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송강호X공유, 뜨거울 수밖에 없었던 콜드 느와르 [종합]
입력 2016. 08.25. 17:50:59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천만관객을 동원하며 사랑받은 영화 ‘암살’에 이어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또 다른 영화 ‘밀정’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영화 ‘밀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공유, 한지민, 엄태구, 신성록이 참석했다.

이날 김지운 감독은 “처음에는 콜드느와르라는 장르로 설정하고 스파이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서구의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스파이걸작이 많은데 그런 것처럼 스파이들의 냉혹한 세계를 그려보고자 했는데 만들다보니 영화가 콜드느와르라는 명칭과 다르게 뜨거워졌다”며 ‘밀정’을 촬영하기 전 가졌던 생각에 대해 밝혔다.

이어 “거기에서 혼란이 왔다. 제가 서구 냉전을 다룬 영화의 역사적 배경과 일제강점기 역사적 배경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놓쳤다. 냉전은 강대국이 파워게임을 하던 시대였고 일제강점기는 나라를 잃고 되찾으려 목숨을 던지는 선열들의 이야기”라며 “의열단을 중심으로 놓고 만든 영화라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차갑게 시작해서 뜨겁게 끝난다. 이번 영화는 제가 표방했던 것을 강요하기 보다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인물이 어디로 가는지를 쫓아갔던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밀정’은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네 번째 만남으로 더욱 기대를 모았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와 네 번째 작업을 하게 된 소감에 “송강호 씨가 자신의 한계를 깨나가는 것들이 놀라웠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한계를 느끼고 참담한 심정을 느꼈을 때 송강호 씨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서 ‘저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했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 배경 때문에 애초에 생각했던 스타일을 접고 영화를 따라갔다고 했는데 거기에는 송강호의 독보적인 매력과 감성들도 큰 역할을 했다. 온몸으로 혼란의 시대를 겪고 압박으로 인해 밀려가고 경계에 서있는 정신적 이중국적자가 시대의 강력한 회오리에 떠밀려가면서 무언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역할을 훌륭하게 표현하신 것 같다”고 송강호의 연기를 극찬했다.

송강호는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다룬 여러 드라마나 영화, 문학작품을 많이 접해왔지만 ‘밀정’은 ‘밀정’만의 독창성을 갖고 있다. 아픈 시대를 관통했던 많은 분들의 인간적인 갈등, 고뇌 등에 초점을 둔 것이 ‘밀정’의 독창성이라고 생각한다. 사건과 역사적인 위치의 얘기라기보다는 아픈 시대를 관통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오셨던 많은 분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조선인 일본 경찰로 의열단의 친구가 되어 핵심 정보를 빼내라는 특명을 받고 의열단 리더인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지만 그와 가까워지면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되는 인물인 이정출을 통해 일제강점기라는 혼란의 시대를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아픔을 그려냈다.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 역을 맡은 공유는 카리스마있는 역할을 연기한 것에 대해 "제가 카리스마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연기하면서 리더로서 개인의 감정보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냉철한 김우진을 눈빛이나 표정 등으로 표현하려했고 유지하려고 집중한 것 같은데 관객분들이 카리스마있게 봐주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또 공유는 "시대극은 처음이라 어려움도 많았고 어떤 영화보다도 찍으면서 고민도 많이 했다. 때때로는 송강호 선배 앞에서 주눅도 들고 많이 부족해서 박탈감도 느끼는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던 현장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생각해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은데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작품으로나마 혼돈의 시대를 들어갔다나온 것이 뜻깊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며 '밀정'을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전했다.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을 연기한 한지민은 “독립운동하신 분들이 특별한 분들이 모여서 하신 게 아니었고 지금 내 친구나 동생, 오빠처럼 평범했던 분들이 하신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한 신념 하나로 목숨까지 내놓으셨던 것이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후반부에서 이정출과 대면하고 고문당하는 장면에서 남자도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을 작은 여자가 온몸으로 견뎌내는데 그걸 바라보는 이정출의 마음도 크게 다가왔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을 위해 싸우신 분들의 신념만 잊지 말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연기에 임했던 자세에 대해 설명했다.

김지운 감독은 ‘밀정’에서 의열단장 정채산 역을 맡은 이병헌에 대해 “김원봉 선생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냉정한 면모를 봤을 때 이병헌 씨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회사에서도 아이디어를 내서 이병헌 씨에게 연락하게 됐다. 이병헌 씨가 좋은 역할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특별출연해준 이병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병헌은 정채산 역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의열단장으로서의 카리스마는 물론 ‘우리가 실패를 해도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나레이션 등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밀정’에서 의열단과 이정출의 사이를 의심하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를 연기한 엄태구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부하 경찰의 뺨을 수십대 때리는 장면에서는 섬뜩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태구는 이 장면에 대해 “촬영하면서 한 번에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상대 선배님께 너무 죄송해서 끝나고 숙소에 피자를 들고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로 오는 9월 7일 개봉된다.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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