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결’ 신동엽 감독 “연이은 흥행 실패로 오히려 과감해질 수 있었다” [인터뷰]
- 입력 2016. 09.19. 09:40:07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4교시 추리영역’ ‘응징자’ ‘치외법권’ 등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면서 신동엽 감독에게는 ‘충무로 불사조’라는 별명이 생겼다. 하지만 신동엽 감독은 그런 별명에도 “얼굴과 관련된 별명만 아니면 괜찮다. 그런 별명도 관심이 있어서 생긴 것 아니겠냐”며 웃어보였다. 오히려 흥행 실패는 그를 더 과감하게 만들었고 꿈을 현실로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려서부터 취권을 좋아해 언젠가 취권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신동엽 감독은 ‘대결’을 준비하면서 주위 사람에게 ‘미쳤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대결’은 취준생 풍호(이주승)가 형의 복수를 위해 냉혹한 CEO 재희(오지호)의 살벌한 현피게임에 뛰어드는 내용으로 모순된 사회에 통쾌한 복수를 다룬 영화다.
“그전에는 뭔가 준비하면 ‘한번 해봐, 괜찮은 거 같아’라고 반은 건성으로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들이 결과가 안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보자했어요. 자꾸 반대하니까 더 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있었죠.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안했을지도 몰라요.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제가 불안해서 접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계속 실패하고 나니까 오히려 그런 일들이 과감하게 진짜로 한번 해보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대결’은 취권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하면서 취업준비생인 풍호(이주승)와 게임회사CEO 한재희(오지호)를 통해 ‘현피’와 갑과 을의 싸움 등의 현실적인 요소를 더했다. 현피란 게임, 메신저 등과 같이 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살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현피라는 소재는 시나리오를 쓰다가 나중에 나왔어요. 취권을 주위에서 너무 반대하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잘됐으면 과감하게 했을 텐데 안 되고 있는 와중에 취권까지 건드니까 발악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 취권을 현실세계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다가 현피를 생각하게 됐어요. 현피라는 게 고수가 되기 위해 누군지도 모르는데 불러내서 싸우는 거잖아요. 현피를 내세우면 현실적인 영화의 양념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해서 영화에 넣게 됐어요. 사회적인 문제도 건드리면서 얘기하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경각심도 줄 수 있겠다 싶었죠.”
‘대결’은 액션영화지만 동시에 취업준비생 풍호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 영화 프롤로그에는 주인공 풍호를 연기한 이주승의 어릴 적 사진이 등장한다. 하지만 원래 프롤로그는 풍호가 누군가와 현피를 하는 장면이었다. 신동엽 감독은 “편집을 다하고 보니까 풍호의 성장이 크게 부각됐다”며 프롤로그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취업준비생의 아픔을 조금만 대변하자했는데 제가 계산하지 못했던 감성이 영화에 새롭게 생겨났어요. 액션 못지않게 풍호의 성장도 크게 다뤄졌고 그래서 ‘이건 풍호의 성장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앞부분을 열혈청년 풍호에게 헌사한 거예요. 액션영환데 ‘뭐지?’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런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저는 좋았어요.”
신동엽 감독은 영화의 과한 컨셉으로 인해 오히려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취권부터 시작해서 실랏, 주짓수 등 온갖 무술이 나온다고 하면 평범한 영화는 아니잖아요. 배우들한테도 그런 거에 대해서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연기하라고 했어요. 제가 요구한 게 있다면 ‘부담 갖지 말자’였고 그게 콘셉트였어요. 힘줘서 연출을 했다면 엉뚱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신동엽 감독은 ‘취권’의 정서를 많이 참고했다며 ‘취권’ 속의 경이로운 무술 등 자신이 봤던 걸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대결’ 속 이주승, 오지호, 신정근 등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액션을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배우들의 액션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담겨있었다.
“액션전문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대역도 물론 있었죠. 그래도 정말 위험한 장면 아니면 배우 본인이 직접 했어요. 대역배우는 위험한 장면만 가이드로 했고 그 외에 직접 해도 되겠다 싶은 건 배우가 다 했어요. 신정근 선배의 경우에는 액션스쿨에서 3개월 동안 배우신만큼 대역보다도 취권을 더 잘하셨어요.”
특히 풍호와 재희의 대결이 담긴 마지막 액션 장면은 4박5일 동안이나 촬영했다고.
“클럽신은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중요하게 여긴 장면으로 하이라이트가 돼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예산도 많이 들어가고 세트도 짓느라 힘들어서 우스개소리로 ‘그냥 숲속에서 싸울 걸 그랬나’라고도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고민하고 고생한 만큼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어요. 휘몰아치는 액션의 연속으로 제가 관객이었다면 그 부분만 따로 녹화해서 두고두고 볼만큼 멋진 액션신이라고 생각해요.”
‘대결’까지 7편의 영화를 하면서 인터뷰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신동엽 감독은 흥행에 대한 기대와 부담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상업영화 감독은 무조건 관객으로 말할 수밖에 없어요. 흥행에 대해 아무리 부담이 없다고 말해도 다 거짓말일 거예요. 이번에는 예상치 못하게 반응이 좋아서 다른 때보다 더 부담돼요. 로또로 치면 그전에는 두 개, 세 개까지 맞혔다면 이번에는 네 개까지는 맞은 기분이에요. 사실 네 개까지는 당첨금이 얼마 안 해요. 여기서 두 개만 더 맞으면 대박인데 싶은 기분이에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