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여주는 여자’ 파격 소재X노인 문제 버무려 화두를 던지다 [종합]
- 입력 2016. 09.26. 20:07:0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죽여주는 여자’(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다음 달 6일 관객을 찾는다.
‘죽여주는 여자’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이재용 감독, 배우 윤여정 윤계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26일 오후 4시 30분에 열렸다.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성(性)과 죽음을 파는 여자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드라마로 관객에게 새로운 영화적 재미와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죽여주는 여자’는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비롯,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과 호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중의적 의미를 지닌 영화의 제목에 대해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쓰던 중 윤여정 씨에게 줄거리를 설명하다가 문득 떠오른 제목”이라며 “서비스가 ‘죽여주는 여자’라고 소문이 난 여잔데 그들의 요청에 의해 죽음의 조력을 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가볍게 느껴질까 걱정해 가제로 썼는데 정식 제목이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배경으로 종로 탑골 공원, 장충단 공원, 이태원 등을 설정한 것에 대해선 “실제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 파고다 공원과 종로일대 등이라 당위성이 있었다”며 “실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곳은 아니지만 풍광과 남산의 모습이 대비돼 그 장소로 옮겼으면 해서 종로와 남산 장충당 공원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재는 성매매 하는 노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본격적 이야기는 나이 들어감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며 “인물을 설정하면서 세 사람(노인)의 이야기,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목숨만 연명하는 경우,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절망적 케이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 등 노인자살에 있어 세 가지가 전형적 유형이라고 한다. 나이 들며 죽음을 앞둔 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영화 속 인물들을 만들었다. 영화를 따라 하길 의도하는 건 전혀 아니다. 힘들었던 건 내가 죽음에 대해 감히 다뤄도 되는가, 사회적 파장이 있는 이런 이야기를 다뤄도 되는가를 고민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이들의 이야기가 공론화 돼 수면위로 올라왔으면 한다. 100세 시대가 축복인지 절망인지 의문인 시대다. 그때까지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다들 이야기를 나눠야한단 생각에 적극적으로 만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영화에서 조계사 한상균, 백남기 농민 사건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 것에 대해선 “시나리오를 2개월 안에 썼고 2개월을 준비해 2개월 동안 영화를 찍었다”며 “그런 사건들은 우연처럼 시기가 겹친 경우였다. 조계사에서 (영화를) 찍기로 했는데 그때 마침 한상균 씨가 계셨다. 미장센 안에서 피해 가는 게 더 어색했다. 영화가 현재성과 역사성을 담고 미래의 하나의 기록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의도하진 않았지만 맞닥뜨렸다. 그래서 과감하게 찍었고 시대적인, 동시간에 나타난 뉴스를 찍고자했다. 사실적이고 다큐 처럼 보이는 영화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다큐 감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리서치를 많이 하질 못했다”며 “사실 그들(성매매 노인)을 만나는 게 두렵기도하고 쉽게 마음을 열 것 같지 않기도 했다. 먼저 (시나리오를) 쓰고 리서치를 해봐야겠단 생각이 있었고 윤여정을 마음에 두고 썼다. 크게 (내가) 겪었던 일들이 많진 않다. 나중에 그분들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옷을 입는가 하는 것 등 책을 통해 연구하며 공부했다. (영화 속) 감독에 대해선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감독의 삶도 힘들지만 사회성 있는 소재를 담는 감독이 이분(노인)들의 삶보단 비교적 낫다고 생각하다보니 그들에겐 현실이 아닌 하나의 소재, 형이상학적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감독 캐릭터를 희화화하며 영화를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성을 팔고 사는 노인들, 트랜스젠더, 장애를 지닌 사람 등을 다룬 이유에 대해선 “내가 상업적 영화, 실험적 영화 등 여러 영화를 했지만 늘 인생사를 담은 영화를 하고 싶던 중에 주목받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 이번 기회로 같이 사는 사람들의 구성원을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부에 머무는, 소외된 인물로 짜게 됐다”며 “그러면서도 그들의 삶이 비루하고 가난하고 끔찍한 삶일 수도 있으나 그들은 계속 살아가야 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끼리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분산된단 느낌이 없지 않은데 균형을 잘 맞춰보려 그들을 끌어들여봤다. 윤계상의 경우 잘 생긴 배우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난 훤칠한 이웃집 청년의 느낌을 받았다. 삐뚤어져 있거나 찌든 인물이라기 보단 자기가 가진 장애에 굴하지 않고 밝고 소탈하게 사는 사람으로 그리는데 윤계상이 적합하다 생각했다. 고민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가 스타이기도 하고 좀 더 무명의 배우를 쓰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캐스팅 한 걸) 백번 잘 한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좋은 배우들과 일 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운이 좋구나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돼 바뀔 수 있다면 작은 소임을 한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러닝타임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