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 “영화 속 사회적 약자들, 고통을 내색하지 않아” [인터뷰]
입력 2016. 10.02. 16:57:58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했던 걸 또 하고 싶진 않아요. 기왕이면 안 해본 거, 그리고 남들이 안할 것 같은 걸 하고 싶죠.”

‘정사’(1998)로 데뷔해 멜로, 사극, 뮤지컬 형식의 영화, 허구와 현실을 뒤섞은 탈장르적 영화, 원격연출 등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한 이재용 감독. 그가 이번엔 ‘죽여주는 여자’(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재용 감독을 만나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죽여주는 여자’는 ‘죽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65세의 할머니 소영(윤여정)이 부탁을 받고 실제 죽여주는 일을 하게 되면서 혼란을 겪는 이야기로, 제목에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성매매 노인인 소영을 비롯해 장애인 청년, 트랜스젠더, 코피노 소년 등 소외계층이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래서 늘 스크랩을 하는 기사들이 성매매노인, 기지촌 사람들,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 라이따이한(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트랜스젠더, 성소수자들에 대한 것들이다. 그런 것들 중 가장 보편적인 게 유리천장(여성과 소수민족이 기업의 핵심 업무에서 차단되는 현상 혹은 그러한 장벽)이라 표현하는 거다. 상대적으로 얘기할 때 (사회적 약자에) 여자도 포함된다.”

이 감독은 이번 영화를 포기할 지점에 이르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거쳐 영화를 완성한 만큼, 영화에 대한 호평은 이 감독에게 작게나마 보상이 되어 돌아왔다.

“고생한 것에 대한 약간의 보상이 되는 것 같아 좋은 말을 들으면 좋다. 이 영화를 찍기 직전에 포기할 만큼 힘들었다. 준비기간이 짧았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부담감이 컸다. 영화를 찍지 못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힘들었는데 끝낼 수 있었던 것에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했다. 포기할 만큼 힘들게 했던 영화를 좋게 봐줘 좋다.”

영화는 특별시사회를 통해 노희경 작가 등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주위의 평도 중요하지만 이 감독이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부족한 게 보인다. ‘좀 더 이렇게 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초반에 꼭 봐야 되는 어떤 기회가 아니면 안 본다. 그 다음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을 때 관객과 본 이후 한 번도 안 봤다. 아쉬움이 남기 때문에 그냥 ‘네 세상 가라’하고 안 본다. 내 발가벗은 모습을 사람들과 보는 느낌이다. 언젠가 시간이 좀 지나 기회가 되면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다시 볼 생각이다.”

이 영화는 노인의 성매매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노인의 문제를 다뤘기에 좀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은 파격적 소재를 거칠지 않고 담담하게,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연출력과 유머로 잘 버무려 선을 넘지 않는, 오버하지 않는 영화로 탄생시켰다. 정공법을 택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은 거다.

“처음에 소재를 접하며 코믹하게 만들 영화가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몇 가지 관례를 생각해봤을 때 묵직하게 한 가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거나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가기도 하는데, 글을 써보니 내 스타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부끄럽다. 내 유전자에 그런 것들이 박혀있으니까. 내 스타일상 사람들을 힘들고 불편하게 만드는, 불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 영화가 이런(음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지만 내식의 유머가 담겼다. 힘들고 비참하게 살지만 다들 살아내기 위해 작게라도 온기를 찾으려 하잖느냐. 그렇기에 살아가는 거고. 고통이나 아픔을 내색하지 않고 사는 건 그나마 좀 살아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의 톤이 나답게 잡힌 것 같다.”

이 감독은 ‘여배우들’(2009)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2)에 이어 윤여정과 세 번째 작업을 했다. 그에게 ‘왜 윤여정이냐’를 물었다.

“앞의 두 작품은 윤여정이 윤여정으로 나오면 되는 영화였다. 윤여정이 연기하는 윤소영을 보고 싶었던 거다. 이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도 윤여정이란 배우와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영화를 위해 일부러 실제 사례의 할머니들을 만나지 않았다. 그 이유도 할머니들의 사례를 캐릭터에 집어넣으려는 게 아니라 ‘윤여정이란 사람이 이런 인생을 살아왔다면 이렇지 않겠나’하는 상상으로 캐릭터를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소영은 늘 자신만의 ‘영업용 소품’인 박카스, 초, 소주, 담배가 담긴 가방을 지니고 다닌다. 그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둘러메고 도도하고 당당한 얼굴로 자신의 영업 장소를 누빈다.

