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로 보는 한국-스페인의 동시대 작품들
- 입력 2016. 09.20. 18:21:19
- [시크뉴스 윤상길 기자]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나라 스페인은 우리에게는 ‘축구 강국’, ‘투우의 나라’로 친숙하다. 최근 들어서는 영화를 매개로 한 두 나라의 교류도 매우 활발하다. 스페인은 유럽의 영화 강국이기도 하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900년 무렵부터 극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들 영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몽하몽’, ‘라스트데이즈’등 적잖은 영화가 수입 개봉돼 인기를 얻었고, 반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김기덕 감독의 ‘빈집’ 등 우리 영화가 수출돼 호평을 받는 등 두 나라 사이의 영화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가운데 시체스영화제와 산세바스티안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는 세계적 명성을 이미 획득한 상태다. 또한 우리 영화계와 인연도 깊다.
2005 시체스 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로 이영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2003년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스페인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높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영화제 가운데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인하는 행사로 스페인어권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국제영화제이다. 현재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는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제64회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요즘 영화계의 핫스타로 떠오른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자 18번째 장편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이 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서울 연남동을 배경으로 화가인 영수(김주혁)와 여자친구 민정(이유영)의 티격태격 사랑놀이를 그리고 있다.
스페인의 중북부의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이때에 서울 한복판에서는 ‘2016 스페인 영화제’가 열린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21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호세 루이스 게린과 알베르 세라의 최신작을 포함해 신진 감독들의 작품까지 총 1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호세 루이스 게린은 실제와 허구의 결합을 통해 영화의 형식을 실험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상영작 가운데에는 그의 2015년 신작 ‘뮤즈의 아카데미’가 포함돼 있다.
‘뮤즈의 아카데미’는 실제 바르셀로나 대학교에서 40년 넘게 교편을 잡았던 교수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로부터 발전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평단으로부터 “감독은 변하거나 대항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학문적 상황과 환경에 대한 불안을 생생하게 포착해 한 편의 실험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어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영작 가운데 또 하나의 주목할 작품으로 2013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알베르 세라 감독의 ‘내 죽음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내 죽음의 이야기’는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식욕과 성욕을 탐하는 퇴락한 카사노바와 성에서 지내는 우울한 드라큘라의 만남을 통해 갈증과 고독이라는 주제를 시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이외에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청년 실업률이 높은 스페인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그린 영화도 상영된다. 이 섹터의 영화들은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과 견주어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세대를 막론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가브리엘 벨리스 케스 감독의 ‘혹한’(2014), 파코 레온 감독의 ‘카르미나’(2012), 파트리시아 페헤리아 감독의 ‘야생의 아이들’(2012)은 스페인의 당면한 현실과 문제를 담고 있다.
또한 레온 시미니아니 감독의 다큐멘터리 ‘지도’(2012)와 하이메 로살레스 감독의 ‘아름다운 청춘’(2014)처럼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한 영상을 적극적으로 영화 언어로 가져온 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동시대 스페인 영화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크뉴스 윤상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제 포스터, ‘뮤즈의 아카데미’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