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만대 “이기적인 감독이었던 나, ‘한강블루스’ 통해 반성했다” [인터뷰]
입력 2016. 09.23. 14:46:54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주인공으로서 극을 끌고 가다보니 배우의 고충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죠.”

자신을 감배(감독+배우)라고 소개하던 봉만대 감독이 ‘한강블루스’를 통해 노숙자 그룹의 리더 장효를 연기하며 감배다운 면모를 제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다시는 정극 연기 안할 것” 이라고 강하게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앞으로는 영화 스케줄을 짤 때 배우 위주로 짜려고요. 배우들에게 왜 조울증이 오고 그들이 왜 술을 마시고 고통스러워하고 아픈지 알겠더라고요. 전에는 ‘연기가 뭐가 힘드냐’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는데 많이 반성했죠.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와야 하니까 조금만 엇나가도 배우를 힘들게 했어요. ‘한강블루스’를 통해 제일 어려운 게 연기라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앞으로는 배우를 많이 보호해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고 다시는 정극 연기는 안 하기로 결심했어요.”

“아직까지 감독을 다 읽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배우로서 부끄럽다는 봉만대는 연출자이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겪었던 고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아예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쁜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의 디렉션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주고 흡수해야 되는데 너무 많은 준비를 해온 친구는 그걸 못 해요. 현장에 나갈 때 대본을 읽어보는데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네 명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한 것이었는지, 왜 노숙자였는지, 왜 무심하게 이런 대사를 툭 날리는지 등 하나하나 물어보기도 힘들었고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현장에 갔어요. 그렇지 않으면 혼란스럽고 충돌이 생기거든요. 이렇게 준비해왔는데 현장이나 절박한 제작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감정에 호소하는 것보다도 연기에 대해 어땠는지 감독님께 수시로 물어봤어요.”


그가 어려움을 느낀 데는 장효라는 캐릭터도 한몫했다. 장효는 자신의 실수로 자식을 잃은 큰 상처를 지닌 인물. 이후 장효는 집을 나와 한강에서 초보 신부 명준(기태영), 여자로 살아가는 아저씨 추자(김정석), 수녀가 되고 싶은 미혼모 마리아(김희정)과 노숙을 하며 지낸다.

“말도 안 되는 사연을 갖고 뛰쳐나와 한강 고수부지 근처에 살고 있는 노숙자인데 제가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했으니 어디까지를 진실로 알고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연기를 하다보니 세상에 제일 쉬운 건 감독이고 제일 어려운 게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가 컷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또 그는 이전에 연기를 했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달랐다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연이나 단역은 빛내주는 역할을 하면 되는데 주연은 다르잖아요. 게다가 밀어주는 사람이 없이 개개인이 어떤 식으로 풀고 가는 이야기다보니 더 어려움이 있었죠. 정극 연기는 자신은 그러지 않으면서 그런 척해야하는 점이 버거워요. 일상에서의 나로 빠져나오는 것도 힘들고 그 안에 갇혀버리는 게 힘들기도 했죠.”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깨닫고 반성한 봉만대는 촬영 현장에서 감독 봉만대가 아닌 배우 봉만대로 있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남의 현장이었고 낯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본 것도 아니니까 민폐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내가 해야될 것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대사를 주고받아야하고 감정의 조류가 있으니까 내 것만 할 수는 없었죠. 연출자로서 연기를 해야 된다는 중압감도 있었는데 작품에 대한 태도도 그랬고 배우를 대하는 방식도 그랬고 배우 봉만대로 있었죠.”


봉만대는 인터뷰 내내 줄곧 정극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이겨내기 힘든 상처를 지닌 장효의 감정을 진정성 담긴 연기로 표현해내며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전반부에서 보여준 허풍스러운 모습은 간데없이 후반부 명준에게 자신의 아픔을 토로하는 장면에서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사 어디에 감정을 실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하던 끝에 그냥 그 상황에 몰입해서 연기했고 그때 진정성을 가장 많이 집어넣었어요. 앞에서는 장효가 자신이 힘들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그 장면에서 보여준 고백을 통해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완성돼갔죠.”

봉만대는 배우를 비롯해 방송출연과 DJ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봉만대는 “감독으로 불리는 게 익숙하고 에로거장으로 불리는 게 제일 좋다”며 그걸 붙여줘야만 자신이 직무유기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로를 3년 동안 방치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 생산적인 활동이 없었어요.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저로서는 계속 소재를 찾아다니는 것 같아요. 한 계통에 늘 갇혀있으면서 편협된 사고를 하다가 다른 쪽으로 좌표를 옮기다보니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 지를 찾으려 수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라디오만 해도 하루에 한명씩 만나는 인물이 바뀌니까 그럴 때마다 저 사람의 사고는 뭐며 몰랐던 부분을 보면서 인물에 대한 지적탐구도 넓어졌고 그전에는 대본만 보고 살아왔다면 삶의 태도를 보면서 이런 캐릭터들이 들어가면 재밌겠다하는 것도 발견하게 됐죠. 전에는 머리로 시나리오를 썼다면 이제는 가슴으로 쓸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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