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아수라’, 대표적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인터뷰]
입력 2016. 09.28. 01:45:1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대표적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요?”

배우 정우성은 자신의 필모에 있어 ‘아수라’를 대표작으로 남을 작품으로 꼽았다. 데뷔 22년 차인 그는 생존형 비리형사 한도경 역을 맡아 지금껏 맡은 역할 가운데 가장 악한 역할로 돌아왔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나 영화 ‘아수라’(감독 김성수, 제작 사나이픽처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 ‘무사’(2001) 이후 15년 만에 네 번째 작품으로 김성수 감독과 만난 그는 배역으로 인한 새로움과 김 감독과의 재회로 인한 과거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어떤 영화는 관객에게 많이 보여지고 어떤 건 덜 보여지는데, (배역이) 다양한 게 좋다. 이 작업에 의미부여는 안하려 했다. 숨겨진 내 마음 속의 의미는 달성했단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작품을 하면서 계산적이게 되고 작업에 있어서 규정짓고 있었는데 감독님과 오랜만의 작업이어서 이 작품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옛날의 감정을 느껴 강한 열정을 되살리지 않았나 싶다.”

오랜만에 그가 현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전보다 열정적이었다. 상황에 타협하지 않고, 배우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들으려 했다.

“정말 좋았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다. 김 감독님과의 작업을 내가 왜 좋아하나 했더니 정말 치열하게 작업하더라. 현장에서 어떤 상황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계속 토론하고 생각을 끄집어내려 한다.”

앞서 주지훈 역시 김 감독이 배우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우성에게 자신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바가 있느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보통 신나서 (대본을) 받자마자 감독에게 의견을 내는데 이번엔 의견을 전혀 내지 않았다. 관습적 테두리 안에서 기대하는 영화나 주인공이 아니다보니 당황했다. 한도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집중했다. 내가 이해를 못 한다고 (영화가) 잘못된 건 아니라 생각한다. 감독의 느낌이나 인생의 메시지가 있을 거라 느끼고 찾아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한도경이란 인물을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려 했을까.

“일단 한도경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표현이) 잘 됐을 때 전달이 될 거고 전달이 잘 됐을 때 이해가 있을 거다. 한도경을 찾아가고 한도경을 느끼는 게 급선무였던 것 같다.”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조차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땐 긴장하게 마련이다. 앞서 언론시사회 직후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정우성은 후에 있었던 VIP시사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영화를 본 뒤 자신의 치열함이 전달된 점에 대해 만족감을 느꼈다. 지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을 얻기도 했다.

“치열히 작업했으면 좋겠단 생각에 치열하게 했고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된 것 같다. VIP시사회에서 영화계 동료나 선후배들이 부러움을 표해 끝나자마자 한숨 놨다.”

그는 정말로 치열하게 임했다. 어둡고 욕설을 남발하는 영화의 캐릭터에 몰입하며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촬영 내내 후유증을 겪었다.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고 원래 잠버릇이 없는데 스스로 이를 가는 소리에 깨기도 했다. 한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갖고 시작하는 영화다. 원치 않는 사고에 의해 원죄를 짊어지고 와이프도 아픈 상태에서 시작한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님을 밝혔다.

“아쉬움에 대해선 아직 모르겠다. 촬영이 끝나고 후반작업을 하고 시간이 있는 상태에서 더빙실에 갔는데 다시 한도경을 찾아들어가는 게 정말 힘들었다. 다른 중간 작업이 있어 빠져 나올 수 있었기에 조금 개인적으로도 덜 피폐해졌는데 안 그랬다면 잔상에 함몰됐을 것 같다. 지금은 평가를 내릴 수 없을 것 같고 한숨 지난 뒤 보면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든다.”

‘악인열전’을 표방할 만큼 영화는 악인으로 가득하다. 정우성은 박성배를 가장 악한 인물로 꼽으면서도 실은 악인이 되기 위한 준비선상에 있는 인물이 존재할 뿐 모두 악한 인물이란 점에서 같은 범주로 여겼다.

“(가장 악한 인물은) 박성배(황정민)가 아닐까. 사실 어떤 게 ‘악하다’가 아니라 거기(영화에) 신분이 나뉘어져있고 입장이 있지만 도경에겐 ‘이기는 편이 내 편’이다. 모든 악은 이길 수 없단 게 영화가 얘기 하는 바 같다. 형태적으로 박성배가 자기 개인 욕심을 펼치는데 사실 거기 나오는 그 누구도 자기 양심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다 똑같은데 누군가는 더 악해질 수 있는 준비선상에 있고 누군가는 더 악할 뿐이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정우성은 그들과의 호흡을 통해 짜릿함을 느꼈다.

“짜릿하고 신났다. 한도경은 영화사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이기에 계산하지 않은 채 스스로 어떤 표정을 짓고 리액션을 하는지 쫓아가자 하는 식으로 연기했다. 멋스런 캐릭터를 표현하려는 계산들이 느와르나 액션의 주인공이 할일이라 생각할 텐데 한도경의 목소리나 리액션의 경우 무조건 받아들이고 그대로 표현했다. 각자 다른 호흡과 리듬, 개성으로 연기하는 배우들, 그 역할들을 지독히 캐릭터 안에서 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협연 아닌가 생각한다. 한도경이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할 땐 계속해서 그 스트레스의 무게에 눌려있었다. 촬영이 끝난 뒤 숙소에 들어갈 땐 저녁자리에서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의 기류들이 재미있어 신이 났다.”

