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LOOK] 질투의 화신-불어라 미풍아, 에로틱한 치수 재기
- 입력 2016. 09.22. 11:29:49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패션이 제작지원 또는 협찬 등을 이유로 개연성 없이 줄거리를 좌지우지 하는 머니게임에서 벗어나 드라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소재로 활용되면서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의 달달하거나 아슬아슬한 애정신의 수위를 높이는 시너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BS '질투의 화신', MBC '불어라 미풍아'
기업 제작지원 혹은 의상 협찬의 틀에 박힌 설정이나 방식에서 벗어난 드라마 소재로서 패션의 달라진 역할은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SBS 일일드라마 ‘사랑이 오네요’에서 맞춤옷을 위한 치수를 재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실체를 드러냈다.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한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은 바람은 치수를 재는 손길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뿍 담게 된다. 이런 세심한 손길이 상대에 몸을 스치면서 연출되는 스킨십은 상대의 심장을 멎게 할 정도로 숨 막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두 사람의 마음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질투의 화신’에서 고경표는 도발적인 치수재기로 공효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공효진에게 딱 맞는 원피스를 만들어주고 싶은 고경표는 사무실로 한밤에 그녀를 불러들였다. 공효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허리를 잡아끌어 자신에게 밀착시킨 채로 가슴 어깨 팔 다리를 꼼꼼하게 잰 후 책상에 공효진을 앉히고 당혹스러워 하는 멍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발을 벗겨 발 치수까지 재는 상황을 하나의 동선을 연결해 어떤 애정신보다 더 에로틱한 상황을 연출했다.
‘불어라 미풍아’는 아직 첫사랑의 설렘을 간직한 임지연의 순수한 마음을 오롯이 담아냈다. 망가진 오토바이를 고쳐준 손호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임지연은 놀이터로 손호준을 불러내 다짜고짜 와이셔츠를 만들어주겠다며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몸을 밀착한 고경표와 달리 임지연은 한발 떨어져 치수를 쟀으나, 목둘레를 재는 순간 의도치 않게 얼굴을 밀착시켰고 이어 두 사람의 떨리는 눈빛과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소리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됐다.
예측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 두 장면은 단지 치수를 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재단을 하는 장면으로 이어져 에로틱한 무드를 조성하기 위한 형식적인 설정이라는 비난을 피했다. 물론 치수를 재고 디자인 스케치 없이 바로 재단을 한다거나, 디자이너가 직접 재단을 한다는 상황이 디자인 작업의 실제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 정도쯤은 눈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패션이 손익계산을 따지는 드라마 시장의 머니게임에 휘둘려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과거와 달리 최근 스토리 속에 녹아드는 전개는 유행, 패션 이런 것들이 대중에게 깊숙이 침투했음을 말해준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질투의 화신’, MBC ‘불어라 미풍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