“가방에 지니고 다니는 것들은 실제 사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거다. 그녀 나름의 순서가 있고 방식이 있다. 소주로 입을 헹구고 초로 분위기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 보다 젊어 보이려는 복장을 하고 그렇게 자기만의 방법으로 ‘죽여주는 여자’로 소문이 날 만큼 만들어나간 거다.”

앞서 윤여정은 성관계 장면의 연기에 대해 ‘힘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생각보다 디테일한 묘사에 화가 났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상하는 자신과 배우의 디테일의 정도가 달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신과 윤여정을 포함한 모든 이의 ‘수위’에 대한 적정 기준이 다르다는 생각과, 배우의 입장에서 극중 인물이 처해진 환경에 의한 비참함이 더해져 힘들어 했을 거라는 생각으로 배우의 심경을 이해했다. 자신의 기준에선 현실보다 영화에서의 성적 묘사를 톤다운 시켰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 영화, (특히) 프랑스 영화를 보면 끝까지 간다. 포르노냐 영화냐 할 정도로 영화에서의 성기노출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난 이번 영화가 그렇게 세다고 생각 안했다. 내 기준으론 현실은 더 셀 거고. 시나리오에 다 있긴 한데 윤여정 씨가 상상한 게 다를 거다. 난 분명 (시나리오에 표현돼) 있었다 생각했지만 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윤여정씨가 농담 삼아 전에 ‘평창동 비구니로 살아왔다’고 하던데 비구니 생활 30년에 어쨌든 벌거숭이 남자가 앞에 앉아있으니 당혹스러운 건 당연하다. 그래도 ‘왜 벌거벗기나’ 하는 입장을 생각해보면 행위자체도 힘들 거다. 하지만 실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퀴퀴한 모텔방에서 1~2만 원을 벌기 위해 일 하는 그런 환경에서 주는 비참함이 겹쳐서, 해내야하는 입장에서 힘들었을 거다.”

소영의 이웃인 옆방 총각 도훈은 한 쪽 다리가 의족이고 수입도 변변찮아 월세도 밀렸지만 영화에서 가장 밝은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도훈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지만 이 감독은 윤계상의 캐스팅에 앞서 아이돌 출신의 스타란 사실에 과연 그가 배역에 어울릴지를 걱정했다. 실제 윤계상을 만난 뒤엔 친근한 이미지를 풍기는 외모에 캐스팅을 확정했다.

“(캐스팅) 당시에 현실적으로 시기가 정해져있고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또래 배우 리스트 중 가장 호감도가 높았다. 그런데 내게 그는 여전히 아이돌 스타 같고 잘생긴 배우 느낌이어서 얼마나 연기에 녹아날까를 걱정했다. 미리 만나보니 또렷한 얼굴이라기보다 길가다 볼 수 있는 잘생긴 사람 정도로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들을 보면 내가 악역, 동네 청년, 지적인 역할 등을 다 할 수 있는 폭이 있는 배우를 좋아한다. 그런 여러 얼굴을 갖고 있어 캐스팅 했고 결과적으로 잘 했고 또 결과적으로 윤계상이 해서 영화가 더 주목을 받아 좋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나무사이로 보이는 하늘이다. 중간에 이 장면이 또 나온다. 첫 장면에선 아름다운 하늘과 들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같은 장면이 나올 땐 윤여정의 시각에서 보게 된다. 첫 장면에서 관객의 눈으로 의미부여 없이 순수하게 본 하늘과 들꽃은 아름답다. 후에 소영의 눈으로 보게 되는 하늘과 들꽃은 같은 모습이지만 어딘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녀가 영업하는 장소이지 않으냐. (첫 장면이) 그녀가 보는 시점이란 게 나중에 드러나는 거다. 처음엔 예쁘다. ‘들꽃이 하나 피어있네’ 하고 지나갈 테지만 나중에 보면 그녀가 바라본 하늘이란 걸 알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이 감독은 간호사의 입을 빌려 직설적으로 코피노 문제를 비판한다. 오히려 이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상대의 성에 대한 ‘혐오’라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있기에 동성의 잘못된 점에 대한 비판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내가 자기 희화화를 잘 한다. 거기(영화의) 감독역할을 보면 좀 우스꽝스럽잖으냐. 그는 어쨌든 어렵게 사는, 성매매 하는 노인을 소재로 영화 한 편 만들어보겠단 욕심으로 그렇게 쫓아다니는데 그런 지점에서 내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나 스스로 자문한 거다. 그 소재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과연 좋은 영화를 만드는 건가. 그들에게 연민을 갖게 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 거다. ‘돈 되는 거 하라. 늙어서 고생 말고’란 윤여정 씨 대사가 있는데 나 스스로 그럴 때인지 자문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 남자에 대한 얘기도 사실 한국남자 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영의 삶이 6.25로 다 망가졌다. 남쪽 끝에서 태어났으면 평범하게 살 수 있었다. 전쟁도 남자가 벌이는 일이고 나중엔 그녀 주위의 남자들이 죽음도 스스로 해결 못해 다들 그녀에게 (죽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부탁한다. ‘남혐’ ‘여혐’ 하며 싸우지만 여자들 월급이 실제로 남자 월급의 60%밖에 안 된다는 말도 있고 결국 여자가 아직 사회적 약자다. 자연스럽게 남자가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해하게 도와주마’하는 식으로 읽혀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느냐. 난 도와준다는 의식으로 한건 아니다. 현실적인 그리고 자아비판적인 이야기다.”

