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레’ 39살에도 찾지 못한 인생 길, 길은 어디에나 있다 [씨네리뷰]
- 입력 2016. 08.19. 14:01:27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재난과 전쟁 등을 다룬 여름 대작들 속에서 영화 '올레'가 39살 아재들의 여행기로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대기업 과장에서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중필(신하균), 13년간 사법고시 공부에 몰두해온 수탁(박희순), 겉은 멀쩡한데 속은 문드러진 방송국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세 사람은 대학 동창으로 갑작스러운 부고 연락을 받고 제주도로 향하게 된다.
오랜만에 모인 세 사람은 39살이라는 나이에도 티격태격하며 마치 20대로 돌아간 듯 철없는 행동들로 웃음을 자아내며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세 사람의 ‘케미’는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다. 또한 뒷내용이 궁금하지는 않아도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특히 그동안 무겁고 진중한 역할을 주로 해온 박희순은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 들어와서 좋았다고 말한 만큼 그동안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탁은 육두문자는 물론 야한 농담을 서스럼없이 던져 중필과 은동을 부끄럽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직접 아이디어를 낸 파마머리로 코믹한 이미지를 한층 더 살려냈다.
수탁은 중필과 시종일관 투닥거리며 싸우고 셋 중 가장 차분한 인물인 은동은 이를 중재하면서 중심을 잡아준다. 수탁을 연기한 중필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싱글남처럼 보이지만 10년 동안 몸바쳐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게 된 인물로 쪼잔함과 귀여움으로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연기를 펼쳤다. 셋 중 유일하게 아내와 아들이 있는 은동은 아나운서로 가장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큰 아픔을 지닌 인물이다.
상사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는 중필, 혼자 몰래 약을 챙겨먹는 은동, 유서를 써놨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모두 이를 티내지 않는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여도 사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연과 아픔은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앓던 이들은 결국 후반부에 가서 터트리고 이를 계기로 이들은 새로운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는 세 사람이 사실을 털어놓고 소통함으로써 위로를 얻을 수 있고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중고나라에서 8만원을 주고 렌트카를 빌린 수탁은 은동에게 25만원짜리 다금바리를 얻어먹고 중필에게는 호텔에서 재워달라고 떼를 쓴다. 하지만 호텔에 그들이 묵을 방은 없었고 이 때문에 세 사람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게 된다.
채두병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제주도 풍경도 아름답지만 힐링을 하려면 자연보다 사람을 통한 힐링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게스트하우스에 더 중점을 뒀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올레’ 속 게스트하우스는 각지에서 온 인물들이 한데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지는 곳으로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대학교 엠티를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중필, 수탁, 은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교감을 통해 변하기도 하고 좌절과 슬픔을 느끼며 성장하기도 한다. 용기가 없어 대학 때 첫사랑에 실패했던 중필은 그곳에서 나래(유다인)를 만나면서 연애에 있어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영화 속 세 사람이 우연한 기회에 내려가게 된 제주도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았듯이 영화는 관객들에게도 지금의 길이 힘들다면 또 다른 길이 비록 샛길일지라도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8월 25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