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LOOK] ‘질투의 화신’ 고경표 조정석 ‘상처 난 메트로섹슈얼’, 거친 질투
- 입력 2016. 09.23. 10:36:4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사랑. 그런 사랑은 더 가슴을 졸이게 하고 그 사랑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순간 아쉬움은 곧 절망을 바뀐다.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사랑으로 웃는 남자 고경표와 우는 남자 조정석을 대비하면서 이들 모두에게 사랑은 결국 거친 정글에서의 생존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화두를 던진다.
SBS '질투의 화신'
다 가진 완벽한 남자들의 사랑 역시 여느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 아니 그래서 더 처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다. 고경표와 조정석의 말끔한 얼굴은 메트로섹슈얼로 상징되는 최근 곱고 섹시한 남자의 얼굴 조건을 충족하지만, 사랑으로 인해 상처 난 얼굴은 잘 관리된 피부와 대비되며 그들에게 사랑이 얼마나 절실한지 상징적으로 부각한다.
고경표는 타고난 부, 태생적 명민함, 잘난 외모. 가질 거 다 가진 남자지만 생일마다 이혼 서류를 보내는 남편 때문에 아파하는 엄마로 인해 가슴 한 구석에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인물이다. 결국 엄마 때문에 집안 때문에 진짜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는 실상 강한 결핍이 있다.
조정석은 남부럽지 않는 집안에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기자상까지 받은 인정받는 지상파 방송 기자지만 자신의 기자정신 때문에 형을 잃고 쏟아지는 가족과 주위의 비난을 버텨내면서 정작 자신의 아픔은 속으로 삭이고 있는 알고 보면 여리디 여린 남자다.
이런 두 사람에게 잘난 거 없지만 타고난 밝음과 무모한 저돌성, 그리고 진심을 표현할 줄 아는 여자 공효진이 나타나면서 연인보다 더 진하게 묶여있던 단단한 끈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고경표와 공효진의 키스는 끊어지기 직전이었지만 그나마 고경표와 조정석을 힘들게 이어주던 끈을 뚝 끊어버린다.
‘질투의 화신’은 ‘사랑=행복’이라는 만사형통 식 전개 방식을 벗어나 사랑이 사람을 반드시 꽃길로 인도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 본 공효진이 “바람 먹고 구름 똥 사는 기분”이라고 던진 말 한마디에 운명처럼 끌려버렸지만, 늘 그렇듯 그를 둘러싼 배경은 그에게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정석은 친구 고경표에게 마음을 뺏긴 공효진을 돌려 세우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울분만 키운다.
이혼을 피하기 위해 정략결혼을 밀어붙이는 엄마의 태도가 못마땅한 고경표는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얼굴에 상처를 남겼다. 조정석은 울분을 안고 잠입 취재를 갔다 보란 듯 얻어맞고 멍들고 찢긴 얼굴로 뉴스데스크에 앉았다.
그들의 곱디고운 얼굴에 난 성처는 메트로섹슈얼로 잘 가꾼 얼굴 뒤에 감춰진 야성 본능이 얼마나 더 강한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거칠고 치졸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질투의 화신’에 여타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색을 입혔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SBS ‘질투의 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