이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여성의 시각에서 표현하는 것에 능숙하다. 여성의 심리나 속성을 잘 이해하는 그만의 비결을 물었다.

“내가 반 농담으로 ‘여배우들이 가장 한가하다’고 하는데 여배우들이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그것조차도 벌써 차별이 있잖느냐. ‘그래서 여자들과 일 한다’ 이렇게 표현을 한다. 또 틈새시장을 노리다보니 그런 기회들이 오는 것 같다. 내가 실제 마초들, 아수라장들에 대한 거친 남성세계를 크게 알지 못하는 거 같다.”

윤여정과는 세 번째 만남이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전의 두 작품에서와 전혀 다르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윤여정을 외적으로나 연기에 있어 파격적으로 변신하게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데뷔작 ‘정사’에서부터 ‘동생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라는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에 이미숙 이정재를 캐스팅했고 이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배용준을 첫 사극에 도전하게 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선 국민 꽃미남 강동원이 아이를 둔 아버지로 변신했다.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윤여정이 성매매 노인으로 변신했을 뿐만 아니라 윤계상 까지 다리 한 쪽이 없이 성인 피규어를 만들며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역을 맡았다. 이 감독에게 유난히 배우의 파격변신을 유도하는 이유를 물었다.

“영화가 적역을 잘 뽑아서 할 때 뭔가 좀 공감대가 형성되는 건 사실이지 않나. 안정적 캐스팅과 의외의 캐스팅을 생각할 때 난 의외의 캐스팅에 더 점수를 주는 것 같다. 배용준이 사극을, 강동원이 아이아빠를, 윤계상이 장애인 동네청년을, 윤여정이 매춘부를 맡으면 관객도 ‘저 사람이 어떻게 해내려고 했을까’ 한다. 적역은 잘 먹힐 수 있지만 식상할 수 있다. 적역이나 신선한 캐스팅의 경우 리스크는 똑같다. (배우가) 의외로 잘 해낸다. 미스캐스팅일수도 있지만 똑같이 리스크가 있다면 기왕이면 신선한 캐스팅을 선호한다.”

‘죽여주는 여자’는 이 감독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사회적 소재로 만든 첫 영화다. 그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번 영화를 연출하며 큰 부담감을 느꼈지만 비록 늦었다 해도 문제의 공론화가 이뤄져야한다는 의지로 영화를 완성했다.

“원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 영화화가 힘드니까 좀 미루고 참고 그랬다. 때를 정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주어진 여건에서 만든다. 최대 관심사, 사회성 있는 것 등도 여러 시나리오 중에 있다. ‘죽여주는 여자’가 내겐 미래의 이야기고 파고들어가 보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난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분노하게 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닌데 사회적 반향이 있을법한 소재라 부담이 있었다.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이야기는 어쨌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구나 늙어가고 죽음을 기다리기에 결국 사람들이 공감해주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굳이 어려운길임에도 했던 이유는 늦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큰 사회적 문제 중 한가지인 노인문제가 좀 더 공론화되고, 사람들이 주목해줄 수 있다면, 그런 게 나름 영화를 계속 만드는 힘이 돼주는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화가 개봉되고 어떤 식으로 흘러가야할지는 두고 봐야겠다.”

