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상 SECRET] ‘올레’ 하와이안 셔츠, 설정과 유행의 우연한 만남
- 입력 2016. 08.31. 16:56:18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39세 아재들의 의도치 않은 일탈을 담은 영화 ‘올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듯 전개한 채두병 감독의 치밀한 설정들에 의해 리얼리티가 증폭됐다.
영화 '올레'
대기업에 입사해 나름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고 생각했던 중필(신하균)은 싱글이라는 이유로 희망퇴직자 명단에 오르고, 뉴스전문 케이블TV 간판 아나운서로 평탄한 삶을 살던 은동(오만석)은 간암으로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수탁은 사법고시에 13년의 젊음을 고스란히 던졌으나 제도 폐지가 공식화돼 유일한 희망의 끈이 끊겼다.
이런 세 명이 문상을 위해 내려간 제주도에서 사건에 휘말려 본격적인 일탈 여행을 시작하는 지점에서 하와이안 셔츠가 등장한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오상진 실장은 “대부분이 시나리오에 상세하게 설명돼있었다”라며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었다.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많이 걷어냈다”고 말할 정도로 채 감독의 취향을 짐작하게 했다. 하와이안 셔츠 역시 철저하게 시나리오 명시된 설정으로, 유행과는 무관한 선택이었다는 것.
오 실장은 “지난 2015년 5, 6월에 영화를 촬영했는데 의상을 준비할 당시 하와이안 셔츠 유행이 오기 직전이었다”라며 “채두병 감독의 설정이었다. 영화는 세 명의 남자의 일탈을 담은 것으로, 슈트가 도시라면 하와이안 셔츠는 일탈을 상징하는 코드였다. 도시 안에서 슈트 안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탈피해 자아를 찾는 과정 속에 하와이안 셔츠가 배치돼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도치 않는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입게 된 하와이안 셔츠는 제주도의 풍광과 어우러져 아저씨들의 일탈 탈출 여행기의 몰입도를 높였다.
오 실장은 “이태원에 가봤지만 하와이안 셔츠의 피트와 컬러가 너무 촌스러웠다. 당시 하와이안 셔츠가 시장에 풀리기 직전이어서 원하는 디자인과 피트를 찾아낼 수 없어서 결국 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에서 원하는 컬러와 패턴을 찾아 헤맸다”며 의상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이 과정을 거쳐 수탁의 옐로 앤 그린, 중필의 오렌지 앤 블루, 은동의 레드 앤 네이비가 조합된 파스텔톤의 오픈칼라 하와이안 셔츠가 완성됐다.
39세 세 남자의 진짜 아저씨 같은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낸 하와이안 셔츠는 사회적 자아가 세심하게 설정된 슈트와 달리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청년의 치기로 돌아간 남자 본연의 모습을 담아내 공감 수위를 높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올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