영화는 현실 사회에 숨은 구조적 폭력을 잔인하게 표현한다. 실제 더 잔인할 수 있는 부분을 편집을 통해 제거하면서 수위를 낮췄다.

“원래 한도경을 더 구석으로 모는 신들이 있지만 관객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편집했다. 강도의 세기를 보여주는 요소는 이미 이 안에서 권력과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지 않은 비양심적 모습들 안에 충분히 살아있다. 자기양심을 들여다보지 않는 감정이나 폭력성에 대해 가끔 ‘강도’라 표현 한다. 안남이란 도시에서 악행을 뻔뻔스레 저지르는 사람들이 행하는 물리적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고 아픈지를 형태로 보여주기에 그렇게 보이는 거지 폭력을 더 자극적으로 보이려 구사 한 건 아니다. 사람들은 어떤 폭력을 눈으로 보고 체감 하는데 사회 시스템 안에 숨겨진 폭력이 형상화 안 되는 부분은 자신의 고통으로 체감 못한다. 안남이란 가상도시에서 현실 사회가 가진 시스템 안에 숨은 폭력을 보여줘 더 체감할 수 있다.”

한도경이 악으로 빠져드는, 현실적 타협이란 판단으로 자기 양심을 외면하다 결국 점점 더 악한 방향으로 가는 선택이 이어지게 되는 점을 지적한 그는 한도경이 절대악이 아니라 절대악으로 가려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도경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란 생각으로 자기 양심을 외면하지만 사실 절대악은 아니다. 절대악으로 가는 준비 선상에 있는 사람이다. 악이 행하는, 폭력이 행하는 낙수효과에 의해 어떤 선택들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준다.”

앞선 인터뷰에서 주지훈은 정우성에 대해 ‘분명 닿는데 하나도 안 나파 신시하다’며 그를 ‘한국에서 가장 액션을 잘 하는 배우’로 꼽았다.

“작품에 들어갈 때 필요하다 싶으면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똥개’(2008) 라스트 액션에서 옷을 벗고 유치장에서 ‘개싸움’을 했었는데 그때 실 터치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경험 속에서 익숙해졌다.”

배우 경력 23년 차의 그는 최근, 배우로서 늘 가져온 생각이 더 명확해 지는 것처럼 느낀다. 협업을 통한 성취는 그에게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최근 뿐 아니라 늘 가진 생각인데 점점 명확해진다. ‘아수라’를 작업하면서 성취한 것도 그렇지만 내 것만을 생각해선 안 된다. 동업자 의식이 있어야, 다잘 돼야 좋은 거다. 나만 잘돼선 생명력이 좋을 수 없다. (영화) 산업이 건강해야 다 오래 활동할 수 있다.”

‘아수라’가 제 41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영화제를 방문한 그는 해외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생생한 그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영화제가 축제다보니 외국 관객들이 편안한 리액션을 보여줬다. 배우와 같이한 시사회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보다, 솔직하고 편했다. 박수도 치고. 통쾌하더라. 웃을 때 편하게 웃어 훨씬 좋았다. 웃음 포인트는 국내에서와 같았다.”

연기파 배우 여러 명이 한 영화에 나오면서 정우성은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배우는 누군지 물었다.

“박 시장(황정민)과 김 검사(곽도원)를 비등하게 만나지 않느냐. 그 두 분 중 누구와의 호흡이 더 재미있다 할 순 없지만 마지막에 장례식장에서 박성배의 광기어린 얼굴이 나오고 현장에서 짜릿짜릿했다.”

‘아수라’가 ‘센 영화’로 다가오는 만큼, 배우는 체력적 감정적으로 소모가 심할 듯하다. 촬영을 하며 후유증이 있었을 정도로 피폐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감정적 소모를 겪었지만 체력적 소모도 만만치 않았다.

“‘신의 한 수’(2014)가 더 편했다. ‘아수라’의 계산되지 않은 액션이 난이도가 더 높고 부상의 위험이 더 높다. 영화에서 약속 안 된 (액션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비틀어지고 금가고 쓸리는 부상을 당했다. 그래도 다신 못하겠단 생각이 들진 않는다.”

그는 주연배우로서 여러 배우들과 극을 이끌어가면서 부담감을 느끼기 보단 오히려 그들과 나눠지는 느낌을 받았다. 훌륭한 상대의 연기로 인해 자신의 감정과 리액션도 잘 나온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실제 그의 연기에도 반영이 됐을 것 같다.

“마음의 짐이 덜어진다. 상대가 셀수록 나에 대한 감정, 리액션이 만들어지는 거니까. 같이 한단 느낌이 위안이 되고 그러다 보면 계산이 된다.”

그는 관객이 영화를 현실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을 판단하는 시각으로 보기 보단, 영화 자체가 현실 세계를 빗대어 만든 것을 고려해 그 안의 세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길 바란다.

“폭력을 위한 폭력이 담긴 범죄액션 영화가 아니라 안남이란 가상도시, 새로운 세계의 폭력이 얼마 나 고통스러운지 보여주는 영화에요. 직설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적 세계를 빗대어 만든 영화죠. 안남의 세계관 안에 들어와서 보셨으면 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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