그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해온 그는 이번엔 정공법을 택했다. 이를 의외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그는 이번이 특별한 경우가 아닌, 늘 다른 것 중의 하나라 말했다.

“만들어진 영화가 8편일 뿐, 하고 싶고 하려했던 영화가 20편이다. ‘여배우들’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는 (제작비가) 3억 밖에 안 돼 가벼워서 빨리 만들 수 있었다. 내가 호기심이 많고 여러 관심사가 있어 다양한 영화가 있는데 기회가 먼저 오는 것 뿐. 상업영화권에서 투자 받기에도 저예산이 아니면 안 되고 그러던 중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지원받게 된 거다. 그런 면에서 편하게 작업했다. 내 스타일이 (영화마다) 다 다르기에 이게(‘죽여주는 여자’) 다른 게 아니고 늘 달랐다고 생각한다. 다양하게 관심이 있기에 소재에 맞는 형식을 찾는다. ‘여배우들’ 같은 것은 실제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 리얼리티 쇼처럼 찍었다. 사극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그 시대에 맞게 로맨틱하게 찍었고, 이번 영화의 경우 현실에 발을 딛고 찍는 거라 생생하게 찍었다”

이번 영화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다루기에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접근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신파적이지 않은 담담한 흐름과 적절한 유머로 경직되지 않은 모습이다.

“난 직설법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먼저 그들 생각을 조종하기 보단 보는 이들이 하나씩 찾아가는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 나 자신도 강요하는 영화를 안 좋아한다. 자발적으로 봐주길 바란다.”

흥미를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기 보단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좇는 이 감독은 창작자로서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스스로 따르고 있다. 그에게 영화를 만드는 목적과 목표는 뭘까.

“단순히 얘기하면 내가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는 게 영화다. 굳이 이야기를 계속 만드는 이유는, 1차적으로 창작자가 됐으니까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을 미지의 관객들과 교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오락 영화가 있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가 있고 이런 영화들을 할 때 규모가 달라도 내 영화 속에 내 생각, 취향, 나름의 관심사들이 들어있잖느냐. 그런 걸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거다. 그중 나 같은 과들이 있을 것 아니냐. 그 사람들이 재미있다며 반응할 거다. 그런 게 (영화를) 만들어가는 나름의 의미와 목표다.”

흥행공식을 따르지 않은 독창적인 영화를 만드는 데엔 마땅히 그에 따른 어려움이 따를 터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이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는 것 또한 창의적인 생각과 실험정신이다.

“하나의 주제의식을 갖고 한 우물을 파는 감독들이 있을 수 있잖느냐. 상업적 영화와 성공, 사회적 이야기 등 그런 것보다 오히려 내게 동력은 아직도 내 실험정신이 살아있다는 거다. ‘여배우들’ 등을 만들 때,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서 원격연출에 도전 할 때, 실제 하든 안하든 평소 그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고 ‘영화는 이런 것’이란 정의를 안 내린 상태에서 ‘이런 것도 영화가 될 수 있다’하는 것, 그리고 뭔가 자기 복제나 동어반복을 안 할 수 있을 만큼의 아이디어를 평소 떠올릴 때 그 힘으로 하는 것 같다. 내가 정체되지 않았고 낡지 않았다고 느낄 때 아직 좀 더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번 영화를 끝낸 그는 차기작으로 상업적인 성격을 띤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다양함이란 점에서 그에게 어울리는 선택이다.

“‘죽여주는 여자’ 같은 영화는 소재나 주제가 대중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락적으로 보는 영화가 아니기에 초저예산 영화가 아니면 만들기 쉽지 않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지원하게 돼 상대적으로 편하게 만들었다. 즐거운 영화, 대중오락영화를 또 하나 하려고 한다. 포인트를 쌓아놔야 이런 영화를 할 때 좀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으냐.”

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현재의 우리가 겪고 있으며 미래의 우리가 겪을 일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유머를 더해 다뤄 재미를 얻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주제가 무겁긴 하지만 부담을 갖고 볼 영화가 아니라 생각해요. 우리의 현실이고 미래이기에 한번쯤 생각하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작게나마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와서 보면 재밌는 영화란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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