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균상, 믿고 보는 배우 꿈꾸는 서른 살 청년의 성장기 [인터뷰]
- 입력 2016. 09.02. 14:22:00
-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소처럼 일한다’는 말은 배우 윤균상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지난 2014년 ‘피노키오’부터 ‘너를 사랑한 시간’ ‘육룡이 나르샤’를 거쳐 ‘닥터스’까지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왔지만, 오히려 한결 여유가 생긴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지난 달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하명희 극본, 오충환 연출)에서 신경외과 전문의 정윤도 역을 맡아 열연한 윤균상을 만났다.
지난 2012년 ‘신의’로 데뷔한 윤균상은 짧은 공백기도 없이 여러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누가 몰아세우는 것도 아닌데 왜 이토록 숨 한 번 돌리지 않고 달려온 걸까. 윤균상은 그저 “쉬는 것을 잘 못 한다”고 답했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할 생각이 없어도 대본이 재미있으면 일하고 싶어져요. 그러다 보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아요. ‘육룡이 나르샤’ 종영 후 한 달 정도 쉴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쉬지 않다가 쉬니까 끝났다는 체감이 들고, 혼자 동떨어져 있으니 실제로 몸살을 앓는 등 데미지가 오더라고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익숙해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일할 때는 다 같이 고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이 좋아지고 의지가 돼요.”
‘닥터스’를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촬영하느라 힘들었으니까 시원하기도 하고 정든 배우, 스태프들과 헤어져 서운하기도 하다. 매일 북적북적 어울리던 공간에서 멀어지니까 외로움을 느끼게 될 때도 있더라. 그 시기를 대비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덜 힘들게 지나갈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존경하던 배우였던 김래원과 앞서 ‘피노키오’를 통해 한 차례 인연을 맺은 박신혜, 유독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이성경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닥터스’의 촬영 분위기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더욱 깊게 남겼다. 윤균상은 “또래들끼리 있다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 드라마 자체가 밝은 분위기여서 배우들이 다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스태프들도 다 같이 밝게 힘내서 으쌰으쌰 했다”고 설명했다.
‘닥터스’는 상반기 연이은 흥행 실패로 침체됐던 SBS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20%를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윤균상은 시청률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률이 잘 나오면 사랑 받는다는 것이니 좋다. 하지만 연기 외의 다른 것에 욕심이 들어가면 연기에 힘이 들어가거나 딱딱해지는 것 같아 성적에 신경을 많이 안 쓰려고 한다. 물론 흥행은 감사한 일이지만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친구들은 ‘네가 안 망해봐서 그런다’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균상이 출연한 드라마는 케이블TV tvN ‘갑동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SBS를 통해 전파를 탔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SBS 공무원’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이에 대해 윤균상은 “방송사를 따지거나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본을 보고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정한 건데 작품들이 다 우연찮게 SBS 드라마였던 것”이라며 “저도 오죽했으면 아버지에게 ‘SBS에 지분 있냐’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SBS 아들, 공무원이라고 해주시는데 기분 좋다. 그만큼 SBS의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의 눈에 띄었다는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신인이었던 그가 한층 여유가 묻어나는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올초 종영한 SBS ‘육룡이 나르샤’의 역할이 컸다. 조선제일검 무휼을 연기한 그는 “자유롭게 풀어져라”라는 PD, 작가의 주문과 배우 이준혁 덕분에 원하는 대로 연기할 수 있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극중 캐릭터가 무게감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본인에게도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장기간 사극에 출연하다가 곧장 현대극으로 옮겨간다는 것이, 극중 인물이 전문직이라는 사실에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는 부딪혔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작품을 하면서 연기력이 늘었는지는 전혀 모르겠어요. 단지 나아진 것이 있다면 카메라와 스태프들 앞에서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피노키오’ 때는 무서웠고 ‘너사시’ 때는 이진욱, 하지원 선배님을 보며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육룡이 나르샤’를 하면서 조금씩 알아갔고, ‘닥터스’에서는 온전히 제 생각을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은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윤균상은 올해 서른 살을 맞았다. 쉴 틈 없이 달리느라 30대에 접어들었다는 체감은 하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 자체는 좋게 생각한다고 한다. “정신 못 차리고 서른 살이 됐다”는 그는 “배우는 나이를 먹어야 하는 것 같다. 남자다움을 보여드리려면 나이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까지는 연기가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고들 하시더라. 그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의 레이스를 달려온 만큼 이번에는 모두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쉬기 위해 다음 작품 대본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명절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닥터스’가 윤도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듯 윤균상도 ‘닥터스’를 통해 성장하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또 다른 성장을 꿈꾼다.
“‘‘닥터스’에 김래원, 박신혜가 나오니까 봐야한다’는 분들이 많았는데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배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