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박희순, 망가짐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웃픈’ 코미디 [인터뷰]
입력 2016. 08.22. 15:17:48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망가지는 게 걱정되는 건 없었어요. 하지만 그 망가짐 속에서도 수탁의 진심과 아픔이 어느 정도 표현이 돼야 이 코미디가 ‘웃플’수 있고 이 친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수탁에게서 밉상의 느낌이 아닌 연민을 느끼게 될 수 있도록 하려고 고민을 많이 했죠.”

박희순이 영화 ‘올레’를 통해 제대로 망가졌다. 그는 ‘올레’에서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코딱지만 한 고시원에서 13년간 사법고시 공부에 몰두해온 수탁 역을 맡아 이전에 보여줬던 센 이미지들과는 다른 지질한 39살 ‘아재’를 연기했다.

“출연제의가 와서 대본을 봤는데 저한테 잘 들어오는 대본이 아닌 신선한 대본이었어요. 얘기 자체도 세 친구가 좌충우돌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었고, 캐릭터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거였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하게 됐죠.”

대기업 과장인 중필(신하균)과 방송국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사이에서 철없이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그중에서도 루비(한예원)에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수탁의 아픔이 가장 잘 드러났다.

“그 장면에서의 사랑고백은 자기 연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사법고시도 13년째 포기하지 못하고 사랑고백도 못했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기 위한 외침이었던 거죠. 오로지 사랑에 빠져서 고백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가 섞여있는 장면이었어요.”


수탁은 중필, 은동 중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로 채두병 감독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는 박희순에게 공부를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고.

“수탁이 사법고시 준비생이지만 그거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제주도에 내려가서 일탈하는 과정 속에서 세 명의 ‘케미’가 중요한 영화이고 세 친구의 감정과 처해있는 상황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대신 감독님이 단톡방을 만들어서 매일 아침마다 캐릭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는 했어요. 사법고시가 없어진다는 자료들이나 희망퇴직에 관한 얘기들을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박희순은 언론시사회 당시 채두병 감독을 수탁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희순은 “감독님이 첫 만남 때부터 혼을 쏙 빼놨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통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 작품을 구상할 때 했던 생각 등에 대해 말씀을 시작하는데 채두병 감독님은 오자마자 ‘형님, 반갑습니다’부터 시작해서 ‘눈망울이 강아지를 닮았다, 대본 때부터 형님을 생각했다’면서 작품설명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브리핑하듯이 혼자서 말을 하더라고요. 혼을 쏙 빼놓는 감독님을 보면서 ‘이 작품이 저 감독이 쓴 게 맞구나. 수탁은 저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과 작품을 하게 되면 재밌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수탁이라는 캐릭터에 감독님이 어느 정도 투영됐을 거라 생각하고 수탁을 이런 톤으로 해서 가면 좋겠다 생각한 거예요.”

수탁은 중필과 은동에게 육두문자뿐만 아니라 야한 농담을 던지며 친구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또 수탁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짧은 양복과 덥수룩한 파마머리로 웃음을 자아낸다. 이는 박희순이 직접 생각해낸 것이었다.

“일단 캐릭터 자체가 밉상에 사고치는 역할이라 어떻게 하면 조금 중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수탁이 본성은 나쁘지 않고 13년 동안 골방에 있어서 답답함과 자기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기 때문에 너무 밉상으로만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귀여움을 주려고 한 거였어요. 또 제가 센 역할을 많이 연기했었기 때문에 박희순을 수탁화시키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싶어서 외모부터 바꾸면 처음부터 박희순이 아닌 수탁으로 봐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극중 39살인 수탁, 중필, 은동은 현실에 치여 아등바등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박희순에게 자신의 39살에 대해 묻자 참담했다면서도 “39살 12월 31일에는 내일부터 사십이라고 얘기해야하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막상 40이 되고나니 괜찮더라”고 말했다.

“매번 30살이 되면 여유로워질 거야, 40이 되면 내려놓고 고민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살면 살수록 새로운 문제, 고민, 걱정거리가 생기면서 여전히 여유를 갖기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어느 시점이 되면 여유가 생기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많이 즐기고 그 상태에서 여유를 챙겨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박희순은 이번 역할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채두병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계속 새로운 역할을 통해 성장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연기를 기대하게 했다.

“채두병 감독같이 박희순이 안 해본 걸 시켜주는 감독을 좋아해요. 앞으로도 저는 제가 해보지 않았던 인물이나 작품이 들어오면 계속 도전할 생각이에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해줄 수 있는 역할이면 저도 성장할 수 있고 관객도 새롭게 볼 수 있으니까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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