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김서형, 서명희를 받아들이면서 가진 ‘고민들’ [인터뷰]
입력 2016. 08.29. 15:39:31

‘굿와이프’ 김서형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전문직 여성,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해 봤던 거고, 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디테일을 찾는 것들을 통해 다른 지점을 보여드리면서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큰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놓치고 싶지 않는 멋짐도 있고, 원작 속 캐릭터의 멋진 부분도 있는데, ‘누나’라는 설정이 들어가면서 긴장이 풀어지긴 했죠. 그렇지만 서명희는 서중원의 누나이고, 러브 라인도 없는 캐릭터라 동생과의 또 다른 사랑을 그렸다고 생각해요”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서 MJ로펌 대표 서명희 역을 맡아 열연한 김서형을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굿와이프’ 속 서명희 역을 수락하기까지 고민 과정과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 캐릭터 선택에 중요하게 보는 점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굿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 드라마로 극 중 서명희는 겉으로는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서명희라는 역할만 두고 봤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김서형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다. 그동안 전문직 여성 인물들을 맡아 연기하며 ‘믿고 볼 수 있는’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기 때문. 하지만 연기적으로 변신을 꿈꾸던 김서형에게는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오랜 고민과 생각들이 교차했다고 한다.

“고민을 많이 했다. 계속 쓸 수 있는 소비성이라는 측면에서 같은 이미지를 계속해서 소비해도 될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드라마 현장에서는 빨리 쓸 수 있고, 현장에 적응이 빠른 사람을 캐스팅하게 되어 있다. 어떤 드라마 캐스팅 담당자가 나한테 갑자기 청순을 주겠냐. 그건 그 분들도 부대낄 거다. 하지만 배우는 한 가지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다 잘해야 한다. 욕심인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욕심을 좀 부리고 싶다. 이번 드라마에 들어가면서는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안 한다고 했다. 그냥 저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한 번 출연하고 말겠다고 했다. 실제로 처음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도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굿와이프’의 목표는 하나였다. 역시 김서형이라는 말을 듣는 것, 내 몫을 잘해 낸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김서형은 배우에 대해 “한 가지만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 잘해야 한다”라고 표현했다. 이런 말처럼 일부 사람들은 한 가지 캐릭터를 오랫동안 꾸준히 연기해 온 사람에 대해 ‘전문 배우’라는 호칭을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서형은 이 호칭에 대해 격한 반감을 드러냈다.

“전문 배우라는 건 없다. 악역 전문 배우, 실장님 전문 배우. 그런 게 어딨냐. 배우는 하나만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그 연기만 공부하는 게 아니다. 그런 말들이 배우라는 직업의 공간을 좁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같은 역할만을 계속 하다가 보면 내가 내 연기를 보고, 연기를 함에 있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고, 지칠 때가 있다”



탄탄한 연기 필모그래피와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 온 김서형이지만, 그도 처음 ‘굿와이프’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전도연이 연기한 김혜경 역할이 매우 탐났었다고 고백했다. 어떤 여배우라도 탐낼 ‘여자가 성장하는 드라마’의 주축이기 때문.

“어떤 여배우라도 다 탐내지 않았을까. 여배우라면 특히 여자, 여성이 뭔가를 쌓아 올려가는 역할을 꼭 해 보고 싶어 한다. 전문직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남자가 주류인 경우가 많다. 처음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나도 역할에 욕심이 있었지만, 누가 해도 되게 기대하고 봤을 것 같긴 하다. 전도연 씨가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팬심으로 ‘굿와이프’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여자가 주류인 드라마가 몇 없는 상황에서 정말 응원해 주고 싶었다. 물론 현장이 너무 힘들어서 생각보다 응원이 잘 안 됐지만 말이다 (웃음)”

원작에서 서명희와 서중원 캐릭터는 남매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러브 라인도 아닌, 썸도 아닌 오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판 ‘굿와이프’에서는 서명희와 서중원이 남매로 등장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서중원, 서명희, 김혜경의 삼각관계를 애초에 차단해 버린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 섞인 불만도 터져나왔었다.

“나도 처음에는 ‘누나? 아, 긴장감 떨어지게 뭐야’라고 했었다. 원작을 워낙 재밌게 봤었는데, 그렇게 가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이자 누나고, 누나이자 대표다. 그 가운데 어느 선을 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초반 대본에서는 완벽하게 ‘누나’ 서명희로 등장했다. 그래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생활 연기를 하러 온 건가’라는 생각도 들더라. 하지만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내 자리를 찾아 갔다. 세 명의 가족 아버지, 중원이, 명희의 이야기가 어차피 극을 이끌어 가는 메인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왕 누나일 거 확실히 누나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 배우’라는 우스갯소리가 붙을 정도로 오랜 기간 전문직 여성을 연기한 김서형은 이제는 확실이 기승전결이 있고, 그 인물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주, 주연을 가리지 않고 연기하면서 줄곧 여자 주인공의 곁에서 그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부딪히는 역할을 소화했기 때문.

“(극중 캐릭터는) 일대기가 없다. 그 인물들의 일대기를 다 상상하고 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이런 역할들이. 우리 같은 역할은 연기를 못 하면 그냥 그 장면에서 잘리고 없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캔디(여자 주인공)들은 무수히 부딪힌다. 눈빛만 봐도 상대 때문에 그 사람의 감정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인물을 설명할 수 있는 일대기가 없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감독님들이 캐스팅에 더 신경을 쓰실 거다. 나 또한 지금 기승전결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기 위한, 기다리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언젠가는 나에게 오겠지, 하면서”

그렇다면 서명희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연기해 보고 싶을까. 거침없이 ‘멜로’라고 답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굿와이프’ 속 우연히 만났던 서명희의 ‘썸남’과 함께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새로운 사람들과 연기하는 설렘이 항상 있다. 다음 작품을 뭘 하든, 작품을 끝내고 나면 여러분들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배우가 아닌,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액션도 해 보고 싶다. 물론 액션이 가미된 멜로로.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건 명확하다. 그 이후로는 딱히 정해놓은 것이 없고, 아주 슬픈 멜로도 해 보고 싶다. 아주 청승맞은 역할. 결론은 그냥 멜로네. (웃음)”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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