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유준상 “흥선대원군, 꼭 다시 만나고 싶어” [인터뷰①]
입력 2016. 09.13. 09:27:47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요즘 자극적이고 큰 사건을 다루는 영화가 많은데 ‘고산자’는 강우석 감독님이기에 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이런 영화는 마지막에 뭉클해지는 느낌이 있죠. 감독님의 뚝심으로 끌고 가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배우들이 열심히 해줬던 게 느낌이 좋았어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유준상(48)을 만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 제작 시네마서비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고산자’에서 흥선대원군 역을 맡은 그는 분량이 적은 배역임에도 단지 강 감독의 영화란 이유로 출연을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말했다.

“강우석 감독님의 스무 번째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 ‘이끼’로 처음 감독님 영화를 했을 때 ‘얼마 안 있으면 스무 번째 영화가 되겠구나’ 생각했다. 어떤 역할이든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은 꼭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보여주는 모습들을 보면 이런 분과는 역할을 떠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큰 보람이다. 연출을 잘 하시면서도 사람을 배려한다.”

영화의 줄기가 된 원작 소설 ‘고산자’에서 흥선대원군이 등장하는 분량은 책 한 장 정도에 불과하다.

“감독님과 어떤 역할이든 한다고 얘기한 게 있었고 영화라 열심히 해야겠다 했는데 박대성 화백을 만나면서 흥선대원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난을 배우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내게 필요한 작업이었고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시간이었다.”

분량이 적은만큼 주어진 분량 안에서 임팩트 있게 인물에 대해 잘 전달해야 했다는 그는 ‘고산자’ 속 흥선대원군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배움을 얻으며 자신만의 흥선대원군을 만들어갔다.

“흥선대원군과의 첫 만남은 수묵화의 대가인 박대성 화백을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는 거였다. 영화에 난을 치는 장면이 있어 그 분을 만났고 그분의 지인인 미술·역사학자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흥선대원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발자취를 밟으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흥선대원군 묘지, 자료가 소장된 미술관·박물관을 찾고 책을 찾아봤다. 특히 난을 가장 중요시 했다. 난엔 그의 심리가 담겨 있어 어떤 마음이면 그런 난을 그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흥선대원군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실존인물이기에 느낌이 잘 전달돼야 했다. 적은 분량 내에서 어떤 인물인지를 표현해야 했기에 작은 디테일까지 잘 살려야했다. 영화에서 난의 줄기를 뻗은 것은 내 손으로 한 거다. 일주일에 세 번씩 오랜 시간 경주에 가서 배웠다. 장면 수에 비해 열심히 했다. 그 만큼 열심히 할 이유가 있었고 그 순간이 새로운, 50대를 준비하는 좋은 공부가 됐다.”

그는 흥선대원군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담고 싶어 했다. 지도를 빼앗으려는 마음도 있지만 대동여지도가 귀중하다는 걸 아는 혜안을 지닌 인물이란 걸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면 처음에 상당히 좋은 개혁을 계속 해나가고 있었다. 본인의 예술가적 기질이 뛰어났기에 좋은 의미로 경복궁을 다시 세우고 싶어 했고 그런 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다.”

강 감독은 ‘고산자’에 전체적으로 코믹한 요소를 넣으려 했다. 흥선대원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영화자체에 코믹요소가 더해진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객도 있을 터다.

“흥선대원군이 예술에 상당히 조예가 깊고 저평가 받았단 이야기가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들었는데 마침 감독님이 인물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위엄을 살리고 코믹한 부분을 넣어줘 촬영하며 좋았다. 흥선대원군의 경우 자연스럽게 감독님이 ‘상황’을 만들어줬다. (코믹한 장면에서) 녹음실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대사를 녹음 했을 때 감독님이 내 캐릭터와 맞게 잘 선택해 주셨다.”

흥선대원군의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보니 그의 정치적 야망이나 주변인물과의 관계 등이 상세히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자신이 연구하고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갈망할 법 하다.

“흥선대원군의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 당시에 수렴청정을 하면서도 초반에 고종을 대하는 것이나, 영화엔 없지만 왕후 조씨와의 정치를 행하는 모습들은 역사적 문헌을 봤을 때 상당히 좋았는데 더 좋은 쪽으로 갔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있다. 또 한 번 새로운 시각으로 본 흥선대원군을 연기했으면 한다.(웃음)”

유준상이 연기한 흥선대원군에게선 카리스마와 정의로움이 느껴진다. 이 같은 캐릭터의 성격은 강 감독의 정확한 디렉팅과 그에 대해 맞춤형으로 호응한 유준상의 연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대본을 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감독님이 상당히 강단 있고 강직한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표현하는데 있어 엄격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말투 등을 흐리게 하면 그 인물이 절대 될 수 없었다. 연습 때도 정확한 대사 전달을 위해 계속 대사 연습을 했고 감정이 대사에 묻어날 수 있게 하려 했다. 많은 대사가 있어 쌓이는 거면 몰라도 적은 분량 안에서 대사로 탄력을 불어넣어야했다. 그런 게 부담이 되긴 했지만 해야 할 몫이기도 했다.”

‘이끼’ ‘전설의 주먹’에 이어 세 번째 함께 작업을 한 배우로서 유준상의 눈에 비친 강우석 감독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본받고 싶은 사람, 계속해서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사람이다.

“감독과 세 작품을 했지만 세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배려심이나 열정이 똑같았다. 약속도 정확하고. 그런 게 엄청난 신뢰를 준다. 아침 7시에 촬영한다고 하면 그때 다 촬영을 한다. 세 작품 다 그랬다.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거다. 팀이 오래 작업을 하면 다 쉬게 해준다. 사실은 강우석 감독이 김정호 선생님 같은 분이다. 대단하신 것 같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감독님도 나이를 먹어 가는데 더 많은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나도 더 좋은 인성으로 좋은 연기를 해야겠단 마음이 든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열심히 안 할 수 없다.”

추석 연휴 개봉 경쟁작인 ‘밀정’에 대해선 사람마다 평이 다를 수 있다며 ‘고산자’는 온가족이 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영화란 점을 강조했다.

“공연을 할 때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경쟁작들엔 크게 신경을 안 써요. (공연은) 좋은 작품으로 평가되면 같이 가는 거죠. 영화 같은 경우 정말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평론가나 관객의 평이 다 다르잖아요. 온가족이 함께 보는 요 근래 나온 유일한 영화에요. 온가족이 다 함께 보면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대한 이야기,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근래 유일한 이야기에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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