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그낙’ 강동준 디자이너, 가치 있는 ‘다크웨어’ 기준 [SFW 인터뷰]
- 입력 2016. 10.12. 08:54:16
- [매경닷컴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마니아적 색이 또렷한 다크웨어로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디그낙(D.GNAK) 강동준 디자이너의 신념을 디바이디(DBYD), 디바이디그낙(DBYDGNAK)으로 보다 대중적이고 다양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 강동준
“다크웨어는 패턴도 어렵고 신경 쓸 부분이 굉장히 많다. 블랙도 소재나 실루엣에 따라 묘하게 빛깔이 달라 룩에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는데 고민을 많이 한다. 디그낙 디자인을 하다가 머리가 아플 즘엔 디바이디를 펼쳐보고 이것도 막힌다싶으면 디바이디그낙을 건드린다”라는 것이 비슷한 듯 다른 세 개 브랜드를 이끄는 강동준 디자이너의 웃음 섞인 이야기이다.
디그낙의 색을 디바이디, 디바이디그낙이 하위 개념으로 받쳐주고 있는 것. 2006년 대중 앞에 선 디그낙이 테일러링과 다크웨어를 향한 디자이너의 애정 어린 시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면 2008년 론칭된 디바이디는 스웨트셔츠, 오버사이즈 티셔츠, 배기핏 팬츠처럼 보다 스트리트적인 아이템으로 구성된다. 또 국내 유통망을 타깃으로 하는 디바이디그낙은 가장 포멀한 아이템으로 표현된다.
강동준 디자이너는 “가격대 역시 손이 많이 가는 디그낙, 디바이디, 디바이디그낙 순으로 낮아진다. 디그낙이 워낙 디자이너 색이 또렷해 바이어들도 제품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을 제시하지 않지만 디바이디나 디바이디그낙은 바이어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해 만드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다소 신경 쓸 부분이 많음에도 디바이디, 디바이디그낙까지 세 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디그낙은 테일러링 맞춤이라 가격대가 나가는 편이었다. B2C를 진행하다 보니 대중에게 다가서는데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서 디바이디와 디바이디그낙을 만들게 됐다. 확실히 소비자들의 브랜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는 것이 강동준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2016 F/W 컬렉션
물론, 세컨드 브랜드를 통한 판매 연결을 무시하지 못하게 되면서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50개 룩을 쇼에 올리면서도 35개 룩이 똑같아 보일 정도로 ‘투 머치 웨어러블’한 옷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 그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하위 개념의 브랜드를 전개하더라도 디자이너의 색을 잃지 않는 것이 브랜드가 롱런할 방법인 것.
그런 그가 옷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비교적 단순했다.
“입었을 때 값어치를 할 수 있는 옷. 가격 대비 가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매 시즌 강조하는 부분이다. 여타 다크웨어 브랜드에서 실루엣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지퍼를 달지 않는 편이라면 디그낙은 무조건 지퍼 장식을 단다. 안주머니를 충분히 깊게 만드는 등 옷을 입었을 때 편의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한다”라며, “비싼 돈 주고 바지를 사 입었는데 주머니가 너무 얕으면 화나지 않겠어요?”라는 것이 강동준 디자이너의 속시원한 디자인 철학이다.
현재 그의 제품은 국내 편집숍과 쇼룸을 비롯해 해외 유명 온라인 편집숍 센스, 이탈리아, 중국, 남미 등 다양한 해외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앞서 5년 정도 국내에서는 쇼만 진행하고 판매를 전혀 하지 않았다. 브랜드 론칭 후 얼마 되지 않아 운 좋게 국내 백화점 등에 입점했지만 유통 시스템에 대비하기에 미흡할 때였다. 재고 관리, 물량, 소비자 반응 등에 시시각각 반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해외 시장에 올인하기로 했다. 밀라노, 런던, 뉴욕 등에서 쇼를 진행하면서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자리를 잡았고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는 설명이 왜 그동안 그의 옷을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는지 알게 한다.
그가 해외에서 활동을 하는 중에도 국내 패션쇼만큼은 꾸준히 진행한 이유는 “쇼를 했을 때 확실히 매출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도 패션쇼를 진행할 때와 하지 않을 때 매출 차이가 확연하다. 게다가 서울패션위크를 정구호 총감독이 맡으면서 해외에서 쇼를 할 때조차 부를 수 없었던 슈퍼 바이어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실제로 입점하고 싶었던 해외 숍에 제품이 바잉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서울패션위크 참가비 인상을 두고 디자이너 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쇼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홍보 효과를 이룰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다년간 해외에서 쇼를 진행하다보니 한국처럼 지원을 많이 해주는 나라도 없다. 디자이너들끼리 너무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외 쇼는 초청이 아닌 이상, 섭외를 비롯해 연출, 장소까지 모두 직접 찾아내야 하며, 이에 따른 상당 비용이 든다. 해외 시장에서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이상 디자이너들이 자비를 들여 지속적으로 쇼를 진행하는 것도 어려운 구조라는 것.
2015 F/W 컬렉션
10월 20일 전개될 2017 S/S 컬렉션을 통해 강동준 디자이너는 부활을 의미하는 ‘윤회’를 주제로 그가 잘하는 똑 떨어지는 테일러링과 다크한 감성을 꽉꽉 눌러 담아 공개한다.
“지난 10년간 원하는 테일러링을 표현해준 재단사와 헤어지게 되면서 테일러링에 힘을 쏟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 시즌 캐주얼웨어를 중심으로 쇼를 내놓게 됐는데, 해외 바이어들에게 혹평을 얻을 만큼 완전히 실패했다. 이에 이번 시즌에는 테일러링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 힘썼다”라는 그의 이야기가 이번 시즌 디그낙 무대에 대한 기대심을 높인다.
게다가 내년에는 파리에서도 그의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버넌트’라는 주제로 준비하고 있는 F/W 컬렉션을 파리에서 진행해보고 싶다. 이와 관련해 현재 조율 중인 부분이 있다”라는 그의 힘 있는 목소리가 파리에서의 성공적인 신고식을 예상케 한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권광일 기자, 디그낙 제공]