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LOOK] ‘구르미 그린 달빛’ 키스신 저주 비껴간 ‘스타일리시 로코’
입력 2016. 09.21. 14:56:58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로맨틱 코미디는 키스와 함께 시청자들의 가슴 설레는 로망의 종말을 고한다. 키스 이상의 진한 스킨십을 보여줄 수 없는 지상파 드라마 속성상 키스와 함께 긴장감이 떨어지고 시청률 역시 하향세를 긋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MBC ‘운빨로맨스’는 “이렇게 하는 건가”라는 역대급 명언을 남긴 류준열과 황정음의 키스신 이후 시청률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세 배우로 떠오른 류준열 마저 ‘응팔(응답하라 1988)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KBS2 수목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안티 없는 청춘스타 박보검 김유정을 앞세웠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아직 18세 청소년인 김유정의 나이를 고려할 때 진한 멜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사극도 로코도 이도저도 아닌 퓨전사극으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구르미 그린 달빛’은 7회에서 박보검과 김유정의 풋풋한 첫 키스신 이후에도 시청률은 여전히 승상무드를 타고 있다.

키스신이 방영된 7회 시청률이 20.4%로 20%대를 가볍게 넘긴 데 이어, 8회 시청률 19.7%, 9회 시청률 21.3%, 10회 19.6%로 약간의 편차가 있기는 하나 20%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까지 할 거 다 했음에도 여전히 시청률이 높은 데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그려진 남장여자와는 다른 뒤끝 있는 전개가 한 몫하고 있다.

이전 드라마들이 남자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여자임이 밝혀진 순간 여자인 채로 남자들 사이에서 삼각, 사각으로 얽히는 것과 달리 여자지만 여자가 아닌 모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유정은 여전히 남자로서 내관 복장을 하고 박보검 곁에 여자도 남자도 아닌 채로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상황이 식상할 때쯤 피스텔 톤의 핑크, 퍼플로 채운 당의, 반화장 저고리 같은 신비로운 여성미를 부각한 한복을 입고 나와 판타지를 잔뜩 불어넣고 빠진다.

또 한동안 사극을 차지한 배자와 저고리를 겹쳐 입는 방식의 정형화된 한복에서 벗어나 기본 전통한복에 현대적 감성의 컬러와 실루엣을 가미해 사극이지만 현대극 못지않은 스타일리시한 코드를 더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밀도 높은 장치의 빛을 발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한 끗은 이 드라마가 왕권을 둘러싼 사대부, 여기에 판도를 바꿀 요소로 등장하는 백운회의 갈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홍경래의 딸 홍라온으로서 김유정의 역할이 아직 배일에 쌓여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10회에서 김유정을 계속 곁에 두기 위해 다산 역의 안내상에게 도움을 청한 박보검이 김유정과 꽃길 가득한 앞날에 대한 희망에 들떠 있는 순간, 백운회 수장이자 상선 역의 장광이 홍라온 앞에 나타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유정은 아역부터 시작해 14년차를 맞은 관록 있는 배우답게 어떤 표정을 지어도 마냥 귀엽기 만한 모습 뒤에 감춘 여러 얼굴을 끌어내며 불가능할 법했던 스릴러와 로코가 병합된 드라마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박보검 역시 착한 이미지가 진짜일까 싶을 정도로 날선 표정에서 남성미가 가득 배어나는 행동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극의 긴장을 틀어쥐고 있다.

그럼에도 ‘구르미 그린 달빛’의 흥행독주를 확신할 수는 없다. 왕권 확립을 위한 박보검의 고군분투와 중전이 될 채수빈의 질투를 남긴 앞으로 남은 8회가 달달한 긴장으로 채운 지난 10회 분량과 전혀 다른 색채를 띠게 되는 데 따른 거부감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선시대 청춘 로맨스’를 내건 ‘구르미 그린 달빛’이 홍경래의 딸로서 홍라온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라는 진부한 사극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흥망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KBS2 ‘구르미 그린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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