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군국주의 부활을 포기하라”, 영화감독 고바야시 마사키의 경고
입력 2016. 08.29. 15:17:14
[시크뉴스 윤상길 편집위원] 일본 영화감독 고바야시 마사키(小林正樹‧1916~1996)는 일본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가 요즘 한‧일 양국 영화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반봉건주의자이며, 반군국주의자이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화와 평등이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며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고 일본 일체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때에 그가 주목받는 이유이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된다. 이에 때맞춰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그의 특별전을 마련한 기획은 시의적절하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9월 1일~11일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고바야시 마사키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개최한다.

고바야시 마사키는 일본 영화사의 황금기였던 1940~50년대에 주옥같은 작품을 발표하며 전후 일본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감독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번 특별전에 그의 대표작 ‘인간의 조건’(1959~1961), ‘할복’(1962), ‘괴담’(1964) 등 모두 11편을 마련했다.

상영작 가운데 ‘인간의 조건’은 군국주의 사회에 내재된 잔혹성을 고발한 작품이다. 6부작으로 나눠 발표되었고, 러닝타임은 10시간에 이른다.

‘할복’은 그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인 작품이다. 무사도의 허울을 까발리는 반봉건적 관점의 사무라이 복수극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이다. 이어서 그는 ‘괴담’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과 여러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일본의 대배우 나카다이 타츠야(84)가 직접 내한해 관객들과 대담의 시간을 갖는다. 대담자로는 최근 ‘동주’로 화제를 모았던 이준익 감독과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을 지휘했던 김홍준 감독이 나선다. 나카다이 타츠야 초청 시네토크는 9월 3일, 4일 각각 낮 두시로 일정이 잡혀 있다.

나카다이 타츠야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이다. 나카다이 타츠야를 진정한 주연급 스타로 만든 작품이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인간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전 일본을 누비면서 찍은 대작 ‘인간의 조건’에서 나카다이 타츠야는 불굴의 인간형을 보여주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나카다이 다쓰야는 고바야시 마사키와 모두 11편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남성적인 스타일의 고바야시 감독과의 관계는 구로사와 아키라와 미후네 도시로와의 관계에 비견할 만하다.

특별전에서는 나카다이 타츠야의 첫 주연 작품이며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사회비판 의식이 전면에 드러난 ‘검은 강’(1956)이 상영된다. 또 실제 전범자들의 수기를 바탕으로 소설가 아베 코보가 각본을 쓴 ‘두꺼운 벽의 방’(1956)도 만날 수 있다.

일본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고바야시 마사키. 1916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태어난 그는 와세다(早稲田)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1941년 쇼치쿠(松竹) 영화사에 입사하자마자 징집당해 전쟁을 겪어야 했고, 종전 후에는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그의 영화(초기작인 ‘두꺼운 벽의 방’, ‘인간의 조건’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고바야시 마사키가 단지 현실의 그림자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만 집중한 건 아니다. 그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든(‘검은 강’, ‘일본의 청춘’), 사무라이 시대극에서든(‘할복’, ‘사무라이 반란’) 소위 ‘사회의 질서’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그 안에서 절대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그렸다.

어두운 세상을 영화 안에 담아내는 고바야시 마사키의 영화들이 패배주의에 빠지는 결론을 택하지 않는 건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영화의 스타일적 측면에서도 고바야시 마사키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자신만의 강렬한 미학을 매 작품마다 추구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간의 조건’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소름 돋을 정도로 사실적인 터치로 묘사했으며, ‘할복’에서는 클로즈업과 롱숏의 과감한 사용으로 ‘찬바라’ 액션의 한 경지를 보여주었다. ‘찬바라’는 일본의 사무라이, 닌자물들을 이르는 말이다. 찬은 칼 부딪히는 소리인 '찬찬(챙챙)'을 의미하며, 바라는 피가 '바라바라(후두둑)' 떨어지다의 의성어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괴담’(1964)에서는 고바야시 마사키의 작품을 설명할 때 흔히 붙는 ‘리얼리즘’이란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놀라운 영화적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영화 문법을 통해 어떤 영화에서든 고바야시 마사키는 그 작품의 정서를 관객에게 숨김없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힘 있는 스타일을 고수하였고, 이 스타일은 그의 인장으로 남았다.

고바야시 마사키는 1952년부터 1985년까지 20여 편의 영화를 대부분 독립제작으로 만들었으며 1996년 80세 되던 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연출작은 1985년에 발표한 ‘식탁이 없는 집’이다.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꾸준하게 활동하며 일본 영화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고바야시 마사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특별전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쟁에 연루된 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에 저항하는 개인 혹은 잔혹한 제도와 개인의 실존적 휴머니즘 간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룬 감독의 영화철학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크뉴스 윤상길 편집위원 news@fashionmk.co.kr / 자료제공=서울아트시네마]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