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태영 “‘한강블루스’, 상처 치유에 도움되는 영화됐으면” [인터뷰]
- 입력 2016. 09.23. 11:06:58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하나님을 믿는 사제가 자살을 생각한다는 게 납득이 잘 안 가서 그걸 합리화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나중에는 ‘저희는 신이 아닌 사람이니까 오판을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을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명준을 연기했죠.”
기태영이 연기한 영화 ‘한강블루스’의 초보 신부 명준은 사랑했던 여인이 자살하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 자신도 죽기로 결심하고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간다. ‘한강블루스’는 한강 다리 난간 위에 서있는 명준과 이를 조롱하는 장효(봉만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영화가 지닌 메시지를 나타내는데 있어서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기태영은 첫 장면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더 아쉬워했다.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보니까 아쉬움들이 보였어요. 보면서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쉬운 마음이 덜 들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특히 첫 장면이 아쉬웠는데 제가 계산착오를 했던 것 같아요. 명준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경직되고 갇혀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잡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실제 신부고 나라면 어떤 느낌의 사람이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는데 그 점이 어색함으로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자살 시도 이후 명준은 장효(봉만대)가 리더로 있는 노숙자 그룹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아저씨 추자(김정석)와 수녀가 되고 싶은 미혼모 마리아(김희정)와 함께 지낸다. 명준, 장효, 추자, 마리아는 각기 전혀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들의 아픔이 충분히 이해됐고 공감할 수 있었다며 출연 계기에 대해 말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들이 가진 개성과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또 각자 캐릭터들이 이해가 됐고 실제로도 있을법한 이야기기도 하고 각자 캐릭터들이 이해도 됐어요. 그들이 가진 상처와 아픔이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누구나 자기 아픔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명준은 다른 사람이 아픔을 극복하는걸 보면서 내 자신을 치유해가는 역할이었고 결국에는 누군가를 치유해주고 싶어 했고 희생까지 하게 되는데 그런 명준으로 인해 동화된 부분도 있었어요.”
‘한강블루스’는 저예산으로 제작됐고 때문에 9회 차 안에 촬영을 모두 마쳐야했다. 하지만 기태영은 “드라마에서 충분히 급하게 많이 찍어봤다”며 그런 점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는 워낙 급하게 찍으니까 저는 그런 것조차도 여유 있게 찍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짧은 촬영이었지만 재밌게 찍었고 영화라는 걸 많이 안 해봐서 잘 몰랐는데 힘든 것 보다는 오히려 영화가 즐거운 작업이구나를 느꼈죠.”
또 촬영을 마친 후 2년 만에 개봉된 것에 대해서도 “영화가 개봉돼 다행”이라며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개봉이 안 될 수도 있다’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럼 정말 아쉽겠다’고 생각했는데 극장에 걸리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그래도 다들 열심히 찍었는데 세상에 나와봐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늦게라도 개봉이 돼서 다행이었죠.”
9회 차 안에 촬영해야 하다 보니 시나리오 상에 있던 장면들이 삭제되고 내용이 줄여지면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다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건 아쉬워요. 이무영 감독님도 아마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으셨을 거예요. 초안에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더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삭제된 건 아쉽긴 하죠. 그래도 그런 여건과 상황 속에서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또 감독님께서도 ‘상상에 맡길 수도 있는 거니까 모든 걸 다 보여주지는 말자’고도 하셨어요.”
하지만 긍정적인 그도 추위만큼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울 한강에서 신부복만을 입고 촬영을 해야 했다.
“밤 촬영들이 특히 추웠죠. 9일 중에 8일은 한강에서 찍었고 나가봤자 한강 바로 옆에 촬영했는데 파카를 입은 것도 아니고 신부복 위에 더플코트 하나만 입고 있다 보니까 추위에 떠느라고 힘들었죠.”
‘한강블루스’를 통해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기태영은 영화가 정말 하고 싶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아직은 못 해본 게 많으니까 특정 장르나 역할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코믹이나 스릴러도 좋고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걸 해보면서 잘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선은 다양하게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기태영은 인터뷰를 마치며 ‘한강블루스’에 대해 “무척 따뜻한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영화인 것 같아요. ‘한강블루스’가 아픔이 있는 분들께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상처가 있는데 치유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는 분들이 보시고 한번쯤 더 생각해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 되는 영화가 된다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