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 “‘밀정’은 MSG 없는 영화, 결의 다름 좋게 받아들여졌으면” [인터뷰]
- 입력 2016. 09.07. 16:09:31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부산행’을 통해 천만배우에 등극한 공유가 ‘밀정’으로 또 한 번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남과 여' '부산행' '밀정'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낸 탓에 천만의 감흥을 느낄 새도 없었다는 공유는 주변에서 또 다시 흥행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부담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그 부담감이 성공을 이어가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잘하는 야구선수라도 매번 홈런만 칠 수는 없잖아요. 파울볼을 칠 수도 있고 삼진을 당할 수도 있는 건데 그거 때문에 타석에 서기 힘들다면 야구를 관둬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기대치에 대한 부응을 해야한다는 부담은 있죠. 그게 시청률이나 관객의 수치에 대한 부담은 아니에요. 재밌는 것을 보여줬던 이가 또 나온다고 하면 대중들은 ‘이번에도 재밌겠지’라는 기대를 할 텐데 나를 믿고 시간과 돈을 내서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보답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커요.”
‘밀정’은 일제강점기라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주로 잿빛을 통해 차가운 분위기를 낸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항일과 친일의 경계에 서있는 애매모호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간 나왔던 같은 시대를 다룬 영화와 변별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강요받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고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보통 이러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은 소재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도 이해하지만 흑백으로 나뉜다는 느낌이 불편할 때가 있었어요. ‘밀정’은 영화적으로 잘 풀되 전달하고자하는 정서가 확실히 전달된 거 같아 흡족하게 봤어요.”
이렇듯 영화는 흑백의 논리로 나뉘지 않고 모호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공유가 연기한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은 갈등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제 역할은 하나의 신념으로 올곧이 가는 역할이에요.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과 내 역할이 다른 건 상관이 없어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 김우진을 잘 표현하고 이정출을 갈등하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잘 해냈을 때 풍성해질 거라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에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이름을 보고 덥석 잡았다는 공유는 그에 따른 부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밀정’을 김지운 감독님이 준비한다는 것도 몰랐어요. ‘부산행’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제가 영화계 소식에 대해서 잘 몰라요. 그런데 김지운, 송강호 이름이 적혀있어서 덥석 잡았다가 시작하려고하니까 그때부터 부담이 되는 거예요. 신나서 덥석 잡기는 했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 나도 도움이 돼야하는데’ 하는 자존심도 있었어요. 제게 시나리오를 건넨 분들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 이유는 저 스스로 증명해야 하잖아요.”
공유는 ‘밀정’을 그렇게 덥석 잡고난 후 현실적인 고민들을 하게 됐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자극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선배와의 협업을 권하기도 했다.
“몰랐던 걸 알게 되는 순간들도 많았어요. 선배님과의 협업이 후배님들한테 절대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어요. 실력 있고 관록 있으신 선배사이에서 호흡하고 주고받는 것이 후배배우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밀정’은 시나리오까지 재밌으니 말다했죠.”
‘밀정’을 통해 김지운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공유는 그의 스타일에 대해 “전형적인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미장센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꼈어요. 관객들로 하여금 장면들이 잔상에 남도록 만드는 게 쉽지가 않은데 장면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는 게 감독님의 힘이지 않을까 싶었죠. 감독님이 그려낸 그림과 음악 등 모든 것들이 단순한 멋이 아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서있는 장면 하나로 영화를 말할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공유는 그런 ‘밀정’에 대해 큰 압박을 갖고 있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를 향한 마음이 ‘밀정’을 향한 마음이기도 했다고.
“이 영화에서 많은 인물들이 이정출한테 여러 가지 것들을 던지고 자극을 주고 건드리는 입장인데 김우진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에요. 이정출의 옆에서 그가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갈등하게 만들려 했어요. 이정출과 김우진의 관계가 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서기 때문에 그것에 있어서 제가 삐끗하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큰 텐션이 무너진다는 압박이 컸고 그것이 영화 전체흐름에 손실을 끼칠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압박이 있었죠.”
‘밀정’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첩보물로 관객으로 하여금 화려한 액션을 기대케 한다. 하지만 공유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다. 공유는 “‘밀정’은 MSG가 없는 영화”라며 그동안 봐온 영화와는 또 다른 결을 지닌 영화라고 말했다.
“‘밀정’은 갈수록 힘이 세져요. 차갑게 시작해서 뜨겁게 끝나죠. 액션시퀀스가 화려한 게 없이 심플하지만 거기에 깔려있는 효과음, 음악, 여러 가지 소품 등이 종합적으로 정서와 뉘앙스를 표현하고 있어요. 서서히 스며드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 지점이 다른 영화라고 느꼈어요. 또 감정의 폭을 관객들이 쉽게 흡수하게 만들면 신파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렇지 않을 때는 ‘불친절한 거 아니냐’라는 말들도 하세요. 그런 거에 익숙하신 분들이 많은데 ‘밀정’의 결의 다름이 좋게 잘 받아들여졌으면 해요. ‘이게 더 좋은 영화다, 이게 맞다’라는 얘기가 아니라 결이 다른 영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또 이런 맛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느낌이 좋았고 새로웠고 관객분들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봐주시면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으실까 싶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