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대동여지도’ 차승원 “사람냄새 나는 김정호 연기했어요” [인터뷰①]
입력 2016. 09.01. 19:43:03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만족도요? 반반 이에요. 정말 만족한다 할 수도, 이상하다 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의도로 얘기한 건 아닌데 의도가 다르게 해석될 때 곤란해지더라고요. 곧 일반시사가 있는데 그때 보면 좀 영화에 대해 평이 나오지 않을까요. 배우는 하는 행위에 대해 평가받는 직업이고 관객들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의 언론·배급 시사회 다음 날인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를 연기한 배우 차승원을 만나 영화를 본 소감을 물었다. 그는 정확한 평은 관객이 내릴 거라며 섣불리 자신이 내뱉은 말이 왜곡될까 조심스러워했다.

“관객의 얼굴을 보고 결과를 판단한다. 영화는 특히나 표정을 숨길 수 없다. 좋고 나쁜 게 표정을 보고 판단했을 때 여지없이 들어맞다. 영화가 안 좋으면 관객의 표정에서 드러난다. 극장이란 폐쇄적 공간에서 막 (영화가) 끝났을 때의 관객의 표정이 정확하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관객의) 글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쓰는 거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지난 1988년 모델로 데뷔한 그는 지난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의 조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같은 해 SBS 시트콤 ‘뉴욕 스토리’를 찍으면서 부터다. 약 20년 가까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동한 그는 강우석 감독과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배우만 한건 96년도부터니 (연기 활동은) 20년 된 거다. 강우석 감독과 (인연이) 오래됐다. 내가 데뷔할 때부터 제작자였고 영향력 있는 제작자겸 감독이었다. 이번에 감독으로 만났을 때가 훨씬 좋았다. 제작자였을 땐 별로였다.(웃음) 약간 어려운 사람이었다. 많은 배우들이 그랬을 거라 본다. (감독으로서 만났을 땐) 많이 열어두고 들어줘 과정이 좋았다. 모든 이들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감독이다. 현장에서 그렇지 않은 감독도 꽤 많은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배우입장에서 감사하고 좋았다. 예전에 제작자였을 땐 (강우석 감독에게) 전화를 거의 안 드렸다. 개봉할 때쯤 한 번 전화하고 했다. 이번에 만나서는 영화를 같이 찍는단 것 보다 사람을 알아간단 게 좋았다. 작업하는 것 이외의 감독의 생각이나 소소한 일상을 알아가는 게 좋았다.”

차승원은 앞선 언론시사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위인 김정호를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정호 역을 제안 받고 그는 기존에 제작자로서 만난 강 감독의 모습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현장에서 만날 그가 편치만은 않을 것 같아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섣불리 못하겠더라. 제작자로서의 그에 대해 안 좋은 시각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얘기하면 현장에서 불편할 것 같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왜 내게 이 시나리오를 줬는지, 왜 맡기려 했는지 알겠더라. 내 영화를 보고 내가 어떤 성향인지 알고 주신 것 같았다. 전반의 김정호는 ‘위인스럽지’ 않지만 (그가) 남긴 업적으로 접근하는 건 별로라 생각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한단 게 배우로서 엄청난 부담이지만 (인물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여지를 줄 수 있는 인물이어서 좋았다. 물론 지도에 미쳐있지만, 밉지 않은 김정호, 사람냄새 나는 김정호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한다.”

기자회견 중 영화 곳곳에 코믹 요소가 포진돼 있어 애드리브가 있을 것 같단 말이 나왔으나 예상을 깨고 배우들은 단 하나의 애드리브도 없이 정해진 대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이 배우의 애드리브를 허락하지 않는단 게 그 이유다.

“애드리브 하는 건 좋은데 미리 얘길 해야 한다. 약속 안 된 애드리브는 용납을 안 하시니까. 이번 영화에서 애드리브는 전혀 없다. 하는 행동, 말투 이런 게 애드리브라면 애드리브다. 그런 건 생각해놓은 게, 순실(남지현)이 차고 있던 묵주를 숨기는 장면에서 그걸 염주로 오해하는 애드리브를 준비 했는데 하지 않았다. 감독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너무 열심히 하셔서.(웃음) 일 년 동안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나’ 할 정도였다.”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그는 이번 영화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 한 포인트가 되는 작품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화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줘서가 아니라 촬영하는 과정이 좋았고 행복했다며 이번 영화를 자신의 연기인생의 하나의 포인트가 되는 작품으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영화를 만나긴 쉽지 않다. 한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연기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일 년 하면서 영화만 생각했다면 ‘도둑놈’이다.(웃음) 돌이켜 보건데 ‘좋아하며 찍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좋았기에 이런 좋은 영화를 해 기뻤다. 영화는 무조건 흥행이 돼야한다. 그래야 여러 사람이 행복하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내가 해온 일련의 작업들이 있는데 이게 마지막 작품이 아닌 이상 이게 내 연기적 필모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들이 나중에 회상 했을 때 화젯거리가 있는 영화라면 좋겠다. 결과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지만 마음속으로 행복한 과정 아니었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역사극이 조심스러워 당분간 사극을 안 하려 한다는 그는 SF(공상과학) 영화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것에 끌린다고 말했다. SF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그에게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란 질문을 했다.

“‘선생 김봉두’(2003)를 마지막으로 코미디 장르를 안 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다른 작품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랬다면 좀 더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많이 찍지 않았을까요? 작품 수는 많지 않았겠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찍었을 것 같아요.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에너지가 넘칠 때였죠. 영화에 대한 에너지가 넘칠 때니 다양하게 도전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최고의 사랑’ 같은 드라마에서의 독고진도 현실적이지 않은 듯 공감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에요, 현실적이기만 한 건 재미가 없어요. 이름이 부각된 작품은 잘됐어요. ‘선생 김봉두’의 김봉두,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이 잘 됐으니 ‘고산자’ 김정호도 잘 됐으면 해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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