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리가 말하는 ‘청춘시대’ 진명의 진정한 ‘해피 엔딩’ [인터뷰 ①]
- 입력 2016. 09.01. 08:37:10
- [시크뉴스 조혜진 기자] “진명이 결말이요? 마음에 들어요. 작가님이 진명이를 면접에 붙이지 않고 떨어지게 했던 이유는 그게 진명이의 꿈이 아니기 때문일 거예요. 꿈과 목표는 다르니까요. 그건 진명이의 꿈이 아니라 목표, 자기가 설정했던 삶의 계획 같은 것 아닐까요. 그런 것들을 좇기 전에 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어차피 회사에 들어가도 매니저 같은 사람은 또 있을 거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한예리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에서 억척스러운 악바리지만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가졌고, 힘든 상황 속에 살고 있는 윤진명을 연기한 한예리는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나 진명이의 삶과 그녀가 진명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춘시대’는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 동거드라마로 한예리, 한승연, 류화영, 박은빈, 박혜수가 주연을 맡아 이 시대의 진짜 ‘청춘’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극 중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 역을 맡아 열연한 한예리는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과 달리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결말을 맞은 진명에 대해 “정말 마음에 들어요”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진명이는 이미 충분히 힘들었다. 벼랑 끝까지 떨어뜨려야지 진명이가 그것을 딛고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작가님의 의도가 이해가 됐다. 자기가 가진 짐들이 덜어졌을 때,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난 것 같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몸을 던져 여행하면서 성숙해지고, 한 단계 나아가는 결말을 이룬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 진명이 그 뒤에는 어떻게 됐을 것 같냐는 물음에 한예리는 “저희들끼리도 그 얘기를 많이 했어요”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대부분은 진명이 중국에서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했다고 한다.
“하우스 메이트들은 중국에서 안 왔을 것 같다고 하더라. 일단 중국에 갔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돈이 떨어지기 전에 일을 구했을 것 같다고. 한국계 회사에 취업해서 자리를 잡았을 것 같다고 하는데, 저도 그랬을 것 같다. 전에는 졸업이 가장 중요했던 진명이지만 이제는 졸업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됐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조금 더 다른 나라를 여행하지 않을까”
모두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드라마가 끝난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한예리는 드라마 시작 전 대본을 볼 때부터 진심으로 진명이를 사랑했지만, 그만큼 큰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너무 좋은 작품을 한 것 같다. 작가님의 저력도 느껴지고, 대본을 보면서도 진명이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더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저만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근데 그런 걱정은 있었다. 진명이가 처한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까, 시청자 분들이 진명이를 보다 지치실 것 같았다. ‘더 힘들어 하시면 어쩌지’, ‘드라마에서까지 굳이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위로를 받으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더라. 기분 좋다”
진명은 6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동생 병원비와 그런 그를 돌보는 어머니까지 책임지고 있고, 본인의 생계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편의점, 과외,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한 와중에도 졸업을 위해 학교를 다니고, 학자금 대출까지 갚아 나간다.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한 진명이지만, 한예리는 이런 진명의 상황을 그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원래 세상의 나쁜 일은 한 번에 온다. 가혹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가혹한 순간들, 한 번에 온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은 단단해지고 행복한 일들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진명이고 그 모든 순간을 겪으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일들을 겪었기 때문에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 것 같다. 적당히 코너에 몰리는 건 없는 것 같다. 뭐든 끝까지, 끝까지 가야만 괜찮아 지는 것 같다”
진명의 스토리 중 감정을 가장 크게 터트린 장면은 바로 자신의 동생의 목숨을 본인이 직접 끊으러 가는 길에 어머니와 마주한 장면이다. 자신보다 한 발 빨리 그토록 잔인한 일을 실행한 엄마를 보는 진명의 표정은 매우 복잡했다.
“그 장면에서는 아무 생각을 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이 잘 안 되는 거다. 진명이는 그 상황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다. 만약 엄마가 하지 않았으면 진명이가 실행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끝내고 싶었을 것 같다. 동생이 생을 마감하던, 본인이 끝이 나던. 진명이는 본인이 했더라도 죄책감 이전에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누구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진명이가 제일 잘 이해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다면 가장 진명을 사랑하고 이해한 한예리가 봤을 때 그녀가 가장 힘들어 보였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면접에 떨어졌을 때.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더라. 너무 낙담하고 힘들어 하는데, 그 마음이 뭔지는 알 것 같았다. 저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약간 물 먹은 스펀지처럼 계속 자게 된다, 의욕이 없어져서. 그런 경험이 스스로 있어서 그런지 종일 잠만 자는 진명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조혜진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