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블루스’ 상처를 치유해주는 건 결국 사람 [씨네리뷰]
- 입력 2016. 09.21. 16:08:46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한강블루스’가 상처를 갖고도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 한강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장소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자살의 장소로 선택되기도 한다.
‘한강블루스’는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초보신부 명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보 신부인 명준(기태영)은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이 자살하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자신도 죽기로 결심하고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간다.
명준이 한강 다리 위에서 차마 당장 뛰어내리지 못하고 서있던 그때 장효(봉만대)가 나타나 “당신의 자살 여부를 놓고 내기를 했다”며 말을 걸어온다. 이에 명준은 장효에게 “사람 목숨을 갖고 내기를 하냐”며 화를 내지만 장효는 “어차피 죽을 건데 무슨 상관이냐. 뛰어내리려면 빨리 뛰어내려라”라고 조롱한다.
장효가 명준에게 그렇게 말한 데에는 그를 살리려한 의도가 숨어있다. 또한 그보다 더한 상처를 갖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하다. 장효와 함께 한강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지내고 있는 추자와 마리아 역시 상처를 지니고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노숙자 그룹의 리더인 장효는 잘나가는 의사지만 자신의 실수로 자식을 잃은 뒤 집을 나와 노숙을 하며 지내고 있다. 딸을 향한 부성애와 성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저씨 추자, 수녀가 되고 싶은 미혼모 마리아에 이어 명준까지 이들과 지내게 된다.
성당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노숙자 그룹에 껴서 함께 지내게 된 명준은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고 서로서로 자신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이후 명준은 자신의 아픔만이 아픔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삶을 대하는 태도도 변한 것은 물론 더 단단해진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 카메오 출연부터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봉만대 감독이 이번에는 주인공으로서 능청스러움에 진지한 모습까지 더해 정극연기를 보여주며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끌어간다.
기태영 또한 경직돼 있던 초보신부 명준이 점차 변화해가는 과정 등을 담담히 연기해냈다. 김정석 역시 부성애와 성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김희정의 출산 연기 또한 눈길을 끈다.
모두 상처를 갖고 있지만 아픔이 드러나기 전까지 그런 아픔을 가졌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픔 속에서도 밝음이 존재하고 있듯이 영화 또한 그들의 삶처럼 잔잔하지만 밝은 분위기를 지니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강블루스’는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러닝타임 86분. 12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