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OOK] ‘밀정’ 일제강점기 프레스티지 로맨틱 느와르
입력 2016. 09.01. 13:50:03

영화 '밀정'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쏟아져 나오는 일제강점기 영화 가운데 ‘밀정’은 온전한 영화적 감성으로 접근한 느와르식 해석으로 정치적 논란을 걷어냈다.

‘콜드 느와르로 시작해 뜨겁게 끝났다’는 김지운 감독의 표현대로 스파이들의 차가운 느와르여야 할 ‘밀정’은 공유(김우진)를 필두로 신성록(조회령) 송강호(이정출) 이병헌(정채산) 등 슈트발 좋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로맨틱하기까지 한 감성으로 뒤바뀐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밀정’은 1930년대에 활약한 의열단을 다룬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2015년 7월 개봉)과 불과 10여년의 시대적 차이는 물론 비슷한 인물들을 중심을 전개된다. 그러나 감독과 배우들의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 멋쩍지 않을 정도로 시대극에 충실했던 ‘암살’과 달리 ‘밀정’은 배경이 일제강점기일 뿐 현대로 옮겨와도 손색없는 남성 느와르 특유의 분위기가 짙게 배어난다.

#1. 연계순, 강인한 의지를 여린 몸으로 감춘 여자







의열단 핵심단원 연계순 역을 맡은 한지민은 ‘암살’ 전지현처럼 비주얼로 존재감을 발휘하지 않지만, 의열단 리더 김우진과의 드러나지 않는 로맨스에, 일본 경찰 이정출에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게 하는 인물로, 느와르에 꼭 필요한 극의 갈등을 심화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여리지만 강인한 의지를 가진 연계순은 얼굴을 반쯤 가린 클로셰와 몸 전체를 감싸면서도 허리선을 부드럽게 살린 실루엣의 코트로 인해 더욱 설득력 있게 묘사됐다. 특히 의열단의 안타까운 최후가 다뤄진 장면에서 입은 누드 톤의 원피스는 영화의상을 담당한 조상경 감독이 밝힌 ‘자유를 갈망해 관습을 깨뜨린 1920년대 당시 여성들의 성향이 담긴 플레퍼룩’을 완벽하게 재현해 차가운 느와르에 온기를 더했다.

#2. 김우진 조회령, 내일이 없는 오늘을 사는 남자

이 영화가 ‘암살’과 비교될 수 없는 결정적 차이는 일본 경찰 이정출의 각을 살린 밀러터리 룩과 의혈단 김우진 조회령의 세련된 댄디룩으로 완성된 화려한 비주얼이다.

세 배우의 인지도는 물론 신체조건에서부터 이 영화가 시대극이지만 트렌디한 느와르가 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송강호 공유 신성록은 각각 키가 180, 184, 187cm에 비율은 물론 긴 팔과 다리로 1920년대를 그대로 재현한 슈트를 현대적 감성으로 소화했다.

김우진과 조회령 역할을 맡은 공유와 신성록은 쓰리피스 슈트에 코트까지 갖춘 완벽한 드레스업 코드를 유지한다. 특히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원단의 멋을 제대로 살린 잘 빠진 패턴의 체스터필드 코트와 폴로 코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았기에 풍류와 멋을 즐겼던 의열단’이라는 조상경 감독의 해석에 따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정확하게 제 기능을 해냈다.

그러나 블루 네이비의 짙은 컬러가 주를 이룬 공유와 달리 신성록은 베이지 계열의 밝은 톤으로 같은 의열단 단원이지만 각기 다른 성향 차이를 드러낸다.

조상경은 이 둘의 차이에 대해 “김우진은 짙은 계열의 컬러로 김지운 감독이 의도한 차갑고 서늘한 톤을 완성했다. 반면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의열단의 자금책인 조회령은 그 시대의 제일가는 ‘모던보이’ 느낌을 살렸다”고 밝혔다.

#3. 이정출, 명분만 있다면 뭐든 하는 남자

이처럼 ‘암살’과 달리 비주얼의 중심을 공유와 신성록이 틀어잡으면서 느와르다운 모습을 갖췄다면 이정출 역할을 맞는 송강호는 일제 강점기의 뼈아픈 시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화의 무게 중심을 잡았다.

이정출이 일본 경찰이라는 설정은 어떤 설명 없이도 밀리터리 코트로 완벽하게 각인된다. 특히 가공하지 않은 경직된 질감을 그대로 살린 가죽 코트는 타협 없는 출세 지향적인 이정출의 성향을 완벽하게 묘사한다.

조상경 감독은 “이정출이라는 인물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1920년 간도참변 당시 흑백사진에서 일본 경찰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죽옷을 떠올렸다”며 가족코트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밀정’은 정치적 이유로 누적되는 관객 수와 논란이 비례했던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와 달리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오락적 요소로 중무장해 보는 이들의 피로감을 덜어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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