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연, 굿와이프 ‘김혜경’이 되기 위해 공들인 시간 [인터뷰 ①]
- 입력 2016. 08.30. 13:11:03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해요. 처음에는 1~4부 가량 대본을 받았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분량의 90%가 저였어요. 너무 많고 부담스러워서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16부까지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때 분량을 좀 줄여 주신다고 하셨는데, 초반보다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도 많고 분량도 너무 많았어요. 못 외울 거라고 생각했고, 못 할 줄 알았어요. 그래도 잘 끝내서 기분 좋아요. 너무 아쉽고요”
전도연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서 김혜경 역을 맡아 열연하면서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전도연이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자신이 가졌던 부담감과 여러 이해할 수 없었던 김혜경의 행동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 한국 정서에 맞춰 리메이크한 ‘굿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이 정치 스캔들과 부정부패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두었던 아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 드라마다.
극 중 전도연은 변호사로 복귀하는 아내 김혜경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드라마에서 일어나는 사건 전체를 이끌어 나가며 ‘역시 전도연’이라는 클래스를 입증했다. 하지만 실제 자신은 너무나도 힘들어서 ‘종영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어쩌지’라는 고민까지 했다고 한다.
“잘 마쳤다. 하는 동안에 여러 가지로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기도 하고, 분량이나 대사도 버겁다고 생각을 했었다. 매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끝내고 나니까 도망치고 싶었다는 마음보다는 현장에서 배우, 스탭들과 즐거웠던 시간이 훨씬 크더라. 그게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도 아니기도 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끝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잘 끝내서 잘 마무리 한 것 같다”
영화에 집중해 TV에서는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전도연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돌아왔고, 분량이 많고 극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맡으면서 묘한 성취감도 느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많은 분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대사를 외우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이제야 스스로가 기특하고 감사하다. 1~4부 대본은 받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분량이 90%라고 할 정도로 정말 많았다.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16부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때 분량을 줄여 주신다고 말씀하시고, 이후 초반보다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도 너무 많고 분량도 많았다. 못 외우고, 못 할 줄 알았다. 각오는 했었지만, 잠 잘 시간도 없고. 변호사라는 직업이 법정 용어, 전문 용어가 많아서 제가 다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 때문에 현장 지연이 안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잘 시간 있으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대사 잘 외우고, 잘 하자는 마음으로 했었다. 점점 대사 외우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하더라”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면서 열심히 대사를 외운 전도연의 열연과는 달리 ‘굿와이프’의 엔딩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한국의 정서상 쉽게 접할 수 없는 ‘쇼윈도 부부’라는 파격적인 엔딩이 ‘굿와이프’의 웰 메이드 드라마의 성격을 망쳤다는 평까지 나왔다. 하지만 전도연은 이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 나온 대본에는 혜경이가 기자회견 장에 안 가는 거였다. 태준은 태준대로, 혜경은 혜경대로 그들의 삶을 사는 결말이었던 것 같다. 어차피 원작이 있고, 결말을 알고 있다. 원작을 따라하고 싶어서 냈던 의견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태준이라는 인물, 그의 욕망과 야망을 이해하게 되더라. 15년을 함께 살았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 거다. 드라마 중간 어느 순간에 보니까 그 넓은 어깨가 너무 좁아 보여서,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준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혜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말을 그렇게 만들었으면 했다. 어느 누구와도 결론이 지어지지 않은 결말,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가하면 기자간담회 도중 전도연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마치 뮤지컬과 연극의 커튼콜을 연상케 했던 마지막 엔딩 장면에 대해 얘기하면서 깊은 아쉬움과 스탭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컸던 전도연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모든 인물들이 법정에 모여있다’라는 지문이 마지막 한 줄이었다. 그동안 만들어졌던 캐릭터 각자의 나쁜 모습을 지우고, ‘그냥 이 인물들을 연기한 사람들일 뿐입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그 장면을 연출했다고 하시더라. 나쁜 모습들을 중화하고, 없애고 싶어서. 그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런 배우들과 같이 연기를 했구나’라는 생각에 너무나 좋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박수를 쳐 주는 좋은 결말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눈물을 많이 쏟아낼 만큼 애정이 깊고, 드라마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전도연은 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본을 조금 더 보지 못한 아쉬움과 그래도 그것들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뒤섞였다.
“4월 말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대본과 캐릭터가 맞는가, 연출은 맞는가, 이런 것들을 상의했는데, 방송이 시작되고 시간이 없어지면서 그런 것들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없었다. 혜경이라는 캐릭터가 무언가 이 상황을 전부 견디고, 밟고, 딛고 일어서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모든 상황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무서웠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 감정들을 놓치고 갈까봐. 끝나고 나서 상실감, 공허함, 허전함이 컸던 것 같다. 지치고 시간에 쫓기지만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하고 느껴질 수 있게 한다면, 대사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집중하고, 또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