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덕혜옹주’ 손예진 모자, 하늘조차 두려웠던 덕혜
입력 2016. 08.11. 10:32:00

영화 '덕혜옹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광복 71년 8·15 광복절을 앞두고 아픈 시대사를 다룬 영화 ‘덕혜옹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사랑을 받았으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후 일본인과 결혼하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조현병이 심했다는 것 외에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그나마 1년여 전인 지난 2015년 8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대한제국과 황실’展에서 ‘돌아온 덕혜옹주 유품’ 특별 공개가 이뤄지면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던 그녀 삶 일부가 공개됐다.

사실과 허구 사이의 논쟁에서 벗어난다면 덕혜가 조현병을 앓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가 가슴을 아리게 할 정도로 절절하게 다가온다.

심약했던 덕혜의 내면은 일본 유학길에 오를 때 독살당한 고종을 잊지 말라며 어머니가 들려준 보온병을 가지고 다닌 것과 항상 얼굴을 반쯤 가린 모자를 쓰고 다닌 것에서 알 수 있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권유진 감독은 “물도 못 믿어서 보온병을 가지고 다녔는데 얼마나 가슴을 조이고 살아겠어요. 그 나라 해도 공기도 접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모자도 그런 역할을 했겠죠”라며 덕혜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모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따라서 하늘을 가리고 싶다는 심리를 담아 모자를 푹 눌러쓰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것. 실제 덕혜의 사진을 보면 모자를 유난히 푹 눌러썼음을 알 수 있다.

극 중에서 손예진이 가장 많이 쓰고 나오는 동그란 헤드와 얼굴을 감싸는 챙의 클로셰는 이러한 덕혜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해준다. 이처럼 아픔을 간직한 모자지만 한편으로 황녀로서 덕혜의 도도함을 드러내는 역할도 충실히 한다.

18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잃어버린 환상’에서 주인공 뤼시앙은 파리 여성들의 쓰고 다니는 모자에 대 해 ‘모자를 뒤로 넘기면 염치없는 모습이 되고, 앞으로 너무 내리면 음험해 보이고, 옆으로 쓰면 무례해 보인다. 점잖은 여자들은 원하는 대로 모자를 쓰는데도 항상 훌륭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덕혜의 모자는 딱 이 모습이다. 앞으로 내려 쓴 모자가 공포로 가득 찬 어두운 내면을 내비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황녀로서 고귀한 신분임을 상징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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