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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속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밀정' [씨네리뷰]
혼돈의 시대 속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던 '밀정' [씨네리뷰]
입력 2016. 08.30. 16:07:35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지난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암살’부터 올해에는 ‘귀향’ ‘동주’ ‘해어화’ ‘아가씨’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연이어 개봉됐다. 위 영화들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모두 다른 내용과 분위기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밀정’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정에 대해 다룬 첩보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 이러지도 저러지는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을 통해 그 시대를 살면서 선택을 강요당했던 그 시대 사람들의 갈등, 고뇌 등을 담아냈다.

조선인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의열단의 핵심 정보를 빼오라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부장 히가시(츠루미 신고)의 특명을 받고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이후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지만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아는 두 사람은 속내를 숨기고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한다. 히가시는 하시모토에게 이정출과 한 조를 이뤄 의열단의 뒤를 쫓도록 지시한다.

이정출이 자신들의 뒤를 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은 오히려 상해에 있는 폭탄을 경성으로 옮기려는 자신들의 작전에 그를 이용하고자 하고 회유한다. 이 과정에서 하시모토는 이정출을 의심하고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대하는 이정출, 김우진, 하시모토는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첫 장면에서의 추격신과 이정출, 김우진, 하시모토 세 사람이 함께 탄 경성행 기차에서 이뤄지는 액션, 경성역에서의 총격신은 첩보물로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기차시퀀스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이정출을 의심하며 의열단원들을 찾는 하시모토, 일본경찰한테서 들키지 않고 작전을 무사히 실행하려는 김우진, 두 사람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정출의 심리가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의열단의 핵심세력인 김장옥(박희순)과 과거 상해 임시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이정출은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이후 이정출은 일본 경찰로 김장옥은 종로 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의 배후로 마주하게 된다. 이정출은 김장옥의 목숨만은 살려주고 싶어하는 등 일본 경찰이지만 초반부터 갈등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임시정부에서 일하던 이정출이 일본 경찰이 된 이유는 "독립이 될 것 같으냐"는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또 이 대사는 그 시대 사람들의 독립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도 있게 한다.

송강호는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친일과 항일의 사이에 선 이정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기했다. 공유 또한 송강호와 이병헌 사이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김우진을 표현했다.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을 연기한 한지민은 가냘픈 체구에도 내면의 강인함을 보여줬다. 특히 하시모토를 연기한 엄태구는 저음의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지운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콜드 느와르를 만들려 했지만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영화의 특성상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밀정’은 초반에는 비밀스럽고 의뭉스러우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후 폭탄을 실은 경성행 기차가 경성에 도착한 후 후반으로 가면서 뜨거워진다.

첩보물로서 서로를 속이고 회유하는 과정에서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를 추리해내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지만 일제강점기를 다루면서 등장인물이 독립투사나 친일파가 아닌 그 경계선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다른 영화와의 차별점으로 흥미를 더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0분. 9월 7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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