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사극 안 어울린다고요? 극복에서 오는 희열이 좋아” [인터뷰②]
입력 2016. 09.01. 19:59:28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소설은 훨씬 어두워요. 읽고 잊어버렸어요. 영화와는 많이 다르고 어두워요. 무겁고 비극적이죠. 이 사람이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외롭고 처절해 보였어요.”

영화 ‘고산자’는 박범신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한다. 차승원은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크다며 소설이 영화보다 어둡다고 말했다. 영화 ‘고산자’는 어둡지 않다. 김정호가 봤을, 눈이 시원해지는 절경도 그를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다.

마치 CG(컴퓨터그래픽)를 보는 듯한 대한민국 곳곳의 절경을 실제 발품을 팔아 촬영했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백두산까지 사계절 팔도 절경을 담기 위해 9개월 동안 촬영했다. 힘들지 않았느냔 질문에 예상과 달리 의외로 보기보다 편하게 촬영을 했단 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감정연기가 그에겐 더 부담이 됐다고.

“다른 영화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찍었다. 거의 일 년 동안 집에 안 들어간 느낌이긴 한데 굉장히 경제적으로 찍었다.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하면 살짝 미안하다. 고생을 엄청 했는데 하나도 안 한 것처럼 나온 영화도 있는데 그런 것과는 정 반대다. 진짜 부담이었던 건 김정호의 집에서 촬영할 때였다. 감정의 변화가 많았는데 그게 스트레스 (요소)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신이었다. 김정호가 관아에서 곤장을 맞았는데 관아에서 그랬던 걸 초반에 찍었다. 바로 극대화된 감정으로 가야했기에 어느 정도까지 (감정을 표현)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후 김정호 집에서의 신을 찍을 땐 그런 것(감정 연기)으로 인해 부담을 느꼈고 그 외엔 큰 부담이 없었다.”

영화에서 김정호(차승원)가 백두산 천지에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는 실제 스태프와 백두산에 올라 연기를 했다.

“5박 6일 일정으로 갔다. 날씨가 그렇게 좋은 날이 없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올라가자마자 찍을 줄 알았는데 애길 들어보니 공안의 허락을 얻어야하고 날씨도 허락돼야 하고 찍은 게 천만 다행이다 싶다. 다음날은 날씨도 안 좋았고 공안 측에서 생각과 다른 영화라며 보이콧을 했다. 그쪽에선 사진촬영인줄 알았는데 이상한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가니까.(웃음) (백두산에 오르니) 생전 처음 보는 그림이 펼쳐졌다. 경외감이 들었다. 애국가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왜 첫 소절에 나오는지 이해가 됐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수한 역사적 인물들이 갔을 텐데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어떤 장소를 보고 똑같은 감정을 느낀단 게 힘든 것 아닌가 싶다.”

촬영 순서가 영화의 이야기 진행 순서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에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차승원도 감정 표현 정도에 대한 막연함에서 오는 부담감을 느꼈다. 신과 신의 연결에서 감정의 격차가 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단 말에 감정신에서 몰입하는 그만의 비결 혹은 방식이 궁금했다.

“요즘은 내려놓으려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순 없겠지만 될 수 있으면 부담을 놓으려 한다. 어떤 배우들은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하고 하는데 난 계속 웃긴 얘기 하다가 촬영 들어가면 몰입해서 한다. 방법의 차이인데 그게 날 안정시키는 방법의 하나다. 편안하게 놓으려 마음먹는다.”

촬영하는 동안 그는 대동여지도의 목판 제작을 돕는 조각장이 바우 역을 맡은 김인권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김)인권이와 그런 얘길 많이 했다. 인권이가 맡은 배역이 중요한 역할이다.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지만 둘이 할 땐 놓고 했으면 좋겠단 얘기를 많이 했다. 이번 테이크가 안 되면 다음 테이크를 하면 된다고 했다. 인권이가 지도를 펼치는 중요한 장면이 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다. 감정 폭의 극대화 지점이었다. 얘기할 때 정답을 정하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 감독은 큰 그림만 잡아줬다. 별 얘기 안했다. 상황만 만들어줬다.”

최근 그는 영화와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데뷔 초인 지난 1998년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김혜수 플러스 유’ 등의 토크쇼에서 보조 MC로서 타고난 입담을 과시한 그는 이후 배우로서 활발히 할동 하면서 예능프로그램 등에 게스트로 가끔씩 출연해 변함없는 입담과 재치로 웃음을 줬다. 그러다 지난해 힐링 예능을 표방하는 ‘삼시세끼 어촌편’을 시작으로 ‘차주부’란 별명을 얻으며 활약, 올해 ‘삼시세끼 고창편’으로 ‘차주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가리고 싶지 않다. 다른 방식의 작품이나 방송엔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난 이런 방식으로 단단해지는, 견고한 배우로 남고 싶다. 편중되고 싶진 않다.”

‘삼시세끼’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의 음식에 대한 애착은 남달라 보인다.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신이 차린 끼니를 ‘요리’가 아닌 ‘음식’이라 강조했다. 특별할 것 없이 세끼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잔잔한 예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대해선 ‘그리움’이라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신기하다. 아예 (요리를) 안 하진 않는데 매일 음식을 하지도 않는다. ‘삼시세끼’의 경우 과장된 모습이 없지 않아 있다. 어느 정도 관심은 있다. 음식점을 다니며 맛있는 곳에선 ‘뭘 넣느냐’며 재료 정도는 묻는다. ‘혼술’ ‘혼밥’ 얘기가 왜 나오고 왜 그런 프로그램이 부각되는가를 보면 다 같이 어울려 먹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왜 우린 시골에서 밥 먹으며 얘기하는 걸 보며 흐뭇해할까를 생각하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 인듯하다. ‘가족’ ‘사람’ ‘옛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가 하는 건 요리가 아니라 그냥 음식이다. 그런 게 요리가 될 만큼 척박해지지 않았나 한다.”

188cm의 늘씬한 키에 큼지막한 이목구비의 차승원은 모던한 느낌이 강한 외모를 지녔음에도 이전에도 여러 번 사극을 택했다. 일각에선 그의 외모가 사극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단 의견도 있다.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를 이용해서 그에 맞는 역할을 연기 하면 어떤 면에선 정말 쉬울 수 있다. 반은 점수를 따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민스럽고 혼란스럽지만 나 자신에게 삐걱거리는 인물이 좋다. 극복에서 오는 희열이 있다. 그렇게 바라봐주진 않겠지만 ‘삼시세끼’의 나와 ‘고산자’의 나는 완전히 분리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추석 특수를 노린 경쟁작 ‘밀정’에 대해선 솔직한 반응을 보였다.

“자극적이거나 장르에 치우친 영화는 아니니 시즌에 맞는 영화 아닌가 해요. 내가 어렸을 때 역사물들을 보고 역사적 인물들을 봤듯 누군가 이 영화를 보고 ‘김정호란 사람이 저렇게 살다 갔구나’ 생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면 좋을 것 같아요. (같은 날 개봉하는) ‘밀정’은 신경 쓰여요. ‘우리가 타겟층이 넓으니 좀 더 유리하지 않나’ ‘부모님 손잡고 오라’ ‘다 같이 잘됐으면 한다’는 상투적인 말은 닭살 돋아 하지 않겠습니다.(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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