재해석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역사적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설정됐다.

중년이 된 김장한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영화 도입부에서 격식을 차리되 말끔하지 않은 어딘지 허름해 보이는 양복과 진짜 돋보기를 쓴 설정 등은 재해석보다 재현에 더 비중이 실려야 하는 시대극의 특징을 살려낸다.

덕혜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 같은 시녀 복순은 허구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성과 라미란의 몰입이 복순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덕혜와 복순은 비슷한 트래디셔널 클래식 코드를 공유하지만 귀족풍의 고급스럽고 격조 있는 스타일의 덕혜와 달리 복순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서민복 느낌으로 신분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또 복순이 만들어 준 설정의 잠옷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소설적 허구의 장치로 덕혜와 복순의 감정적 교감과 복순이 떠난 후 더 심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덕혜를 보며 관객조차 아파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덕혜옹주’는 진정한 가해자인 일본을 배제한 채 한국인 한택수를 가해자로 전면에 내세워 일제강점기 36년을 한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갈등으로 다루는 듯한 역사 해석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덕혜옹주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온 조선 시대 황족 역사의 일부를 들춰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대극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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