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스’ 김래원, 넘치는 연기 열정이 만든 ‘진짜 홍지홍’과 ‘말투’ [인터뷰]
- 입력 2016. 08.27. 15:44:31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저는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감독님이 그러셨습니다. ‘잘하면 되게 근사하고 멋있지만, 조금만 못하면 천박한 직업이 될 수 있다’라고. 20대 초반 때는 자꾸 그런 것들만 맴돌았어요, 머리에. 주시는 사랑에도 무관심해 지고, 주변 사람들은 그걸 보고 교만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죠. 지금은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져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닥터스’ 김래원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홍지홍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래원이 지난 26일 SBS 목동 사옥 13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드라마 속 홍지홍 캐릭터를 만들어 간 과정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신념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닥터스’는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인기 속에 여러 논란을 낳았지만, 김래원은 여심을 녹이는 달달한 대사와 연기로 안방극장 여심을 흔들어 놨다. 특히 “애인 있어? 결혼은. 됐다, 그럼”이라는 단 세 문장으로 단숨에 모든 여성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었다.
“대사가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오글거리거나 표현하기 너무 닭살스러운 것들을 그대로 하면 정말 닭살일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내가 못하겠더라. 어떻게 하면 부드럽고 심플하게 넘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좋은 장면들이 몇 번 나온 것 같다. 나중에는 반응을 보고 감독님이 요구하시더라. 계속 그렇게 연기해 달라고. 하지만 그때는 제 마음이 허락지 않더라. 좋아하신다고 너무 그렇게만 계속하는 것, 그런 건 싫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 속에서 얼굴을 비췄던 김래원이지만 영화 ‘강남 1970’ ‘해바라기’ 등 강렬하고 남성성 짙은 연기를 최근에는 지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따로 제한을 두거나,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제가 굳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피한 건 아니다.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영화를 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대본도 많이 받았다. 제안은 받았지만, 매력적이지 않고 저에게 흥미를 가져오지 않아서 거절했다. 그 뒤로는 제가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작품들만 했다. 이번 ‘닥터스’ 같은 경우는 메디컬 드라마고, 제가 안 해 본 직업이라서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당시 신혜 양이 먼저 캐스팅이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래원 선배님과 하고 싶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영화촬영 끝내고 방송 2주 전에 촬영에 합류했다. 시기적으로 죄수복만 계속 입다가 의사 가운을 입으니까 기분도 이상하고 부담도 됐었다”
‘닥터스’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 속 김래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본인의 장르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을 법도 한데, 아직 김래원은 자신의 성장에 목마르고 꾸준히 자신의 것을 찾아가는 배우였다.
“요즘 반응을 보면 시작할 때와 다르게 너무 좋다. 저도 이런 반응을 보면 너무 기쁘고,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라. 행복한 시간 잘 보내고 있다. 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생긴다면 다시 하고 싶은 계획은 있다. 그리도 앞으로 개봉할 영화도 두 편이 있는데, 제작사 측에서 이번 드라마 반응이 좋아 고심하고 있으신 것 같더라. 저는 저만의 것이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굳이 그게 있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맞춰가는 것보다 멀리 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고 싶다”
‘닥터스’를 얘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9살 차이의 박신혜와 러브 라인이다. 두 사람은 달달한 사제지간의 로맨스부터 의사 대 의사,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는 커플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제가 어려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피부 관리도 열심히 하고. 나이 차이를 의식한 적이 없다. 다들 그냥 또래 오빠처럼 편안하게 날 대했다. 근데 연인이 된 후 스킨십을 할 때는 조심해야만 했다. 첫 키스신을 찍을 때 너무 적극적으로 하면 자칫 징그러워 보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혜정이가 먼저 올 수 있게, 두 사람 모두 수줍은 모습이 그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거북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케미 요정’이라 불리는 박신혜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묻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박신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던 김래원은 끝에는 “신혜 양이 정말 똑똑하고 똘똘하다”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연기를 오래 해서 하다가 보면 느낌이 온다. 보면 딱 닫아 놓고 혼자 연기하는 배우들도 있다. 근데 신혜 씨는 같이 한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혼자 하면 더 빛날 수 있다. 저도 홍지홍이 더 잘 보이고, 더 매력적이게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매력적인만큼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일단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신혜 씨가 정말 똘똘하고 똑똑하게 잘 해 줬다”
그런가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드라마가 너무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 ‘끝으로 갈수록 에피소드가 허술해 진다’ 등 비판어린 어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메디컬 드라마 치고 너무 단조로웠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의사와 의사의 연애가 집중적으로 조명됐기 때문.
“작가, 감독님은 의도하셨던 대로 끝까지 쭉 끌고 오신 걸로 안다. 우리 드라마는 처음부터 딱 마무리가 이 정도였다. 이 정도 톤으로 끝내야 했고. 중간에 산으로 갔다고 느끼신 건 아마 저와 감독님이 너무 깊이 연기하고 얘기하려고 해서일 수도 있다. 가볍게, 밝게 넘겨도 될 부분들을 중간에 너무 임팩트를 줘서. 그래서 일부러 중간에 힘을 뺐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에 대한 슬픈 감정들을 그대로 들고 가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무시하고 갔다.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끝으로 연기적인 슬럼프에 대한 질문을 하자 사뭇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그는 이번 ‘닥터스’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간 모습이었다.
“저는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시는 사랑에도 무관심해 지고 그럴 때가 있었다. 아마 주변 사람들은 그걸 교만이라고 봤을 거다. 연기도 내 삶의 일부지만 내 인생도 중요하고, 내 삶이 있는데, 이런 고민들을 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것들은 다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도 또 그럴 수도 있지만, 연기가 점점 재밌어지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영화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아쉬울 것 같은 것들을 벌써 적어 놨을 정도다. (웃음)”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HB 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