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LOOK]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질투의 화신, ‘제작지원=흑마술’은 편견
- 입력 2016. 09.20. 17:14:25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상파든 케이블TV 든 드라마는 제작지원과 광고 확보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정도로 잘 팔리지 않으면 안 된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속성에 충실해야 하기에 기업으로부터 받은 제작지원 요건에 맞춘 불필요한 장면이나 캐릭터가 들어가는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SBS '질투의 화신',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이런 이유로 한동안 몇몇 아웃도어 브랜드 혹은 기업이 드라마마다 등장해 비슷비슷한 장면과 스토리를 양산하며 보는 재미를 반감했다. 이뿐 아니라 패션계의 실제 입지와 달리 모 기업은 드라마 속에서 거대기업으로 포장돼 이런 이미지를 기대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머니게임 논리에 빠져 극의 완성도보다 판매고에 치중한 드라마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과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흑마술처럼 극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제작지원의 틀에 박힌 시스템을 벗어난 스토리 전개로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숨 막히는 제작지원의 먹이사슬에서 빠져나와 로맨틱코미디의 ‘멜로멜로’한 분위기의 축을 이루는 재벌 2세 고정원이 운영하고 있는 수입편집숍 헤라로 리얼리티의 힘을 불어넣었다.
그리스 질투의 여신을 의미하는 헤라는 사랑을 두고 벌이는 치열하고 지질한 질투라는 코드를 더욱 명확히 하고, 어떤 브랜드를 협찬 받느냐로 자신의 입지가 갈리는 미디어의 현장에서 수입브랜드 제품이 선별된 편집숍 헤라라는 설정이 현실감을 끌어올렸다.
‘질투의 화신’이 억지춘향 식 제작지원을 피해 스토리의 리얼리티를 살렸다면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제작지원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메시지를 강화하는 기획의 힘을 발휘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서래마을의 작은 양복점 ‘월계수라사’와 신사복으로 성장한 미사어패럴을 배경으로 맞춤양복세대와 기성양복세대의 대립과 화해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 제작지원을 하는 LF패션 ‘마에스트로’는 신사의 품격으로서 양복의 매력이 요구되는 극의 방향과 노선을 같이하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 마에스트로는 제작지원한 SBS ‘파리의 연인’, MBC ‘베토벤 바이러스’가 박시양 슈트발, 김명민 음란조끼 등 유행어를 양산하며 드라마와 딱 들어맞는 조합을 보여준바 있다.
마에스트로 관계자는 “드라마 반응이 좋아 기대된다. 남성복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30대를 중심으로 한 컨템포러리 시장에 국한돼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정체된 중장년층의 신사복 수요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전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시대에 뒤처진 올드패션 코드가 되고 있는 맞춤양복의 기사회생 스토리를 다루고 있음에도 기성양복브랜드가 제작지원을 하고, 주인공들에게 협찬하는 양복이 이런 개개의 캐릭터의 특성을 명화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적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생존경쟁이 판치는 세상에서 승자로 살아남는 가장 현명한 정공법이다. 제작지원이 없어서 리얼리티가 배가된 ‘질투의 화신’, 제작지원을 통해 오히려 스토리를 풍성하게 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PPL에 통치당한 여타 흥행작들에게 강렬한 한방을 날린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SBS ‘질투의 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