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로타, 만화 속 ‘캐릭터’를 현실 속 ‘이상형’으로 [인터뷰]
입력 2016. 08.11. 14:26:10

사진작가 로타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이렇게 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냥 저에 대해 잘 알고 공격하신다면 덜 서운할 것 같습니다. 작업하는 것도 한 번 보러 오시라고 하고 싶어요, 전혀 그럴 의도나 방향성이 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서브 컬처에서 온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것들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것뿐입니다. 편견을 줄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태지, 설리를 비롯한 여러 유명 뮤지션, 연예인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으로 광고, 패션, 화보 사진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사진작가 로타를 시크뉴스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뽀얀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말갛게 표현하는 보정법부터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속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화장과 의상으로 매 작업물마다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진작가 로타. 그는 자신이 표현하는 사진 속 인물들에 대한 영감을 주로 만화책 속에서 받는다고 말했다.

“만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어릴 적 많이 보는 소년 만화, 남자들이 좋아하는 종류의 만화들이 그것이다. 여자 주인공은 대부분 세일러복도 입고, 순수하게 표현된다. 거기서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현실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만화책 속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로타는 이렇게 만화 책 속에 있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예쁜 원본을 만들고 그 위에 간단한 보정 작업을 입힌다고 밝혔다.

“지금은 사진작가를 하고 있지만 전에는 만화를 그렸었다. 사람마다 그림체, 색감이 있듯이 사진 속에 오리지널 느낌을 넣고 싶었다. 색감이나 분위기를 조금 더 만화스러운 느낌으로 담는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 찍을 때 잘 찍으려고 하는 편이다. 원본 세팅을 잘 하고, 보정을 살짝 하는 정도인데, 사실 크게 차이는 없다. 사진은 주로 자연광으로 찍는다. 계절마다 빛이 예쁜 시간대가 있다. 해가 올라가서 내려갈 때 시간대를 많이 계산한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그 시간대에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로타는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사진을 위해서 빛이 예쁜 시간, 원본 사진의 설정값뿐만 아니라 모델들의 콘셉트나 의상, 메이크업까지 세심하게 고려한다.

“모델들과 촬영 전에 대략적인 건 상의를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의상, 장소, 소품까지만 상의를 하고 디테일한 것들은 만나서 상의를 한다. 미리 정하고 만나면 실제로는 헷갈리는 게 많더라. 시안을 찾아서 보여주면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거고. 그 시안보다 모델에게서 실제로 얻는 부분이 많다. 의상도 많이 보는 편이다. 모델한테 있으면 가져오라고 하거나. 메이크업은 만화스러워야 하는 부분이라서, 입술도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하고, 만화 속에서 작대기 두 개로 표현되는 붉은 뺨을 표현한다”

이외에도 여러 만화와 영화 ‘하나와 앨리스’ 같은 것들을 보고 콘셉트를 잡는다는 로타는 실제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오보이 매거진 포토그래퍼 김현성 실장이라고 전했다.

“오보이 매거진 포토그래퍼 김현성 실장님 사진을 보고 많이 배웠다. 실제로 많이 비슷하다. 만화에서 실체화 하면서 이 분 사진은 그런 느낌이 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찾아 뵙고 많이 참고했다고 이야기도 나눴었다. 나의 사진을 보고 완벽하게 충족은 되지 않지만, 일본 문화, 만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그 시절 추억을 되새기고 재해석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사진을 찍고 싶다”

로타는 처음부터 많은 인기를 얻진 못했었다. 설리, 서태지, 스텔라 등 많은 연예인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슈가 됐고, 그걸 토대로 로타라는 사진작가의 존재감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설리와의 작업은 편안했다. 어떤 모델보다 제일 편했고, 하고 싶은 욕심도 많은 모델이었다. 그래서 지금 같이 찍는 모델들보다 편했다. 자유롭고, 편안하고, 배려심도 있고. 편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텔라는 그렇게까지 편안하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찍으려고 했지만, 일적인 느낌이 강했다. 모델은 주로 만화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사람을 선정한다. 내가 찍었을 때 더 만화나 일러스트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 조금 글래머면 더 좋겠다”



만화 속 캐릭터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로타가 진정으로 원하는 ‘여성상’은 무엇이냐 물으니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한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로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가올 것 같으면서, 내 앞에 있으면서도 점점 멀어지는 여자. 찍는 사진의 주인공도 비슷한 느낌이다. 있을 것 같지만, 없는. 환상 속의 캐릭터 같은 느낌말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 정말 예쁘지만, 다가설 수는 없는, 유혹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닌 현실과 같은 것. 두근거림, 애달픔, 마음 아픔, 안타까움이 사진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로타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사진을 찍고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로리타’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냥 자연스러운 것 같다”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의도한 건 그런 게 아니지만, 보는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저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제가 작업하는 걸 보고 욕을 하시는 거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너무 그냥 사진만 보고 욕을 하시면 마음이 아프다. 나에 대해 조금 알고 나서 욕을 하시면 덜 서운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다 큰 사람들한테 교복을 입혔을 뿐인데, 아이처럼 느껴진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연령대랑 너무 다른 것 같다. 로리타라는 말 자체가 미성숙한 여자, 성적 호기심, 욕심으로부터 비롯되는 건데, 저는 체형이 다 성장한 사람들과만 작업을 한다. 그냥 제가 공격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쁜 감정을 가졌다고 해도 저를 좀 더 잘 알고 욕해주시면 좋겠다. 그냥 우리가 보는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사진으로 옮기는 것뿐이니까.”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로타에게 앞으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싶냐 물으니 간결하고 확고한 대답이 돌아왔다.

“재밌는 사람, 특이한 사람. 성공한 오타쿠. 덕업일치의 끝판왕과 같은 느낌?”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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