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LOOK] ‘킹키부츠’ 레드성애자 롤라의 화끈 통쾌 메시지
- 입력 2016. 09.06. 15:01:3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뮤지컬 ‘킹키부츠’는 드랙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남성과 여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직 정하지 못한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건내는 휴먼 코미디다.
뮤지컬 '킹키부츠'
진지함으로 가장하지 않은 위트 넘치는 노랫말은 치열한 소비사회와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으려고 발버둥치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 매번 사람들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자가 결국 그들이 내치던 비정상인이라는 점이 킹키부츠가 갖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킹키부츠는 4대째 내려오는 영국 노샘프턴 지역 ‘프라이스 앤 선’ 제화점을 배경으로 산업혁명을 지나 가치보다 가격논리에 지배당하는 패션산업의 단상을 보여준다. 다소 묵직한 주제로 막을 올리지만, 열정의 컬러 레드에 열광하는 드랙퀸 롤라의 등장과 함께 대량생산을 신성시하는 패션산업과 매몰돼가는 휴머니즘의 아픔을 끌어안은 채 경쾌한 하이코미디로 탈바꿈한다.
롤라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수없이 나오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아직 정하지 못한 분’인 드랙퀸으로, 생물학적 정체성은 명확히 남성이지만, 감성적 정체성은 여자인 이중적 코드를 가진 인물이다. 남성이지만 동시에 여자이기도 한 롤라는 폐업 위기에 빠진 ‘프라이스 앤 선’을 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면서 의도치 않게 기사회생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드랙퀸 롤라는 균형을 읽고 판단 능력을 상실한 제화점 사장 찰리를 우정으로 설득시키고, 마초주의에 찌든 남자들에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 롤라 리더십1. 정형을 거부하는 이유 있는 파격
룰라는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드랙퀸이지만, 내면에는 실현되지 않은 형체가 명확하지 않은 삶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감추고 있다. 찰리는 우연히 거리에서 인연을 맺게 된 롤라의 공연을 보면서 ‘드랙퀸 슈즈’라는 기상천회 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을 찾아낸다.
파격적인 부츠 디자인을 보여준 롤라의 감성에 탄복한 찰리는 그를 디자이너로 고용하지만, 밀라노 슈즈페어를 앞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밀라노에 대한 판타지에 취해있는 찰리는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가슴 뛰었던 파격에 대한 진지한 욕망은 수그러들고 진부한 사업가 정신에 사로잡혀 롤라의 파격적인 행보에 날선 비난을 쏟아 붇는다.
그러나 롤라의 부츠에 대한 열정과 친구에 대한 애정은 위기에 빠진 사이먼을 그가 거부했던 파격을 앞세워 그토록 바랬던 성공으로 이끌낸다.
룰라의 파격은 극히 현실적인 상황에 충실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신이 그린 제품 일러스트와 현실 제조과정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전문 모델이 아닌 드랙퀸을 패션쇼 무대에 세우는 유행을 선도하는 감성은 패션 및 소비재 산업 전체가 공감할 만한 충언을 던진다.
◆ 롤라 리더십2. 편협을 거부하는 편견 없는 수용
롤라는 공연 무대를 떠나 시골 공장으로 내려오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편견으로 가득한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디자이너로 첫 출발선상에서 선 출근길에 슈트 차림을 한 롤라는 자신의 바꿀 수 없는 이중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불편한 남자가 아닌 유쾌한 드랙퀸으로 사람들과 어우러진다.
그럼에도 공장에서 일하는 거친 남자들과의 대치를 피할 수 없는 롤라는 전직인 복서로 링 위에 올라 돈과 일대일 대결을 펼친다. 게임 막판에 상대에게 승자 자리를 내준 롤라는 이를 이해할 수 없는 돈에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미션을 던진다.
킹키부츠의 메시지는 바로 상대를 바꾸려하지 않고 이해하는 수용이다. 롤라가 설파하는 수용 정신은 그의 리더십의 근간이자, 성공주의와 편협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우수하다고 자부한 것들이 실제는 자신들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음을 직시하게 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뮤지컬 ‘킹키부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